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 제작발표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리앙 시우하이, 주재만 연출·안무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원진호, 이승용. 사진 = 세종문화회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 제작발표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왼쪽부터 리앙 시우하이, 주재만 연출·안무가,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원진호, 이승용. 사진 = 세종문화회관

국내 첫 컨템포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수장' 없이 우선 출발을 택했다. 첫 작품으로 낭만과 때묻지 않은 순수함을 비춘 '한여름 밤의 꿈'을 다음달 선보일 예정이다. 예술감독은 1년 내에 임명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 발표회는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 주재만 연출·안무가, 리앙 시후아이·원진호·이승용 무용수가 참석했다.

서울시발레단은 국내 3번째 공공 발레단이자 첫 컨텀포러리(현대) 발레단이다. 지난 4월 창단 사전 공연 '봄의 제전'을 먼저 선보였으며, 오는 8월 23일부터 25일까지 '한여름 밤의 꿈'으로 정식 출발한다. 이번 작품은 주 안무가가 총괄 진행하며, 별도의 예술감독(단장) 없이 진행된다.

이번 공연의 주역 '퍽' 역은 타이페이 국립예술대학·미국 키로프 발레 아카데미를 졸업해 유니버셜발레단 객원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리앙 시우하이가 도맡는다. 원 무용수는 서울시발레단의 올해 시즌 무용수로 참여하며,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발레)를 졸업한 후 Orlando Ballet 수석 무용수를 거쳤다. 이 무용수는 현재 슬로바키아 국립 발레 극장(The Ballet of the Slovak National Theatre) 종신 솔로이스다.

공연은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을 등장인물 중 하나인 '퍽'의 관점에서 재해석한 작품이다. 퍽은 숲을 지배하는 요정의 왕 '오베론'의 명령을 받아 왕비 '티타니아'에게 사랑에 빠지는 즙을 바르는 심부름을 도맡는 장난꾸러기 요정이다. 극의 주요 사건을 일으키는 인물로, 퍽의 실수로 인해 엉뚱한 사람들이 사랑에 빠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 안무가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세종문화회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주 안무가가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세종문화회관

주 안무가는 이에 대해 "(원작의) 상징 주제는 '사랑은 누구에게나 있고, 다른 모습과 시간으로 올 수 있다'라고 생각한다"며 "원작 속 퍽은 요정이자 실수가 많은 엉뚱한 인물인데, 나 역시 살아가며 많이 실수했고, 배웠으며, 퍽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요정이라 진실한 사랑을 가진 캐릭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퍽이 우리 모두가 가진 때묻지 않은 사랑을 상징하는 것 같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주 안무가는 퍽의 순수한 모습과 로베르트 슈만(Robert Alexander Schumann, 1810~1856)의 가곡 및 피아노곡들을 배치해 표현했다. 더불어 미국에서 활동 중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인 필립 다니엘(Philip Daniel)이 이번 작품을 위해 새로 작곡한 2곡을 무대에서 함께 라이브로 선보일 예정이다.

주 안무가는 "슈만은 사랑에 열정적이지만 번민이 많았다"며 "슈만의 인생이 깊게 와닿았고, 슈만의 곡이 발레에 적합하다고 여겨져 이번 작품과 잘 어울리겠다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 제작발표회에서 안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발레단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 세종문화회관
22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서울시발레단 창단공연 '한여름 밤의 꿈' 제작발표회에서 안 세종문화회관 사장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 세종문화회관

이날 질의응답에서는 장시간 공석으로 유지되고 있는 예술감독 채용 계획에 대한 질문도 제기됐다. 안 사장은 "국내 발레계에서도 우려와 기대를 함께 하고 있고, 예술감독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말들도 듣고 있다"며 "서울시립발레단은 컨템포러리 발레를 지향하고 (컨템포러리 발레 분야에서) 활동할 예정이기 때문에, (예술감독 선임까지) 길진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 사장은 "(국내 발레계가) 클래식 위주로 진행되다 보니 지도자들도 클래식 발레에 특화돼 있다"며 "전체적 상황을 봐서 적임자를 임명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데, 그러기 위해서는 공연하며 관객들 반응 등도 살펴야 한다"고 답했다. 안 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서울시발레단 예술감독은 1년가량의 기간을 두고 국내·외 발레 흐름 및 네트워크 등을 고려해 임명할 예정이다.

세 명의 무용수들도 각자의 소감을 말했다. 리앙 시후아이 무용수는 "(대만 출신이지만) 한국에서 17년 동안 활동하며 발레 커리어를 한국에서 쌓아 왔는데, 작년부터 프리랜서로 전향하고 처음에 많이 방황했다"며 "주 안무가의 이전 작품을 봤고, 주 안무가와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이 항상 있었는데 만날 수 있어 영광이다"라고 말했다.

원 무용수는 "세종문화회관 같은 큰 극장에서 공연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인생을 살며 몇 번이나 있을지 많이 생각해봤다"며 "지금까지 7주간 연습하고 있다, 8월에 공연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모습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 몸짓으로 표현할테니 많이 기대하고 많이 참여해 달라"고 말했다.

이 무용수는 "유럽에서 활동한 지 8년 정도 되어 한국에서 공연할 기회가 없었는데 좋은 작품과 좋은 기회로 한국 무대에서 다시 춤을 출 수 있어 설레이면서도 긴장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컨템포러리 발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것 같아 좋다"며 "리허설을 보는 내내에도 많은 감정들이 들었는데, 이 감정을 잘 정리해 무대에서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니 많은 관심과 사랑으로 바라봐 주길 바란다"고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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