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든링 게임실행 첫 화면. 
엘든링 게임실행 첫 화면. 

오픈월드는 많은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장르다. 드넓은 맵을 자유롭게 탐험하며 모험하고, 높은 자유도를 기반으로 선형식 스토리를 거부한채 비선형으로 유저 마음대로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그야말로 낭만이 있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최근 나오는 게임들의 대세이긴 하지만 오픈월드는 그만큼 개발이 어려워 아무 게임사나 뛰어들 수 없는 장르이기도 하다. 


일본, 오픈월드 장르에서 최강자로 '우뚝'...젤다의 전설에 이어 엘든링까지


원래 오픈월드 게임들은 유럽권이 강했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와우)', 'GTA' 등 많은 명작들이 유럽권 게임회사 손에서 탄생했다. 특히 와우는 2000년 초반 등장해 전세계에 MMORPG 광풍을 불러일으켰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흘러 무너진 모양새지만 당시엔 진정 모험하는 느낌을 들게 하는 혁명적인 게임이었다. 

유럽은 2015년 출시된 '위쳐3'를 통해 오픈월드 강국임을 만천하에 증명하지만 이후 다소 주춤한다. 맵이 온통 물음표로 가득하고 별 의미없는 퀘스트로 모험보단 숙제 느낌을 주는 유비소프트식 오픈월드에 게이머들은 지쳐버렸다. 다만 2018년 레드데드리뎀션 2라는 오픈월드 장르의 초명작을 출시하는 등 유럽은 여전한 오픈월드 장르의 강자라 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2010년 대 후반 들어 그동안 다소 주춤하던 일본이 오픈월드 장르에서 새로운 절대 강자로 등장한다. 2018년 등장한 닌텐도의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는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풍부한 상호작용을 바탕으로 오픈월드의 개념 자체를 바꿨다. 젤다의 전설을 따라 한 중국산 짭퉁 젤다인 '원신' 마저 전세계에서 인기를 끌 정도로 젤다의 전설은 완벽한 오픈월드로 메타크리틱 만점을 쓸어담았고, 지금도 초명작으로 자리메김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들어서는 '다크소울'을 개발한 일본 게임사로 유명한 프롬소프트웨어가 역사에 길이 남을 초명작을 세상에 선보인다. 바로 '엘든링'이다. 다크소울 시리즈가 워낙 명작이어서 엘든링에 대한 게이머들의 기대감은 원체 높았는데 이를 충족하고 남을 완벽한 게임성을 갖췄다. 대다수 외신들이 극찬하며 메타크리틱 97점을 기록했다. 발매 일주일 만에 PC(스팀) 게임 시장에서만 1000만 장 이상이 팔려나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엘든링을 직접 플레이하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위쳐3가 다크소울식 전투 시스템을 갖고 있다면 완벽한 게임이 될 것이란 얘기가 있을 정도로 다크소울의 전투 시스템은 완성도가 높았다. 다만 다크소울 시리즈는 오픈월드 게임이 아니었다. 비선형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는 있었지만 드넓은 필드를 제공하지는 못했었다. 

그런데 엘든링은 엄청나게 넓은 맵을 온갖 종류의 보상으로 가득 채우고 흥미로운 탐험이 가능토록 만들었다.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와도 결이 다르다. 젤다의 경우 드넓은 맵 수많은 사당에서 퍼즐을 깨야하는 비슷비슷한 로직이 존재했지만 엘든링은 모두가 다른 던전을 맵 곳곳에 숨겨놓았다. 

몬스터 디자인은 다크소울과 블러드본보다 더 진화했고, 호쾌한 타격감은 여전하며, 각종 전투기술과 마법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기자는 나이가 40을 훌쩍 넘겼고, 플레이 시간이 100시간에 달하는데도 탐험할 곳들과 각종 퀘스트들이 많이 남았다.

