
오사 베리만(Åsa Bergman)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추모문학상(알마상, ALMA) 총책임자는 최근 미국 등 세계적 아동·청소년 금서 지정이 잦아지고 있으며, 아동은 읽고 싶은 도서를 읽을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표했다. 그가 속한 스웨덴 예술위원회는 문해력 증가를 위해 가정 방문 등 국가적 독서 진흥 정책을 시행 중이다.
31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오사 베리만 알마상 총괄 담당자 겸 스웨덴 예술위원회 총괄책임자의 아동문학 특별강연이 열렸다. 강연은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예술 국제교류를 위한 해외 주요 인사 초청' 연계 프로그램으로 마련됐으며 베리만 총괄책임자, 김지은 아동문학 비평가 겸 서울예술대학교 교수, 아동·청소년 문학·인권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알마상은 2002년 '말괄량이 삐삐'(원제 '삐삐 롱 스타킹') 등의 작가인 아스트리드 린드그렌(Astrid Lindgren, 1907~2002)을 추모하고 린드그렌 작가의 뜻을 이어받기 위해 스웨덴 정부가 제정한 문학상이다. 린드그렌 작가는 아동문학 작가 겸 아동인권 운동가, 출판사 편집자로 1944년 작가로 데뷔했다.
그는 생전 아동에게 가해지는 모든 유형의 폭력을 반대하는 등 아동의 권리 보장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으며, 린드그렌 작가의 활동 덕분에 스웨덴은 1979년 세계 최초로 아동을 향한 육체·심리적 폭력을 금지하는 법안을 최초로 마련했다.
알마상은 '모든 아이가 좋은 이야기에 대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린드그렌 작가의 취지를 기반으로 아동·청소년 문학에 기여한 이들에게 수여된다. 최종 수상자는 총 125개 단체가 추천한 후보자를 대상으로 아동문학 작가·삽화가·아동 권리 전문가·린드그렌 작가의 가족 등으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자격을 검토해 선정한다.
수상자에게는 세계 최대 규모의 상금인 500만 스웨덴 크로나(한화 약 6억4485만원)를 지급해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린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20년 '구름빵', '장수탕 선녀님' 등을 쓴 백희나 작가가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바 있다.

이날 강연을 나선 베리만 총책임자는 백 작가에 대해 "백 작가가 2020년 수상할 당시 스웨덴어로 번역된 (백 작가의) 책이 단 한 권뿐이었지만, 현재 6권의 책이 스웨덴에 번역돼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일주일 전 독일 프랑크프루트 국제도서전에서 이탈리아의 백 작가 도서 출판사 담당자를 만날 당시, 담당자는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그림책 작가는 백 작가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베리만 총책임자의 설명에 따르면 스웨덴예술위원회는 스웨덴 문화부 산하로, 문화 분야의 가장 규모가 큰 정부 기관이다. 위원회는 문학, 무용, 음악 등 예술 전 분야를 지원하며, 고품질의 문학 등 예술 매체에 대한 접근성을 아동이 보장받아야 할 권리이자 국가 책임이라 명시한 스웨덴 법률에 의해 활동 중이다.
현재 위원회는 문해력 향상을 위해 0~3세에 해당하는 영유아 아동과 가정을 위한 프로그램을 중점 개발 중이다. 이에 따라 스웨덴에서는 영아가 3~6개월이 되면 도서관 직원이 가정 방문 독서 교육·지도를 진행하며, 독서위원회가 정책 변경 사안을 중점으로 추천 도서를 구성한 아동책 카탈로그를 매년 10월 말 무료 배포한다. 함께 임명하는 독서 홍보대사는 2년 임기로 활동하며 인종다양성 등 기간별 특별 집중 주제를 중심으로 토론과 홍보활동 등에 참여한다.
베리만 총책임자는 이날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 "세상에서 일어난 모든 위대한 일들은 누군가의 상상력에서 처음 일어났고, 내일의 형태는 바로 지금 읽는 것을 배우는 힘으로 상상력에 크게 의존한다"는 린드그렌 작가의 명언을 인용했다. 베리만 총책임자는 "알마상의 법규상 모든 수상자의 작품은 최고의 예술적 성질뿐만 아니라, 인문주의적 정신을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에서 로리 할스 앤더슨(Laurie Halse Anderson, 2023년 수상자)의 도서가 강간 피해를 다룬다는 이유로 아동이 읽기 부적절하단 지적을 받으며 금서로 지정되는 등 최근 전 세계적으로 책을 검열하고 금지하는 현상을 주요 문제로 지적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민간단체들로부터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도서를 비롯한 성평등·성교육·친일 등 역사 관련 주제를 다룬 도서들을 아동·청소년이 읽기 부적절하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다.
베리만 총책임자는 "아이가 읽고 싶은 책에 대한 접근성과 아이들에게 또 다른 세상을 발견할 수 있게 하는 책들이 중요하다"며 "성인 입장에서는 아이가 읽기 위험하다고 느낄 수 있는 주제들이지만, 그래서 아이들이 (도서를 통해) 구제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베리만 총책임자는 이어 올해 수상자인 호주 원주민 문맹 퇴치 재단의 사례를 언급하며 "독서에 대한 접근성은 문화의 접근성이기도 하다"고 짚었다. 재단은 현재 사용자 수가 줄어 사라지고 있는 수백 개의 호주 원주민들의 언어를 보호하기 위해 언어 번역·출간, 번역본 접근 활성화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그는 "아이가 택하는 언어로 책을 읽지 못하면 언어가 사라짐으로써 언어의 문화, 역사, 조상과 소속감까지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도 "어린이를 동등한 시민으로 존중하는 것은 연령 서열주의를 파괴하는 것부터 시작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며 "2019년 스웨덴 예테보리 도서전의 주제가 성평등과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접근성·분석·비평 능력)였는데, 현재 우리나라가 (딥페이크·학교 내 성폭력 고발 등 안건으로) 직면한 문제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김 평론가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우리나라의 아동문학은 '디아스포라(이주민, 이방인) 문학과 여성의 삶'이 가장 핵심적인 주제로 다뤄지는 중이다. 이 밖에 △시와 그림책의 연결고리 △독립 출판물 중심 민담 등 옛 이야기 발간 △민주주의 투쟁 역사 △포스트 전쟁 세대(전쟁을 겪지 못한 세대)의 기억 △이태원 참사·세월호 참사 등 청소년과 생존·PTSD △인간과 타 종과의 공존 △기후위기 등이 함께 다뤄지고 있다.
김 평론가는 "문학은 어린이에게 여러 빛을 줄 수 있고, 그 빛을 줄 수 있다는 걸 린드그렌 작가의 작품을 통해 배우고 깨달았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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