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데스트 무소르그스키(1839~1881)는 러시아를 대표하는 음악가입니다. 그의 대표작은 <전람회의 그림>으로, 이 작품의 시작을 헤아려보면, 그의 이십대 시절에서 출발합니다. 당시 그는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1828~1910)의 친구이자 당시 러시아제국 문화예술계의 저명인사이자 비평가였던 블라디미르 스타소프(1824~1906)를 통해 화가로 활동하던 빅토르 하트만(1834~1873)을 만났는데요.
당시 무소르그스키와 하트만은 민족 고유의 정서를 예술 작품에 반영하려는 공통의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요.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졌습니다.

그러다 1870년 하트만이 서른아홉의 나이에 세상을 떠났는데요. 이때 무소르그스키는 큰 슬픔에 빠졌습니다. 몇 년 후인 1874년 2월 상트페테르부르크 미술 아카데미에서 하트만의 작품 약 400여 편을 전시했는데요.
이때 무소르그스키는 더 이상 만날 수 없는 옛친구의 작품들을 감상하며 큰 영감을 받았고요. 그 감동을 자신만의 음악으로 표현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이때 전시된 하트만의 작품들은 수채화부터 삽화까지 다양했는데요. 안타깝게도 오늘날 대부분 분실된 상태입니다.
비극적으로 세상을 떠난 하트만의 작품을 바라보며 무소르그스키가 창작한 작품이 바로 피아노를 위한 <전람회의 그림>입니다. 이 작품은 총 10개 부분으로 구성되며, 무소르그스키는 1874년 6월 2일부터 22일까지 이 작품의 작곡을 마쳤습니다.

1874년 6월 12일 무소르그스키는 "아이디어와 멜로디가 저절로 떠오른다.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도저히 종이에 다 적을 수 없을 정도다"라는 내용의 편지를 스타소프에게 보냈는데요. 이 편지를 통해 그는 <전람회의 그림> 작곡이 순조롭게 되고 있음을 알렸습니다. 작곡을 마친 지 5일이 지난 후 그는 이 작품을 스타소프에게 헌정하는 글을 썼습니다.
<전람회의 그림>은 러시아적인 주제 선율이 무척 강렬한 인상을 주는 작품입니다. 10편의 그림을 바라보며 화랑을 걸어 다니는 모습을 묘사하는데요. 당시 다수의 비평가들은 이 작품을 두고, 무소르그스키가 피아노에 적합하지 않은 작품을 만들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진 모든 영역과 특성 등을 다채롭게 들어볼 수 있는 작품이며, 오느날 무소르그스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습니다. 또한 여러 음악가들이 이 작품을 오케스트라용으로 편곡했지만, 오늘날까지 가장 많이 연주되는 작품은 1922년 모리스 라벨이 만든 오케스트라를 위한 전람회의 그림입니다. 라벨의 편곡판 인기에 힘입어 원작도 인기를 탔습니다.

<전람회의 그림> 속에서 프렐류드는 총 다섯 번 등장하며, 그 사이에 악곡이 배열된 구조입니다. 전람회장을 거닐며 하트만의 작품을 바라봤던 무소르그스키의 모습을 담은 음악적 스케치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 곡 '난쟁이'는 기괴한 난쟁이 모양의 장난감을 그렸고요. 두 번째 곡 '고성'은 중세의 성과 음유시인을 묘사합니다. 세 번째 곡 '튈르리 궁전'은 궁전에서 신나게 노는 아이들을 담았고요.
네 번째 곡 '비드워'는 소달구지를 표현했습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병아리의 춤을 그린 다섯 번째 곡 '먹이를 문 병아리들의 발레', 부자 유대인과 가난한 유대인의 모습을 묘사한 여섯 번째 곡 '사무엘 골텐베르크와 슈무엘레', 시장의 흥겹고 생기 있는 분위기를 나타낸 일곱 번째 곡 '리모주 시장'을 통해 곡은 무소르그스키만의 피아노 어법으로 독창적이고 굉장히 화려하게 나아갑니다.
여덟 번째 곡은 하르트만과 친구들이 파리 카타콤을 탐험하는 장면을 그린 '카타콤', 마녀 바바야가의 공포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닭다리 위의 오두막집'. 마지막은 하트만이 극적으로 살아돌아온 차르 알렉산더 2세를 위해 설계했던 기념 대문을 다룬 '키예프의 대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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