퀘스트 표시가 없는 등 불친절한 시스템은 여전하고, 'You die'로 대변되는 악랄한 난이도도 여전하며,  스토리도 원체 뭔 내용인지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엄청난 매력으로 다가온다. 2회차를 잘 안하는 성격인데 엘든링은 2회차를 할 것만 같다. 

비록 PC버전에서 최적화 지적이 있기는 하지만 엘든링을 게임성으로 깔 수는 없다. 일본은 엘든링을 개발한 프롬소프트웨어 보유국이다. 일본은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 이어 엘든링까지 오픈월드 장르의 최강자로 우뚝 섰다. 

공포 속에서 던전을 탐험하던 엘든링 뉴비는
공포 속에서 던전을 탐험하던 엘든링 뉴비는
185렙을 달성하고 지문석 방패를 장비한 죽지않는 망자가 됐다.(사진=기자 게임플레이 화면)
185렙을 달성하고 지문석 방패를 장비한 망자가 됐다.(사진=기자 게임플레이 화면)

한국도 오픈월드 강국이었는데 개발력 퇴화...프롬소프트웨어같은 회사는 나올 수 없나


이런 일본을 바라보며 부럽다는 생각과 함께 아쉽다는 생각이 동시에 교차한다. 

한국도 사실 오픈월드 강국이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로 전세계에서 거의 가장 먼저 MMORPG를 기반으로 한 오픈월드 게임을 내보냈고, 웹젠의 뮤도 리니지와 더불어 큰 인기를 누렸다. 엔씨소프트는 이후 아이온, 블래이드앤소울 등으로 연이어 대박을 터트린다. 그러나 현재의 K-게임의 모습은 대부분이 모바일 게임에 사장돼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렸다. 

물론 소수의 회사가 선전하고 있기는 하다. 스마일게이트의 MMORPG '로스트아크'는 2월 스팀에 출시된 후 동시접속자 수가 100만명 이상을 기록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와 달리 계속된 패치로 게임성이 점점 좋아지고 있다. 펄어비스도 '검은 사막'을 통해 오픈월드 게임 개발력을 입증받았다. 내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붉은 사막'은 MMORPG가 아닌 엘든링같은 오픈월드 액션게임이라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은다. 

하지만 이런 소수 회사를 제외하고는 많은 게임사들이 돈 벌이에만 매달리며 다 똑같은 모바일 게임만 찍어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엘든링처럼 장인정신을 갖고 만들어지는 게임들이 너무 드물어졌다. 프롬소프트웨어가 초명작 오픈월드 게임 엘든링을 개발하고 내놓을 때 다수의 한국 게임사들은 명작은 커녕 평균수명 3개월짜리 졸작들만 개발하고 내놓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를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과거 MMORPG로 오픈월드 장르를 개척했던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2, 리니지W 같은 리니지식 게임만 내놓고 있다. 게임사가 게임개발보다 돈 벌이에 치중한 결과 엔씨소프트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이 났다. 그러자 가상화페, 코인 등 시장에 잘 먹히는 카드를 들고 나온다. 엔씨소프트가 엘든링같은 오픈월드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절대 못한다고 본다. 

엘든링은 갑자기 혜성처럼 등장한 게임이 아니다. 프롬소프트웨어는 다크소울 시리즈로 오랜시간 충분한 개발력을 쌓았고, 엘든링이라는 웰메이드 작품을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게임사들은 모바일게임에만 함몰되면서 이런 오픈월드 장르의 게임을 만들 개발력을 상실했다. 요새는 중국보다도 게임 개발력이 떨어진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한국은 글로벌 문화 강국이 됐다. 음악부문에서 BTS의 등장으로 전세계에 K-POP 열풍을 불러왔고, 넷플리스 '오징어게임'으로 드라마 영화장르까지 전세계를 호령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에서는 과거의 게임강국의 위상을 찾기 힘들어졌다.  전세계 대세인 오픈월드 장르에서 장인정신으로 게임을 만드는 일본 프롬소프트웨어 같은 개발력과 추진력을 가진 한국 게임사를 바라는 것은 정녕 사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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