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계임업계의 가장 큰 이슈라면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대규모 환불사태라고 할 수 있다. 미래시 게임인데도 일본과 다른 카카오게임즈의 미숙한 운영과 "고객 개별의 선택"이라고 말하는 운영자들에게 분노한 유저들이 대규모 환불을 추진 중에 있다. 

이와 다른 이유로 유저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으며 단체소송 위기에 휘말린 또 다른 게임사가 있으니 바로 엔씨소프트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유저들 396명이 태연합을 구축해 엔씨소프트에게 프로모션 퇴출을 주장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며 단체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 3년간 결제한 과금액은 총 600억원에 이르며,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주가는 최악의 하락장에서 단체소송 이슈까지 맞물리며 속절없이 하락세다. 엔씨소프트 주가는 23일 오후 1시 35분 기준 전일보다 1만3000원(3.75%) 하락한 33만4000원까지 떨어졌다. 2021년 초 100만원이 넘었던 주가가 1년 반 만에 1/3 토막이 났다. 

판교 사옥 앞에 늘어선 리니지M 트럭시위 현장.(사진=유튜브)
판교 사옥 앞에 늘어선 리니지M 트럭시위 현장.(사진=유튜브)

엔씨소프트는 어떻게 BJ 프로모션을 진행하게 됐나?


이런 상황에서 엔씨소프트의 잘못을 비호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억울할 법도 한 부분이 있다. 바로 BJ 프로모션을 가장 늦게한 게임사는 엔씨소프트라는 사실이다. 리니지를 따라한 수많은 게임들이 BJ 프로모션으로 재미를 볼 때 엔씨소프트는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게임사들 중 가장 늦은 지난해부터 시작한 BJ 프로모션이었는데 왜 우리만 이토록 비난을 받는가에 대한 원초적 질문이 생길 수 있다. 이 글은 그에 대한 답변이다. 

취재해 온 결과를 종합하면 엔씨소프트는 사실 오랜 기간 BJ 프로모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을 지난 2017년 6월 출시한다. 이 게임은 그야말로 한국 모바일 게임 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킨다.

출시된 지 5년이 지난 게임이 지금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라는 사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모바일게임으로 떼돈을 벌 수 있구나라는 사실을 처음 입증해 준 게임이 리니지M이다. 후속타로 엔씨소프트는 2019년 11월 리니지2M을 추출시하며 기세를 이어간다. 막대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내며 엔씨소프트 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때만 하더라도 엔씨소프트는 BJ 프로모션을 할 생각도, 계획조차 없었다. BJ 프로모션을 처음 시작한 게임사는 엔씨소프트가 아닌 리니지식 아류작을 낸 다름 게임사들이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대성공하자 한국 게임사들은 너도나도 리니지식 게임들을 개발하고 쏟아낸다. 이들은 후발업체 입장에서 '인기많은' 게임으로 위장하기 위해 BJ나 유튜버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한국에는 수많은 게임 BJ들과 유튜버들이 존재하며, 그 중에는 모바일게임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유명 BJ들이 존재했다. 이들을 중심으로 한 BJ 프로모션은 게임사와 BJ 모두에게 큰 수익을 안겨다 준다. BJ 인기에 따라 기간을 정하고 수억, 수십억 단위로 지급하는 BJ 프로모션은 BJ들의 '밥줄'이 됐고, 게임사들은 리니지식 뽑기 게임을 주구장창 뽑아낸 후 BJ들로 하여금 뽑기방송과 해당 게임방송을 진행하게 하면서 일반유저들에게 뽑기 현질을 유도했다. 

이를 통해 재미를 본 게임들은 너무도 많지만 대표적인 예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이다. 2021년 6월 출시하면서 인기 BJ들과 유튜버들이 너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이 게임의 뽑기방송을 진행했다. 물론 BJ 프로모션 계약을 맺은 BJ 들이었다. 이런 방송을 보고 자극을 받은 핵과금 유저들, 이른바 린저씨들이 인당 수천, 수억원을 과금해 주면서 꽤 오랜 기간 리니지 형제를 뒤로 누르고 1위를 이어가는 기염을 토한다.  

이득을 보는 자가 있으면 손해를 보는 자가 있기 마련이다. 문제는 BJ 프로모션 때문에 일반 유저들은 모두가 손해를 본다는 점이다. BJ들은 론칭 전후 유저들에게 게임을 더 알릴 수 있는 홍보수단 역할로서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존재지만, 실제 게임 서비스 중에 게임사가 지원을 계속하면서 일반 유저들과 격차를 벌림과 동시에 게임 내 밸런스를 파괴시킨다. 이로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유저들이 뒤집어 쓴다. 

