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프로젝트M'이 베일을 벗었다. 스토리 기반의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 콘솔게임 신작에 도점하는 점은 기대해 볼만 하지만 여러가지 우려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프로젝트M 주가부양 효과 제로...7일 지나보니 효가 전혀 없어
지난 7일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M의 첫 트레일러(Trailer, 예고편) 영상을 공개했다. 6일이 지난 현재 이 영상은 297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어느정도 화제를 모으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M으로 인한 주가 부양 효과를 전혀 볼 수 없었다. 6월 7일 44만1500원이던 엔씨소프트 주가는 영상을 공개하고 난 다음날인 8일 45만9000원으로 장을 마감하며 전일보다 1만7500원(3.9%) 올랐고, 9일에는 46만5000원으로 전일보다 1.3% 올랐지만 거기까지였다.
13일 오후 4시 기준 엔씨소프트 주가는 43만6500만원으로 전일보다 2만900원(4.5%)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을 공개한 7일보다도 오히려 주가가 더 떨어졌다. 엔씨소프트가 야심차게 프로젝트M이라는 처음 도전하는 장르의 게임을 선보였지만 주가부양 효과는 기대에 현저히 못미쳤다. '도깨비'가 처음 공개됐을 때 펄어비스가 떡상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이유는 프로젝트M에 대한 기대보다 우려되는 요소가 더 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엔씨소프트는 프로젝트 TL을 지난 3월 공개한 바 있다. 개발 중인 첫 콘솔 게임 영상이었다. 리니지의 엘든링 버전같은 느낌을 주는 게임으로 상자를 까는 모습이나 높은 곳을 도구를 활용해 올라가는 모습 등이 최근 인기를 끄는 콘솔게임의 특성을 반영했다. 많은 사람들은 엔씨소프트의 이런 시도를 모바일 게임에서 탈피한다는 측면에서 높이 샀다.
프로젝트M은 프로젝트TL 다음으로 공개한 개발 중인 콘솔게임이다. 그런데 이 장르는 생각치도 못한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였다. 모두 알다시피 엔씨소프트는 리니지를 필두로 MMORPG만 주구장창 만들어왔다. 이런 장르를 엔씨소프트가 시도할 것이라고 생각치도 못한 게 사실이다. 콘솔게임으로 개발되는 데다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TL보다 더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기대보다 우려 커...참신함 제로에 그래픽, 스토리, 과금요소 등 우려 가득
그러나 효과가 없었던 주가에 나타났듯이 프로젝트M은 현재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게임이다.
첫번째 이유는 엔씨소프트의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로의 도전은 환영할 만 하나 전혀 참신하지 않다는 점이다.
인터렉티브 무비 게임은 흔히 과거 어드벤처 게임 장르에서 자주 보였던 방식으로 끊김없는 풀 모션 비디오를 사용하며 특정 상황에서 특정 버튼이나 커맨드를 입력하는 식으로 진행되는 게임을 말한다.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은 무려 1982년도에 나왔다. 1990년대 중후반부터 쇠퇴하면서 차후에는 거의 멸종됐으나 2010년대 들어 워킹데드, 헤비레인, 언틸던, 비욘드 투 소울즈,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 등 명작들이 나오면서 부활한 장르다.
특히 가장 최근에 나온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인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전세계 판매량이 2020년 8월에 500만장을 넘기면서 히트를 쳤다.


프로젝트M 영상을 보면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이 많이 생각났다. 어차피 이런 장르의 게임들은 선택지가 강요되기에 당연히 비슷할 수 밖에 없지만 선택지의 UI가 너무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을 닮아있다. 2010년대 후반들어 상당한 게임성을 지닌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유저들의 눈을 높여놨고, 참신하게 느낄 여지가 적다.
그래서 프로젝트M도 식상했다. "한국인이라면 엔씨소프트가 이런 장르를?" 하면서 놀랄 수 있겠지만 콘솔은 글로벌 유저들을 공략 대상으로 한다. 엔씨소프트를 모르는 글로벌 유저들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게 없다는 얘기다.
두번째는 그래픽이다.
