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디바이스는 어느 순간 화장대 위 '부가 옵션'에서 일상 루틴 속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LED·고주파·갈바닉 기기 후기가 연일 올라오고, 일부 글은 1000건 넘게 저장된다. 화장품 몇 가지로 끝나던 스킨케어가 기기 사용을 포함한 새로운 단계로 확장하는 흐름이다.
수치도 이 변화와 맞닿아 있다. LG경영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뷰티 디바이스 시장은 2018년 5000억원에서 2022년 1조6000억원으로 커졌다. 연평균 10% 이상 성장세를 이어가며, 2030년에는 3조4000억원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나온다.
국내 기업들도 움직임이 빨라졌다. 에이피알이 시장을 넓힌 데 이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같은 전통 강자들까지 잇달아 디바이스 라인을 강화 중이다. 다양한 기업이 뛰어들며 시장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고 제품군과 전략도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다만 기기 시장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이 확인하고 싶어 하는 부분도 분명해졌다. 제품별 테스트 방식과 수치가 제각각이다 보니 어떤 효과가 어느 정도 유지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마케팅 환경이 불러온 왜곡 가능성도 간과하기 어렵다. 후기·바이럴 중심의 소비 확산은 장점과 위험을 동시에 갖는다. 제품 간 품질 차이가 실제보다 흐려지고, 광고·협찬 정보가 충분히 구분되지 않을 때 소비자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더 모호해진다.
홈케어가 확산하고 외부 시술과 경계가 흐려지면서 뷰티 디바이스는 '특수 제품'에서 '기본 루틴'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에 있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효용이 높아질수록 기업의 경쟁도 기기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 역시 점쳐진다.
대중화의 문턱을 넘기 위해 필요한 건 더 많은 신제품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이다. 효과 검증, 안전성 정보, 사용 가이드라인 등이 정리되지 않으면 성장세가 오히려 시장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디바이스가 필수품으로 자리 잡을지 일시적 열풍에 그칠지는 이 '빈칸'을 얼마나 빨리 채우는지에 달려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