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진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상상해보세요. 산업과 공예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놀라운 행렬,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군중들이 있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새벽 2시까지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수천 명의 사람들과 끊임없이 변하는 광경! 그리고 이제 우리는 모든 종류의 음악을 들어야 합니다. 글쎄요, 미국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지금 나는 이 모습들과 느낌을 충분하게 설명할 단어가 충분히 떠오르지 않습니다.
- 1892년 10월 14일 드보르자크가 뉴욕 클라렌던 호텔에서 친구 카렐 바스타에게 쓴 편지 중 일부 발췌
위의 편지는 체코의 국민 음악가, 안토닌 드보르자크가 미국 뉴욕에 도착해서 쓴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 편지의 마지막 줄에는 오전 7시 18분도 적혀있는데요. 편지를 마치며 그 시간까지 기록했던 드보르자크의 성향을 상상해보며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드보르자크는 '콜럼버스 데이' 400주년을 기념 축제를 호텔 방에서 내려다봤는데요. '콜럼버스 데이'는 1492년 10월 12일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산 살바로드에 첫 발을 디딘 날을 기념하는 미국의 오랜 축제입니다.
편지 속 그의 묘사처럼 1892년 콜럼버스 데이의 열기는 대단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또 저는 이 편지를 읽으면서 드보르자크가 미국에서 느낀 다양한 감정들에 대한 음악적 설레임도 느껴졌습니다.
예술가에게 이러한 영감은 종종 그들의 창작으로 이어지곤 하지요. 드보르자크가 미국에서 지냈던 약 24개월 동안 그가 보고 듣고 느낀 모든 것들은 그의 새로운 작품에 투영되었습니다.
실제로 위의 편지를 쓴 지 약 7개월 후 드보르자크는 미국에서 <교향곡 9번>, 흔히 '신세계 교향곡'이라 불리는 작품을 발표했는데요. 카네기홀에서 그의 지휘로 초연되었습니다. 콜럼버스가 발견했던 새로운 땅에서 체코의 국민 음악가 드보르자크가 받은 새로운 영감들이 한 편의 멋진 교향곡으로 울려펴진 것이죠!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는데요. 오늘날까지 무대 위에서 많이 연주되는 작품 중 하나로 자리 잡았습니다. 저는 특히 이 작품의 4악장을 좋아합니다. 기운 없는 날, 그냥 좀 힘 좀 내고 싶은 날 들어보시길요, 추천합니다!

제가 드보르자크를 이야기할 때 꼭 설명하는 단어는 대기 만성형인데요. 형편이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도 음악 공부를 열심히 했고, 또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음악을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뚝심이 결국 빛을 봤다고 보거든요.
미국에서 살던 드보르자크는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를 보내고 있었는데요. 체코 프라하에서 미국 뉴욕으로 일종의 스카우트를 받아, 미국 국립 음악원에서 교수, 원장으로 일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미국의 몇 안 되던 백만장자의 아내였던 재닛 써버는 유럽 최강 인기 작곡가였던 드보르자크를 초빙하기 위해서 맨해튼의 방 5개짜리 집도 제공했고요. 프라하 음악원 교수 월급의 약 25배나 많은 월급까지 제시했어요(1년 1만5000달러). 물론 미국 대공황의 전조 증상 여파로 약속한 월급을 1년 넘게 받지 못했지만, 또 영영 자세한 내막을 알 수는 없겠지만, 드보르자크는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다하고 체코로 돌아갔어요.

사실 드보르자크가 뉴욕으로 오기 전 약 4달 동안 무려 40회의 작별 연주회를 열였던 기록을 토대로 미뤄 짐작해보면, 계속 미국에서 생활하려던 마음도 컸던 것 같아요. 어린 자녀가 6명이나 있는 상황에서 계속 미국에서 지낼 수 없겠다 판단하지 않았을까도 싶고요. 이런 사연으로 지금 독자 여러분은 1892년 10월 14일 드보르자크가 '콜롬버스 데이'의 행진을 바라봤던 편지를 읽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사실 당시 드보르자크는 1892년 10월 12일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에서 연주회를 열 예정이었습니다. 그의 새작품 <테 데움, 작품번호 103>을 초연할 예정이었거든요. 이 작품은 재닛 써버가 처음 드보르자크에게 의뢰한 작품으로, 콜럼버스 데이 400주년을 기념해 뉴욕에서 초연될 계획이었습니다. 드보르자크가 미국으로 건너올 준비를 하면서 프라하에서 작곡, 완성한 작품이고요.
그러나 초연 며칠 전 극장 내부의 큰 화재가 났습니다. 초연이 미뤄진 것은 물론, 당시 화재 피해가 커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남은 공연을 모두 취소했고요. 유럽 대륙과 영국에서 큰 인기와 명성을 증명했던 드보르자크의 새작품의 세계 초연이 극장 화재로 미뤄진 것이지요.
이를 두고 볼 수 없었던 드보르자크의 후원자, 재닛 써버는 급히 카네기 홀을 예약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10월 21일 카네기 홀에서 드보르자크의 지휘로 300여 명의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그리고 소프라노 클레멘타인 드베라-사피오, 베이스 에밀 피셔솔리스트의 노래로 초연이 성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이날 공연이 열리기 전에 당시 토마스 웬트워스 히긴슨 대령의 축하 연설이 있었습니다. "두 개의 새로운 세계: 콜럼버스의 새로운 세계와 음악의 새로운 세계"를 주제로요. 히긴슨 대령의 연설은 꽤나 감동적이었던 모양입니다. 다음 날 <뉴욕 헤럴드>는 그의 연설을 소개했고요. 마지막으로 그의 연설이 실린 신문 내용 일부를 소개하며 인사드리겠습니다.
우리 땅의 음악적 승리는 미래에 있습니다. (중략) 오늘 밤 우리의 손님 드보르자크가 콜럼버스가 발견한 이 대륙에 새로운 음악 세계를 펼치는 일에 도움 줄 거라 믿습니다.
<뉴욕 헤럴드> 1982년 10월 22일 자에 실렸던 토마스 웬트워스 히긴슨 대령 연설 일부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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