애초에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BJ가 개인돈으로 뽑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소비자들도 아직 많다. BJ들은 게임사가 준 거액의 금액 상당비중을 게임에 쓴다. 당연히 BJ들은 손쉽게 랭커가 되고, 일반 유저들을 학살한다. 리니지식 게임은 경쟁 PVP가 주인 게임이다. 강자가 그만큼 대접받는 곳이다. 학살당한 돈 많은 유저들은 이를 따라가기 위해 과도한 현질을 이어간다. 시작부터 공정한 경쟁이 될 수 없는 판을 게임사가 BJ 프로모션을 통해 만들어왔다는 얘기다. 

엔씨소프트는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리니지M과 리니지2M에 대한 BJ 프로모션을 하지 않았었다. 모바일 게임계의 혁명이었고, 이를 하지 않아도 매출이 잘 나왔기 때문이다. 또 BJ나 유튜버들을 신뢰하지 않는 사내 의견도 강했다. 어떤 BJ는 프로모션을 받으면 광고방송을 하지만 프로모션이 끝나면 대차게 해당게임을 까고 환불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었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파트너로써 함께 가기 어렵다는 사내 의견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은 지난해부터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서비스한지 3~4년이 넘어가고 있는데 리니지식 경쟁게임들이 너무 많이 출시되며 충성고객들 이탈이 이어진다. 엔씨소프트는 '귀여운 리니지'라고 불렸던 '트릭스터M'에 기대를 건다. 어린 고객들을 리니지 세계로 끌어들여 미래 고객을 확보하는 한편,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트릭스터M은 2021년 5월 출시 후 부족한 게임성과 하드코어한 BM으로 실패하고 만다. 

그리고 2021년 6월 카카오게임즈의 '오딘:발할라 라이징'이 출시된다. 리니지 형제들과 게임성은 도찐개찐이었지만 더 좋은 그래픽과 다소 덜 하드코어한 현질요소, 그리고 리니지 시리즈에 질린 린저씨들이 오딘으로 대거 이탈하며 엔씨소프트의 위기가 가속화된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극적 반전을 노린 게임은 '블레이드앤소울2'였다. 블레이앤소울2는 전작인 1편이 워낙 명작이었기 때문에 수많은 유저들의 기대를 받았다. 

오딘의 맹렬한 추격과 트릭스터M의 실패로 위기가 한창이었던 엔씨소프트는 이 때 처음으로 BJ 프로모션에 손을 댄다.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8월부터 블레이드앤소울2 BJ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바로 두 달전 오딘이 BJ 프로모션으로 대성공하면서 우리도 BJ 프로모션을 해야한다는 사내 논리가 강화됐다. 

하지만 처음 BJ 프로모션까지 진행했음에도 블레이드앤소울2는 실패했다. 광고와는 너무 다른 부족한 게임성과 리니지 시리즈와 거의 비슷한 BM구조에 유저들은 크게 실망했다. '명작을 망쳤다'는 압도적 비판까지 함께 왔다.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의 실패로 엔씨소프트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됐다. '리니지W'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게 된다. 11월 리니지W가 출시되고 엔씨소프트는 블레이드앤소울2에서 했던 BJ 프로모션을 더욱 강화한다. '진짜 대세'처럼 보이는 게임이 되기 위해서였다. 당시 수많은 BJ들과 유튜버들이 리니지W 뽑기 방송을 진행했다.

리니지는 역시 리니지였다. 리니지W는 결과적으로 대성공을 거두며 엔씨소프트를 기사회생시킨다. 리니지W는 구글플레이스토어 1위 탈환은 물론, 출시한지 10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매출 상위권을 기록하며 엔씨소프트의 실적을 책임졌다. 

리니지W와 BJ 프로모션으로 재미를 본 엔씨소프트였지만 문제는 또 있었다. 바로 리니지W의 '자기 고객 잡아먹기'다. 린저씨들은 수가 제한적이다. 젊은 유저들은 부족한 게임성과 좋지 않은 그래픽, 하드코어한 BM의 리니지 게임들을 좋아하지 않아 신규 유저들이 들어오지 않고 있는데 자기복제식 리니지 시리즈가 주구장창 출시되니 리니지W 출시로 인한 리니지M과 리니지2M 매출 감소는 필연적이었다. 

이를 막기 위한 대처 중 하나가 BJ 프로모션이었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하지 않았던 리니지M과 리니지2M BJ 프로모션까지 올해부터 시작하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현재 대규모 단체소송 위기까지 처하게 된 배경이다. 