프로젝트M도 물론 상당한 그래픽을 자랑했다. 엔씨소프트는 언리얼 엔진5를 기반으로 한 실사 수준의 고품질 그래픽과 연출력도 감상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영상을 다 본 필자 입장에서는 2018년 나온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좋다는 느낌은 받을 수 없었다. 더 큰 문제는 이 게임은 2024년에야 나올까 말까 한다는 점이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보다 6년 뒤에 나오는 게임이다. 그런데 이 정도 그래픽으로 우수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더욱이 사전공개 영상이 실제 게임 플레이 화면이라고 믿기도 어렵다. 엔씨소프트는 게임 출시 전 공개하는 영상에서 놀라운 그래픽을 선보이기로 유명했다.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 전 게임 소개 영상에서 머리결이 찰랑거리고 실사에 가까운 여성캐릭터 그래픽을 선보였으나 정작 게임 출시 이후에는 찰흙인형과 진배 없었다. 이번에 공개한 게임 그래픽이 실제 게임이 나왔을때 똑같을 것이라고 믿기 힘들 뿐더러, 똑같다고 해봤자 앞으로 2년 뒤에 나올 다른 AAA급 게임 그래픽에 비비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세번째는 과연 엔씨소프트가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에서 유저들을 만족시킬 정도의 스토리를 선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인터랙티브 무비 장르는 그래픽도 중요하지만 스토리가 가장 중요하다. 열심히 참고하고 있을 것으로 보이는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의 경우 세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그 주인공들은 저마다 각자의 가슴아픈 스토리를 갖고 있었고, 인간과 기계간의 갈등을 유저들이 게임을 통해서 잘 느낄 수 있도록 제작했다. 엔딩도 여러가지고 각종 분기점을 만들어 여러 차례 플레이할 수 있는 요소도 만들었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스토리 첫 구상때부터 무려 7년이 걸렸고, 각본 완성에만 2년, 촬영에는 1년 이상이 걸렸다. 엄청난 공을 들여서 만들었음에도 장르의 한계상 500만장 이상 판매에 그쳤다. 그래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일단 플레이 해 본 유저라면 만족할 만한 작품이었다.
문제는 엔씨소프트다. 엔씨소프트는 스토리 기반의 게임을 제대로 만든 적이 없다. 과거 블레이드앤소울1의 경우 스토리에서 호평을 받은 적도 있지만 이후의 행보는 제로다. 리니지W의 경우 스토리를 강조하기도 했으나 유저들은 스킵하기 바쁘다. 양산형 그래픽과 스토리에 유저들이 집중할 만한 요소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한다. 이런 게임만 만들어온 엔씨소프트가 스토리가 가장 중시되는 인터랙티브 장르를 만들었을 때, "많은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2분 35초 정도인 이 게임 최초 공개 영상에서 보여진 스토리는 '복수'다. 아내로 보이는 여자주인공이 폭탄사고로 죽고 이를 복수하는 스토리인 것 같은데 너무나도 단순하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복수 주인공 체제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한명의 주인공만 선택해서 플레이하는 게임에서 단순히 선택화면만 보여주는 것으로 주가가 떡상했을 것으로 기대했다면 오판이다.
네번째는 과금 요소다. 벌써부터 선택지에서 과금을 요구할 것이라거나, 다양한 분기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과금을 하도록 유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실정이다.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은 기본적으로 과금 요소가 존재할 수가 없다. CD나 디지털 게임을 판매하는 것이 게임사로써 수익의 전부다. 제작비는 여타 게임보다 더 들어간다. 그런데 리니지M 만으로 5년이 넘는 기간동안 가챠식 운영으로 막대한 수익을 올려온 엔씨소프트가 이런 혜자게임을 낼 것이냐 의견이 왈가왈부하고 있다. 그래서 인터랙티브 무비 게임장르 최초로 희한한 과금체제가 도입될 가능성을 게이머들은 우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적할 부분은 아니길 바라지만 치명적인 부분이다. 엔씨소프트가 주가 부양용으로 이 게임 영상을 비춰줬을 가능성이다. 엔씨소프트는 주가가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다. 100만원이 넘었던 주가가 40만원 대다. 이를 막기 위해 개발 중인 게임을 무리해서 보여줬을 가능성이다. 이렇다면 이 게임은 출시도 안될 가능성이 있다. 왜냐면 영상을 공개했는데도 주가 부양 효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제작하는데 돈이 많은 드는데 출시 이후 돈을 리니지 시리즈처럼 벌어들일 가능성도 적다. 그렇다면 출시조차 안할 가능성이 있다.
이미 엔씨소프트는 지난 2월 팡야M 개발을 중단했다. 팡야M은 골프게임계의 리니지처럼 만들 것이란 예상이 파다했으나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 등 잇따른 리니지류 게임들의 참패로 개발이 중단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다른 출시되지 않은 게임 사례들도 많다. 여차하면 아예 출시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프로젝트M의 최초 공개 영상은 인상적이었다. 다른 게 아니라 대사였다. 한국 시내 풍경을 보여주고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는 여주인공(?) 모습을 보여 준 뒤 "만약에 말야"라는 대사가 등장한다.
이 만약에 말야는 2012년에 발매된 노을 멤버 전우성 씨의 노래다. 영상에서 만약에 말야로 시작하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필자 입장에서 이 부분만 참신했다. 노래 음률과 가사가 자동적으로 떠오를 정도였다. 이 외엔 전술했던 대로 우려가 앞선다.
물론 엔씨소프트의 새로운 도전을 환영한다. 그렇기에 이 게임이 안나오길 바라지 않는다. 한국에서도 정말 훌륭한 그래픽으로 무장하고, 쩌는 스토리를 가진 인터랙티브 게임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렇기에 우려가 크지만 엔씨소프트를 응원하기로 했다. 그렇기에 이 글도 나오지도 않은 게임을 막연히 깐다는 느낌이 아니라 나올 수 있는 우려를 미리 알려줬다는 정도로 엔씨소프트가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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