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서 인구는 줄어들고 있지만 독립서점은 증가세다. 동네서점이 지난 2월 발표한 '동네서점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운영 중인 독립서점은 총 884곳으로 2022년 대비 8.5%(69곳) 늘었다.
서점업계 관계자들은 기존의 '정시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예약제'를 도입하는 서점들이 늘어난 점에 주목했다. 지난 7월 책방 책잎을 개업한 장희주 책방지기는 "서점 계정을 많이 보는데 예약제 서점 광고도 뜨고, 원래 알던 서점도 예약제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서점업계에서는 '예약제 서점'이 늘어나는 주된 이유로 책 판매 수익만으로는 운영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21년부터 오후서재를 운영 중인 허지수 서재관리자는 "서점 내에서만 발생하는 수입으로는 충분치 않다"면서 "예약제 서점은 꼭 서점에 상주하지 않아도 되니 출판이나 글쓰기 관련한 외부 활동으로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책방지기도 "책으로만 수익을 내기에는 현실적으로 힘들다"면서 "책방을 지속하기 위해 집에 초대한다는 느낌으로 차별화된 콘셉트를 잡아 공간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예약제 서점의 차별점으로는 1인에서 가족 단위의 소규모 인원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소규모 맞춤 서비스'가 언급된다. 책잎과 오후서재는 한 타임당 각각 5명과 8명까지 최대 예약 인원을 받는다.
이 외에도 충남 아산의 한 서점은 한 타임에 오직 한 팀만 예약을 받으며 운영 중이고, 서울 용산구에 있는 서점은 3명까지 예약할 수 있는 입장권을 판매 중이다.
이에 대해 장 책방지기는 "많은 사람이 오고 가는 공간은 집중도가 높을 수가 없다"며 "방문객들이 라이프스타일을 제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소수 예약제 방식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공간'이라는 키워드에서 예약제 서점의 매력을 찾을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허 서재관리자는 "서재라는 표현을 쓰는 이유는 책뿐만 아니라 공간까지 누릴 수 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라며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 '오후서재'라는 이름으로 서점을 열었다"고 전했다.
장 책방지기도 "차와 음악, 은은한 아로마가 어우러진 공간에서 방문객들이 온전하게 공간을 체험할 수 있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예약제 서점 방문객들의 반응도 공간에 대한 평이 많았다. 두 서점의 방문객들이 단 댓글에는 "오롯이 나만의 공간을 누리고 왔네요", "좋은 향과 음악이 채워진 공간에서 책을 골라 읽고, 차 한 모금을 마셨을 때의 힐링을 잊을 수 없다" 등이 있었다.
하지만 예약제 서점이 정착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장 책방지기는 "예약제라는 시스템을 아직 이해하지 못한 분들이 많아 진입 장벽이 높은 것 같다"면서 "예약제 서점이 확산되면 자연스럽게 이해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허 서재관리자는 "예약제 서점 자체가 사람들한테 아직 익숙하지 않다"면서 "서점의 수익 구조로는 공유 오피스와 스터디 카페처럼 접근성이 좋은 자리를 확보하기 힘들어 예약제 서점이 활성화가 안 되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보였다.
또 싱가포르의 도서관이 접근성이 높은 번화가에 있다는 사례를 언급하며 "책방은 도서관과 달리 공공기관이 아니지만 독서 문화를 활성화한다는 공익성은 가지고 있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접근성 높은 위치에 공익성을 가진 사업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서점 생태계가 더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