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문학의 해외 수요가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문학번역원이 41개 언어권 776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 해외 출간 한국문학 판매실적 조사에 따르면 2018년부터 5년간 해외에서 한국문학이 185만 부 판매됐다.
또 번역원은 2021년 "본원의 지원을 받아 해외에 출간된 한국 문학 종수가 번역원 설립 후 최다 규모였다"고 밝혔으며, 지난 7월에는 "2024년 상반기에만 해외출판사 번역출판지원사업의 신청 건수는 160건으로 하반기까지 신청이 완료되면 2023년 신청 수인 281건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이처럼 한국 문학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한국문학번역원의 숙원인 번역대학원 대학교 설립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다시 나왔다.
번역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운영 중인 번역아카데미는 정식 학위가 수여되지 않아 국내외에서 실효성이 낮다. 게다가 번역아카데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6개월마다 갱신이 필요한 연수생 비자를 발급받아야 해 공부에 제약을 줄 수 있다.
전수용 번역원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번역대학원 대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통·번역대학원에서는 통역, 그 중에서도 비즈니스 관련 수요가 높았다. 하지만 한국문학 번역 수요가 확장된 시점에서는 별도 대학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학위를 받은 졸업생이 자신의 나라로 돌아가 한국 문화를 확산하는 '친한 인사'로 활약하도록 체계적 육성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희상 번역가도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는 "한국어의 맛을 잘 알아 섬세한 문학적 표현까지 담아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며 "현재는 한국 사람이 초벌 번역을 하고 외국 번역가가 다시 고쳐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번역대학원을 통해 외국인들이 처음부터(초벌 번역 없이) 한국어의 맛을 잘 알아 문학의 섬세한 표현까지 담아내려면 장기적인 체계를 가지고 정부에서 계속 지원해 줘야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번역대학원 대학 설립 후 번역 지원도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 번역가는 "(독일에서) 1990년대 중반에 하루 통역 일당이 70만 원 정도였으며, 번역의 경우 A4 용지를 기준으로 1장당 7만 원 정도를 받았다"면서 "이런 구조가 가능한 이유는 통번역이 필요한 수요처와 정부가 비용을 나누어 부담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실력 있는 번역가 한 명 키우는 일은 국가의 문화 수준을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과제"라면서 "해당 문화를 모르고 단지 언어만으로 번역은 절대 이뤄질 수 없기에 심도 있는 지식의 교류와 배양을 위해 국가 차원의 번역 지원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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