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금융복합타운 건설 현장, 사진=홍인택 기자
삼성금융복합타운 건설 현장, 사진=홍인택 기자

서소문 주변에 은행나무 단풍이 노랗게 물들었다. 인근에는 재개발 공사 현장이 한창이다. 서소문 고가도 철거를 위한 준비다. 경의선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기차 소음과 신호등 경고음이 겹쳐 귀를 찔렀다. 

지난 21일 오전 9시부터 12시까지 삼성금융복합타운과 JB금융 신사옥 공사 현장을 직접 찾아 건설 현장 밑그림을 확인했다. 40년 만의 강북 귀환과 지방금융의 서울 진출이라는 두 서사가 반경 300미터 안에서 펼쳐졌다.

삼성금융 복합타운 건설현장, 사진=홍인택 기자
삼성금융 복합타운 건설현장, 사진=홍인택 기자

'한바퀴 700걸음' 삼성금융 부지, 땅 고르는 중


서울역-서대문 1·2구역 제1지구 도시정비형 재개발사업이라는 공식 명칭 아래 진행되는 삼성금융 현장 규모는 지하 8층에서 지상 38층까지 총 46개 층이다. 연면적 24만9179.91㎡는 여의도 63빌딩을 넘어서는 규모다. 건폐율을 45.39%로 낮춘 대신 용적률은 1033.74%까지 끌어올렸다. 건물 높이 194.9m는 서울 도심 스카이라인을 다시 쓸 수치다. 시행은 삼성생명이, 시공은 삼성물산이 맡고 있다.

오전 9시30분 경 공사장 3번 출입문이 열렸다. 시멘트를 가득 실은 레미콘이 출입구를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형광색 조끼를 입고 흰색 헬멧을 쓴 작업자가 붉은색 안내봉으로 차량을 유도했다. 레미콘이 다시 밖으로 빠져나가자 문은 곧바로 닫혔다. 

삼성금융 복합타운 건설현장 소음은 65~70dB로 관리되고 있었다. 사진=홍인택 기자
삼성금융 복합타운 건설현장 소음은 65~70dB로 관리되고 있었다. 사진=홍인택 기자

펜스 너머로 크롤러 크레인 2대와 항타기 2대가 보였다. 펜스를 따라 한바퀴를 무작정 걸어보니 약 700걸음에 6분30초가 걸렸다. 대지 면적 1만6404.3㎡의 실체가 발로 확인됐다. 11시가 되자 땅을 뚫는 소리가 들리고 진동이 발바닥까지 전해졌다. 착공 3주차라 대규모 작업보다는 평탄화 작업이 주를 이룬 듯 보였다. 현장 곳곳에는 도로용 바리케이트가 줄지어 설치돼 구역을 나눠놓은 모습이었다.

근로자 출입구 쪽에는 작업자와 관리자를 위한 컨테이너 시설이 3층 높이로 세워져 있었다. 펜스에 붙은 소음측정기는 65~70dB 범위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었다. 지게차와 중장비의 후진 신호음이 간헐적으로 들리긴 했으나 현장은 비교적 조용했다. 

JB금융 사옥 건설현장에서 덤프트럭이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홍인택 기자
JB금융 사옥 건설현장에서 덤프트럭이 빠져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홍인택 기자

지하 골조 한창인 JB 현장…점심시간 통행 유도 '분주'


JB금융그룹 신사옥(서소문 제10지구)은 규모에서는 삼성에 밀리지만 착공한지 약 1년을 앞두고 있어 속도 면에서는 앞서나간 모습이다. 지하 7층 지상 19층 규모로 연면적 3만9624.19㎡를 확보했다. 최고 높이 89.83m는 삼성금융 건물의 절반 수준이지만 건폐율 58.26%에 용적률 953.43%로 대지를 최대한 활용했다. 디엘건설이 시공을 맡아 2027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한다.

JB금융 신사옥 현장은 이미 지하 골조 공사가 한창이었다. 빨간색 헬멧에 '철근운영팀'이라는 글자가 새겨진 작업자들이 눈에 띄었다. 형광 조끼 대신 산업용 안전벨트를 착용한 인부들이 지하로 내려가고 올라오기를 반복했다.

JB금융 사옥 공사 현장에서 철근 골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음식점 골목과 인접해 있어 점심 시간에는 통행이 혼잡해진다. 사진=홍인택 기자
JB금융 사옥 공사 현장에서 철근 골조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음식점 골목과 인접해 있어 점심 시간에는 통행이 혼잡해진다. 사진=홍인택 기자

오전 10시40분에는 볼보 덤프트럭 2대가 흙을 싣고 공사장을 빠져나갔다. 크롤러 크레인은 없었지만 이동식 크레인으로 보이는 장비가 거대한 붉은색 철근을 들어올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도보가 가능한 3면을 둘러본 결과 약 181걸음이 걸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인근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며 좁은 골목이 막혔다. 해당 골목에는 음식점이 즐비해 있다. 공사 관계자들이 붉은 안내봉을 들고 통행을 유도했다.


강남에서 강북으로, 지방에서 서울로…서소문 '들썩'


삼성금융 복합타운 현장에 설치된 항타기. 사진=홍인택 기자
삼성금융 복합타운 현장에 설치된 항타기. 사진=홍인택 기자

서소문 일대 재개발 사업의 특징은 서울시가 2022년 4월 도입한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정책의 첫 성과물이라는 점이다.

삼성생명은 서울광장 1.3배 규모의 개방형 녹지를 조성하는 조건으로 용적률 보너스를 받았다. 지상 4층에서 9층 공중에는 1200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이 들어선다. 철거된 호암아트홀을 계승하는 시설이다.​

현재 서초동에 흩어진 삼성생명·화재·증권·자산운용 등 금융 계열사를 서소문으로 복귀시켜 태평로 본관과 연계한 '태평로 시대'를 다시 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호암아트홀이 있던 삼성의 옛 터전이기도 하다. 

JB금융은 JB우리캐피탈·JB자산운용·JB인베스트먼트 등 서울 곳곳에 흩어진 계열사를 한곳으로 모은다. JB금융의 명분은 생존에 가깝다. 전북은행 기반의 지방 금융지주라는 한계를 벗어나 서울 영업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금융 복합타운이 완성되면 인근 신한은행 본사, 삼성금융 본사, AIA 타워와 인접한다. 브랜드 위상을 함께 높일 수 있다.

현장을 지나던 한 30대 직장인은 "삼성이 뭔가 짓고 있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며 "완공되면 점심시간 유동인구가 분산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소문 일대에 금융벨트가 완성되면 서울 도심에 강남·여의도와 다른 결을 가진 새로운 금융 축이 형성될 전망이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