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극단 두 번째 레퍼토리 연극 '연안지대' 장면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극단 두 번째 레퍼토리 연극 '연안지대' 장면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서울시극단 두 번째 레퍼토리 연극 '연안지대'가 오는 30일까지 공연된다. ‘연안지대’는 연출적으로 물의 이미지와 같은 아픔을 나눠 풀어내는 ‘씻김’의 상징성을 살리고, 캐릭터의 개성을 살리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더했다.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연극 '연안지대'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안지대'는 서울시극단의 두 번째 레퍼토리로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인 와즈디 무아와드의 작품이다. 와즈디 무아와드는 우리나라에서 '그을린 사랑'(원제: 화염)으로 익히 알려진 작가다.

'연안지대'는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중 첫 작품이다. '윌프리드'는 어느 날 기억조차 희미한 아버지 '이스마일'의 부고 소식을 듣고, 아버지의 시신을 묻을 자리를 찾는다. 윌프리드는 어머니 '잔'의 곁에 아버지를 함께 묻으려 하지만 친척들의 반대로 아버지의 시신과 함께 아버지의 고향으로 떠난다.

극은 전쟁의 참혹함과 전쟁 이후 파편화된 삶을 이스마일이 남긴 편지와 보호자를 잃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교차해 보여준다. '시몬'은 남자친구를 잃고 마을에서 목이 터져라 노래를 부르며, '아메'는 실수로 아버지를 죽인 뒤 전쟁하는 어른들을 혐오한다. '사베'는 아버지가 눈앞에서 죽은 뒤 광기로 계속 웃는다. '마시'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뒤 친구들을 만나 엄마 같은 존재가 되며 '조제핀'은 전화번호부에 적힌 모든 이름들을 외우고 기록하며 죽은 이들을 기억한다. 이들은 윌프리드의 아버지를 매장할 '좋은 자리'를 찾아 함께 여행하고, 이스마일의 장례를 통해 전쟁으로 상처받은 삶의 아픔을 씻어낸다.

김 정 연출은 "(같은 작가의) '화염'은 어머니로서의 커다란 평화, 혹은 치유의 이미지였다면 이번 작품은 보잘 것 없고 떠돌아 다니는 삶을 살던 존재(이스마일)가 아이들의 여정을 통해 의미를 되찾는다"며 현 시대 속 '연안지대'의 의미를 짚었다.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극단 두 번째 레퍼토리 연극 '연안지대' 장면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서울시극단 두 번째 레퍼토리 연극 '연안지대' 장면시연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와즈디 무아와드의 작품은 인물이 많고 서사가 복잡하게 얽히며, 오버랩 등 영상 기법을 떠올리게 하거나 극 중 공간이 자주 바뀌는 등 독특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다. 김 연출은 극의 복잡한 구조 속 단순한 결과를 도출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연안지대'는) 현실적인 전개가 아니라, 죽은 아버지가 말을 하고 돌아다니는 판타지적인 연극이 기반된 작품"이라면서도 "어쩌면 그런 부분들이 훨씬 연극적으로 접근하기 어렵지만 좋았다고 여겼다"고 답했다.

이를 위해 김 연출은 원작의 연극적 장면을 남기되 같은 아픔을 공유하는 캐릭터들의 서사가 반복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각자의 개성을 살려 서사의 매력을 구체화했다. 극 초반의 리듬감 있고 빠른 흐름 역시 주제의 무게와 극의 균형점을 조절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김 연출은 "초반 도입은 연출로서는 재료를 관객들에게 솔직하게, 모자란 대로 보여주며 '나는 이렇게 진행하려 한다'고 소개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윌프리드나 이스마일의 슬픔은 2부에 나오는 슬픔과 결이 다르다. 개인적인 슬픔이라 생각하는데, 그런 것들이 작품의 주제에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관객들과 같이 갈 수 있도록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김 연출은 중점적으로 연출법을 고려한 요소 중 하나로 '이스마일의 시체'를 꼽았다. "계속 중요하게 논의한 지점은 '아버지(이스마일)'가 어떻게 존재할 것인가였다"며 "실제로 윌프리드가 안고 있는 짐 안에는 아버지가 들어 있지 않고 (인물로서) 아버지는 밖에 나와 있을 때, 어떻게 노화되고 퇴화되고 풍화되어 가는 과정을 무대에서 표현할지를 집중했다"고 답했다.

김 연출은 서사 외적으로도 다양한 요소를 가미했다. 김 연출은 극의 전체 이미지 중 하나인 물의 느낌을 홀로그램 필름에 조명을 투과해 구현했으며, 무대 및 언덕 등도 "사람이 손으로 깎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김 연출은 "전쟁은 벌어진 현상이 아니라 어떤 것이 파괴되었는지가 가장 다루어야 될 주제라고 생각한다"며 "이전에 어떤 아름다운 형태였는지 알아야만 파괴되고 상실됐을 때 우리가 고통을 느끼고 공감한다"고 말했다.

윌프리드 역을 맡은 이승우는 이스마일의 장례로 다른 아이들까지 상처를 풀어내는 '씻김' 과정에 대해 "윌프리드가 아버지만을 위해 고향으로 오는 것부터 시작해 결국엔 모든 아이들이 이스마일을 통해 자기 아버지를 떠올리고, 우는 모습을 보며 자기 아버지를 통해 또 다른 아픔들을 엿보고 씻어내는 과정이 이 작품 속 책임"이라고 답했다.

'연안지대'는 오는 30일까지 세종문화회관 세종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고선웅 서울시극단 단장이 예술감독을 맡았고, 김정 연출, 이태섭 무대 디자이너 등이 참여한다. 이스마일 역에 윤상화, 윌프리드 역의 이승우, 잔·기로몰랑 역의 최나라, 에밀·영화감독·와자안 역은 강신구, 젊은 아버지·프랑수아·검안의 역의 송철호, 시몬 역의 윤현길, 아메 역의 이미숙, 사베 역의 공지수, 마시 역의 정연주, 조제핀 역의 조한나 등이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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