BJ 프로모션 이슈가 본질적인 문제가 아냐...유저들이 기회줄 때 "바뀌어야 한다"


 단체소송을 추진하는 유저들은 "리니지는 유저들이 세력을 형성하고 그 세력을 기반으로 다른 세력과 전투를 하는 전쟁을 기반으로 하는 상대 경쟁 게임으로 경쟁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공정'이라며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특정 인원들에게 프로모션이라는 이름으로 거액의 비용을 지불하며 공정해야 할 이 경쟁에 직접 개입했다"고 지적한다.  

또 "광고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이 행동은 결국 도박판의 호구를 앉히는 바람잡이처럼 경쟁을 극대화시켜 자신들의 수익을 촉진시키는데 이용됐다"며 "이로 인해 순수하게 자신의 비용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의 권리는 침해당했으며 엔씨소프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엔씨소프트는 여전히 프로모션이라는 이름 하에 유저간 경쟁에 직접 개입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틀린 얘기가 하나도 없다. 

엔씨소프트 입장에서 억울해보이는 포인트는 BJ 프로모션을 거의 가장 늦게 했는데 단체소송 등 힘든 일에 휘말리는 자신들의 처지다. 리니지식 게임을 낸 건 정작 자신들인데 리니지 아류작들이 BJ 프로모션으로 재미를 본 것은 다른 게임사들이었다. 본인들도 코너에 몰려 어쩔 수 없이 BJ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인데 다른 게임사들보다 훨씬 큰 비난을 받으며, 트럭시위는 물론 단체소송 위기까지 봉착했다. 개인판단에 따라 억울함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 엔씨소프트는 이상한 해명을 했다. 전형수 PD와 이학주 실장, 그리고 리니지2M의 개발 총괄을 맡고 있는 백승욱 본부장 지난 8월 방송을 통해 "방송이나 업로드 비용에 대해 협찬하게 되고, 리니지2M에서는 어떤 크리에이터에게도 관련된 요청이나 일체의 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방송이나 업로드 비용에 대해 협찬했다고 하면서 일체의 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서 엔씨소프트 내부에서 이를 인정하고 반성하려는 의견이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과 리니지2M BJ 프로모션을 대부분 중단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 지점에서 지목해야 하고 엔씨소프트가 알아야할 사실이 있다. 리니지M과 리니지2M 유저들이 과연 BJ 프로모션 때문에 단체소송까지 가게됐느냐는 점이다. 결단코 아니라고 본다. 그동안 쌓이고 쌓였던 유저감정이 폭발했다고 봐야 한다. 그동안 엔씨소프트가 유저들 상대로 해왔던 행동들이 '업보'를 쌓은 것이다. 

기자는 8월 말 '엔씨소프트의 끝없는 유저 기만...원인은 엔씨의 '유저 비존중'과 '린저씨'들'이란 기사를 개제했었다. 엔씨소프트의 수많은 말 바꾸기와 말장난, 유저들을 존중하지 않은 태도 등이 BJ 프로모션과 맞물려 폭발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아무리 유저기만을 해도 질러줬던 '린저씨'들이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며 들고 일어 선 것이다. 

따라서 엔씨소프트가 이번 사건을 또 다시 단순한 헤프닝으로 넘기는 태도를 보여서는 매우 곤란하다. BJ 프로모션이 도화선이 됐을 뿐 종합적인 문제들은 여전히 그대로 존재한다. 

단체소송을 추진 중인 리니지M, 리니지2M 유저들은 성명서를 통해 "국내 게임업계는 자신들이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형편없는 고객 대우로 많은 지탄을 받고 있고, 규제의 사각을 이용해 도박판에 준하는 확률형 아이템 등으로 유저를 기만하고 있다"며 "오랜기간 방치된 이런 문제들이 이젠 트럭 시위와 소송을 불사할 수 밖에 없을 정도에 이르게 됐다. 이제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회와 유관기관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 문제를 들여다 봐 줄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당장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조만간 있을 국정감사에 불려나올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유저들의 "변해야 한다"는 얘기는 명령이 아니라 말장난 등 유저기만 하지 말고 공정하게, 제대로 운영해 주며 할만한 게임을 만들어 달라는 유저들의 간곡한 요청이다. 엔씨소프트에게 주는 유저들의 마지막 기회다. 지친 유저들이 떠나버리면 더 이상 기회는 없다. 유저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환골탈태하는 엔씨소프트가 될 마지막 기회, 그 '골든타임'은 지금도 속절없이 지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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