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대식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총장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며 의자에 몸을 기댔다. 드라마 제작비 폭등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한층 무거워졌다.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침묵하던 그가 입을 열었다.
"텐트폴 드라마 하나가 나오려면 그 밑바탕엔 안정적인 국내 제작 시장이 받쳐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그 기반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난 11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스튜디오드래곤, 팬엔터테인먼트 등이 속한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의 배대식 사무총장을 만났다. 배 사무총장은 국내 드라마 제작 시장의 위기를 우려했다.
그가 우려하는 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됐다. 배 사무총장 설명에 따르면 국내 드라마 제작 편수는 2022년 141편에서 2024년 105편으로 약 25% 감소했다. 그는 내년에는 100편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감소세의 배경에는 드라마 제작 환경을 변화시킨 글로벌 OTT의 등장이 있다. 배 사무총장 설명에 따르면 초기 넷플릭스는 제작비의 20% 정도를 안전 마진으로 보장했다.
"250억 제작비 기준으로 50억을 제작사가 가져가는 구조였어요. 당시로서는 엄청난 수익이었죠. 드라마 한 편으로 40~50억을 번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요."
이런 수익성과 더불어 코로나19 여파로 많은 제작사가 넷플릭스로 몰렸다. 배 사무총장은 "현재 넷플릭스나 디즈니+의 오리지널 드라마 중 약 50%는 영화사가 제작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영화 제작이 어려워진 영화사 제작사들이 드라마 시장에 대거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1년 'OTT 열풍'을 이끈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 'D.P', '지옥' 등도 영화사 제작사들이 제작했다.
여기에 배 사무총장은 OTT 플랫폼의 낮은 진입 장벽도 제작사들이 몰린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드라마들은 기존에 유통할 수 있던 플랫폼이 6~7개 정도밖에 안 되기에 한정적이고 진입 장벽이 높았다"며 "진입 장벽이 낮은 OTT 플랫폼에 들어가고자 하는 제작사가 많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이에 제작사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배우들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다. 이 과정에서 제작사 간에 경쟁이 심화됐고 배우들의 출연료가 높아진 것이다. 배 사무총장은 여기에 주 52시간제 도입으로 촬영 일수가 늘어나고, 한정된 스태프와 세트장 속에서 제작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작비가 천정부지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16부작 기준으로 예전에는 110일 정도면 충분했던 촬영이 주 52시간제 도입 후 160~180일 정도로 늘어났어요. 스태프 인건비는 날짜 기준으로 책정되니 자연히 올라갈 수밖에 없죠. 또 제작하려는 수요도 많아지다 보니 세트장 대여료도 높아졌고요. 거기다 사전 제작이 정착되고, 글로벌 유통을 위해 후반 작업에도 힘을 많이 주다 보니 여러 측면에서 비용이 많이 올랐어요."
결국 넷플릭스는 제작비 상승이라는 이유로 안전 마진을 5% 안팎으로 낮췄다. 이미 높아진 제작비는 국내 방송사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
"예전에는 방송사 방영권료가 전체 제작비의 40% 정도였는데 지금은 20%까지 떨어졌어요. 방송사들은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하니 편성을 줄일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니 제작사들의 제작 기회도 줄어들었죠."
배 사무총장은 여러 가지 요인이 맞물린 제작비 폭등 문제에 대해 제작사들 선에서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고 전했다. 다만 그는 두 가지 방향을 제시했다. 첫 번째는 플랫폼, 특히 국내 방송사들의 역할이다. 배 사무총장 설명에 따르면 CJ ENM은 내년 하반기부터 회당 제작비 10억원 이하의 드라마 편성을 추진한다. 저예산 드라마를 위한 편성 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좋은 기획만 있으면 글로벌에서만 통하는 배우 없이도 성공할 수 있어요. 글로벌에서 통한다고 무조건 흥행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신인 발굴과 숨은 배우들을 활용하면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정부의 역할이다. 그는 "K-드라마의 성공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을 고려하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며 "정책자문위원회나 상생협의체 등을 구성해 업계, 학계, 이해당사자들이 참여하는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작사들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강조했다.
배 사무총장의 말에는 한국 드라마 제작 시장의 미래를 걱정하는 마음이 묻어났다. 지난 22년간 독립제작사협회,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등에 머무르며 방송 제작 현장의 변화를 지켜봐 온 그는 플랫폼의 생존이 제작사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이 문제는 어느 한 분야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제작사, 방송사, 매니지먼트사 등 모든 이해당사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결국 플랫폼이 살아야 제작사가 살 수 있어요. 플랫폼이 죽으면 제작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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