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화와 드라마로 제작된 작품들의 원작 도서 판매량이 급증하며 원작 도서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현상은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던 작품들이 새로운 독자층을 확보하고, 작가와 출판사에게 경제적 혜택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하지만 영상화가 결정된 작품만이 주목을 받거나, 이미 영상콘텐츠로 인기를 끈 원작 도서의 판매량만 급증한 현상을 두고 문화의 다양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 구매자 연령비 분석 결과, '정년이'와 '대도시의 사랑법'은 각각 34.3%, 30.1%로 20대가 구매율 1위로 나타났다. 사진 = 예스24
문화콘텐츠 플랫폼 예스24 구매자 연령비 분석 결과, '정년이'와 '대도시의 사랑법'은 각각 34.3%, 30.1%로 20대가 구매율 1위로 나타났다. 사진 = 예스24

6일 예스24에 따르면 최근 유행하는 드라마 '대도시의 사랑법'의 원작 도서 '대도시의 사랑법'은 전월 동기 대비 490% 상승했고, 드라마 '정년이'의 원작 웹툰 단행본 '정년이' 시리즈는 지난 10월 드라마 방영 1주 차에만 방영 전주 대비 판매량이 65.3% 올랐다.

웹툰 단행본 '지옥' 시리즈는 드라마 방영 전 약 한 달 동안 판매량이 30배가량 올랐으며, 올 상반기 화제작 '선재 업고 튀어'의 대사를 기록한 '선재 업고 튀어 대본집 세트'는 지난 5월 예약판매 오픈 당일에만 약 1만 부가 판매됐다.

지난 2023년 개최된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사진 = 리디
지난 2023년 개최된 '제3회 K-스토리 공모전'. 사진 = 리디

원작 도서 판매량이 급증하는 가운데 지적 재산(IP) 개발을 전문적으로 하는 출판사도 눈길을 끈다.

'창작공간, 잇스토리'는 IP 개발 프로덕션이자 장르소설 출판사로 영상화와 IP 창작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쌤앤파커스와 리디북스, 배급사 쇼박스, 제작사 아크미디어는 협력해 영상화를 고려한 '제3회 K-스토리 공모전'을 개최했으며, '안전가옥'과 '고즈넉이엔티' 출판사는 IP 개발을 주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제작사와 출판사가 내용이 보장된 '안전한' 콘텐츠에만 집중하면 '승자독식'이라는 문제점이 생긴다.

2023년 박스오피스 순위 갈무리.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2023년 박스오피스 순위 갈무리. 사진 = 영화진흥위원회

지난해 박스오피스 연간 1위~10위에는 '스즈메의 문단속',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콘크리트 유토피아' 등 원작 도서를 기반으로 제작된 4개의 작품이 포함됐다. 지난 10월 개봉한 '베놈: 라스트 댄스', '보통의 가족', '대도시의 사랑법', '와일드 로봇' 등도 원작 도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미 성공한 작품이 영상화되면 다시 웹툰이나 만화 출판물(원작)에 대한 선호도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미 성공한 작품이 영상화되고 다시 원작이 조명받게 되면서 다른 창작물은 밀려난다는 뜻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도 "(영상화로 집중되면) 비슷한 작품만 출판돼 출판시장이 축소되고 (다양한) 독서의 형태가 줄어들면서 사회 지적 수준이 약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화의 다양성 측면이 훼손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김 평론가는 "(독자는) 신예 작가 또는 새로운 작품들에 대해 스스로 선택하고 향유하는 기회가 줄어들고, 개별적인 특성 없이 작품들이 엇비슷해지면서 문화 다양성이 훼손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한강 작가의 작품이 영국에선 독립출판사에서 출간된 사례를 언급하며 "이미 검증된 틀 안에서 제작하는 것은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반영한 작품들이 나오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독립출판사 같은 매체가 활성화돼야만 장기적으로 더 발전전적인 문화 환경을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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