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축하 이미지. 사진 = 노벨상 공식 X(구 트위터)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축하 이미지. 사진 = 노벨상 공식 X(구 트위터) 

소설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 이후 '한국 문학의 성과'라는 평가가 이어지지만, 지속적인 출판·도서 분야 지원 축소와 효율적이지 못한 지원으로 '한국 문학이 아닌 한강이 해낸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 문학의 부흥을 위해서는 더 다양한 번역 관련 사업을 확대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지난 10일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한 작가는 지난 2016년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국제부문을 수상했으며, 2017년 말라파르테 문학상에 이어 지난해 메디치 외국문학상과 에밀 기메 아시아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번 노벨 문학상은 정확히 모든 인류가 처해 있는 위기를 품격 있게 다룬 작품을 찾았다고 생각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전쟁과 기후 위기에 닥쳐 있고, 한반도도 언제 총소리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 되었는데, 그런 상황에서 전쟁의 공포나 위기를 트라우마처럼 안고 살지만 굴복하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을 그리는 (한 작가의) 소설은 노벨 문학상의 가치를 가장 잘 말해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작가는 지금 한국 콘텐츠 전반에서 두드러지는, 양쪽이 다 섞여 있지만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성의 미학'을 제대로 보여주는 작가"라며 "우리나라가 전쟁 중이지만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 않고, 내부적으로는 전쟁과 가까운 갈등이 존재하는 가운데서 서로를 공격하면서도 공존하고 공동체로 단일한 모습을 보이는 한국을 시와 산문의 융합으로 경계적인 작품을 만들어 냈다"고 했다.

지난 11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의 날' 기념식 자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지난 11일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의 날' 기념식 자리에서 축사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 소식에 일각에서는 '한국 문학'이 해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SNS에서 "대한민국 문학사상 위대한 업적이자 온 국민이 기뻐할 국가적 경사"라고 표현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1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책의 날' 기념식 자리에서 "한국 문학, 한국 출판이 이룬 감격스러운 쾌거이자 국가적 경사"라고 칭했다.

그러나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한국 문학'과 '한국 출판'의 성과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이날 유 장관이 "출판 관련 예산이 많이 삭제됐다"고 발언한 것처럼 문체부의 출판·도서 분야 지원 정책은 지속해 예산이 줄어들어왔기 때문이다.

지난 7월 국내 주요 출판사 중 하나인 문학사상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순수문학 월간지 '문학사상'을 무기한 휴간한다고 밝힌 뒤 부영그룹이 이를 인수했다. 월간 '문학사상'은 약 52년 동안 명맥을 이어온 대표적 문학 잡지 중 하나다.

그보다 앞선 3월에는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문체부의 출판 정책 강행을 비판하며 문체부가 주관하는 '2024 출판계 현장 간담회'를 불참하겠다 밝힌 바 있다. 당시 윤철호 출협 회장은 입장문을 통해 "책문화 발전을 위해 출판사, 서점, 도서관, 작가들에게 쓰이던 예산은 대폭 삭감된 상황"이라며 "다양한 양서 출판을 위해 진행된 세종도서 사업은 예산이 삭감된 데 이어, 사업 시기도 방법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로고. 사진 = 대한출판문화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로고. 사진 = 대한출판문화협회 

문체부가 지난 8월에 발표한 2025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문체부 전체 예산은 총 7조1214억원으로, 올해 본예산인 6조9545억원에 비해 2.4% 늘었다. 문체부는 예산안 발표 당시 중점 투자 항목 중 하나로 '인문정신, 전통문화, 독서출판 문화의 3대 기반 진흥'을 짚었다. 반면 예산안 내 출판·도서 분야에 속하는 주요 지원 정책은 총 460억원으로 올해 예산으로 배정된 429억2900만원에 비해서는 높지만 올해 삭감됐던 예산이 되돌려진 수준에 그쳤다.

문체부는 2023년도 예산운용계획 중 민간 분야 출판·도서에 해당하는 사업인 △출판산업육성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사업 모두 예산을 크게 줄였다. 문체부의 2023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출판산업육성 사업 본예산은 232억1000만원이 편성됐고 이는 2022년 출판산업육성 사업의 추경예산 총액인 237억2900만원에 비해 519억원(2.2%) 더 적다.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사업도 2022년 대비 218억원(4.8%) 감소한 59억8500만원이 책정됐다.

올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2024년도 예산운용계획 기준, 국민독서문화 증진 지원 사업은 2021년 이후 지속적으로 예산이 축소되다 올해 전면 삭제됐다. 올해 출판산업 활성화 사업은 429억2900만원으로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국가 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지원 등을 통합한 결과로, 총액 기준 지난해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배정 예산인 182억1900만원을 더한 값인 473억1400만원보다 적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예산은 2023년 출판 분야 사업 중 유일하게 예산이 증편된 항목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한국 문학 번역을 위한 관련 육성 사업은 세부 기관 등에서 시행할 뿐 주요 사업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 한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에 번역자 데버라 스미스가 큰 기여를 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김 평론가는 "우리는 이미 좋은 작품이 많았고, (문학의 경우) 번역을 통해 세계가 한국이라는 용광로처럼 끓는 사회 속 개개인이 만들어낸 결과물을 만나게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현 정부 들어 통·번역 관련 예산이 축소됐다"고 짚었다.

이어 "번역 관련 사업은 작품의 가치관 등을 검증하지 말고 균일하게 지원하면 시장이 알아서 움직일 것"이라고 현재 통·번역 관련 정책의 문제점을 짚었다.

김 평론가는 "지원의 폭은 무조건 넓혀야 한다"며 "일정적 비용을 정해놓고 (번역을) 원하는 곳이 있으면 꾸준히 폭을 넓혀가며 두루두루 지원하는 정책이 오히려 시장의 민감한 반응을 받아가며 더 효율적인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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