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니지W 티저 이미지.(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W 티저 이미지.(엔씨소프트 제공)

한국 모바일게임이 과도한 현질요소로 소비자들로부터 점점 외면받고 있다. 1년 만에 모바일 게임 이용자수가 급감하고, 엔씨소프트가 사운을 걸고 낸 리니지W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5위로 밀려나며, 출시한지 5년이 지난 리니지M이 아직도 1위인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리니지식 모바일 게임에 한달에 수십에서 수백, 수천을 질러댔던 '린저씨'들이 점차 나이가 들며 뒤안길로 물러나고, 합리적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전면에 나오면 상황은 더더욱 암울해질 것으로 보인다. 


과도한 현질요소에 지쳐 모바일 게임판 떠나가는 유저들


자료: 아이지에이웍스
자료: 아이지에이웍스

아이지에이웍스가 운영하는 모바일인덱스가 28일 발표한 '모바일 앱 게임 시장'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모바일 게임 전체 사용자 수는 2290만명으로 2560만명이었던 지난해 6월보다 270만명 감소했다. 1년 만에 모바일 게임 사용자 수가 10.6% 급감한 것이다. 

롤플레잉 게임이 25.9%로 가장 낙폭이 컸고, 액션 게임(21.7%), 시뮬레이션 게임(19%) 순으로 사용자 수가 줄었다.

전체 모바일게임 월별 매출도 지속해서 감소 추세다. 리니지W가 출시된 지난해 11월 7500억원에 달했던 모바일게임 월별 매출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향곡선을 그리며 5월 6000억원 대로 내려앉았다. 

모바일 게임 장르 중 롤플레잉 비중이 67.3%에 달했다. 가챠식 현질요소로 무장한 리니지식 게임들이 여전히 득세다. 하지만 위 통계에서 보듯 약빨이 빠지기 시작했다. 

모바일게임 이용자 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간단하다. 과도한 현질요소에 유저들이 지쳐서다. 중심에는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있다. 

지난 2017년 6월 리니지M 등장 이후 모바일게임의 판도는 완전히 바뀐다. 리니지M은 출시 1년 만에 1조5000억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하며 단일 모바일 게임으로서는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했고, 심지어 지금도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다. 변신뽑기, 펫, 아인하사드 등 하드코어한 현질요소로 무장하고, 길드 대 길드, 서버 대 서버 등 쟁 요인을 넣어 현질욕구를 극대화시킴으로써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엔씨소프트는 2019년 리니지2M을 출시하며 화룡점정을 찍는다. 두 게임은 지난 3년간 매출순위 1, 2위를 번갈아가며 독식했다. 리니지M 등장 이후 이를 따라한 리니지식 게임들이 모바일 판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나온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경우 리니지 형제를 턱끝까지 쫒아오기도 했다. 트릭스터M과 블레이드앤소울2를 야심차게 선보였으나 유저들로부터 외면을 당하고 주가가 하락하며 위기감을 느낀 엔씨소프트는 마지막 리니지라며 지난해 11월 리니지W를 출격시킨다. 

그러나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면 피로감을 느끼기 마련이다. 유저들은 극심한 현질요소에 지쳐가기 시작했다. 무과금으로는 리니지식 게임을 하기가 사실상 어렵단 점을 대다수 유저가 알게 되면서 신규 유저 유입은 줄어들고, 모바일 RPG 시장은 이른바 '고인물' 잔치가 돼 버렸다. 

엔씨소프트 등 게임업체 입장에서 '믿을맨'이었던 린저씨들도 여러 사정들로 지갑을 닫는 추세다. 이는 리니지W의 부진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다. 리니지W가 가챠식 모바일 RPG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전조다. 


리니지W 반년 만에 1위에서 5위로 내려와...매출 하향세 '뚜렷'


6월 29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리니지W는 5위까지 순위가 하락했다. 
6월 29일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 리니지W는 5위까지 순위가 하락했다. 

리니지W는 지난해 11월 출시하자마자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하며 승승장구했다. 이후에도 약 반년간 1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6월 말 들어 순위가 조금씩 하락하더니 29일 기준 5위까지 매출 순위가 하락했다. 출시된지 5년이 지난 리니지M이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리니지W는 1분기 일평균 매출액이 약 42억원이었으나 2분기에는 25억원 수준으로 절반가까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순위에서 리니지W에 이어 6위인 리니지2M은 2분기 매출이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이 과거 전성기에서 한참은 내려온 리니지M만이 1분기와 비슷한 수준의 매출을 유지할 뿐이지, 리니지 형제들이 모두 고점에서 내려오고 있다. 이런 매출하향세는 3분기, 4분기 시간이 갈수록 점점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리니지W는 작년 11월 엔씨소프트가 사활을 걸고 낸 신작이다. 그런데 불과 반년 만에 약빨이 빠지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자 엔씨소프트는 26일 20시에 공식 리니지W 유튜브 채널을 통해 '스튜디오W 생방송'을 진행하며 이런저런 업데이트 계획을 밝표하며 유저들 사로잡기에 나섰다.  

리니지W의 매출 하락세는 기존 린저씨들의 이탈과 기대에 못미친 글로벌화, 신규 유입 감소가 가장 크지만 최근 종료된 BJ 프로모션 계약도 영향을 끼쳤다. 

엔씨소프트는 다수의 BJ들과 리니지W 프로모션 계약을 맺고 비용을 지불해왔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나면서 소수를 제외한 BJ들과의 프로모션 계약을 종료했다. 강정수 사업실장은 " 계속 운영하다 보니 기업의 입장에서 마케팅 효율을 생각하면 금액을 간과할 수가 없었다. 결국 이번 3분기를 들어서며 많은 분과 계약 해지를 할 수밖에 없었다. 마케팅 효율이라 했지만 비제이 잘못이라기보단, 점점 전투도 잦아들고 비제이분들도 보여줄 콘텐츠가 없다며 고민을 토로하는 등 여러 에러 사항이 발생했었다"고 토로했다. 

BJ들이 뽑기 컨텐츠를 진행하며 리니지W의 1위 성공신화에 상당한 보탬이 된 것이 사실이다. 문제는 이들 다수의 프로모션 계약이 종료되면서 BJ들이 속속 더 이상 리니지W를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게임스트리머들이 프로모션이 없으면 게임을 안한다고 한다. 이제 엔씨소프트는 신작출시 때 마다 프로모션 비용으로 그 전 게임비용과 같거나 더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악례(惡例)를 남기게 생겼다. 

이제 뽑기식 현질요소로 무장된 모바일 RPG 게임의 전성시대는 사라져 가고 있다. 엔씨소프트를 비롯한 국내 게임사들이 콘솔게임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점도 이와 무관치 않다. 자신들도 모바일 P2W 게임의 지속적 호황을 자신하지 못하고, 콘솔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주로 30, 40, 50대로 구성된 린저씨들이 나이가 들어가도 현재와 같이 계속 리니지에 과금을 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통계로 증명되고 있다. 린저씨 대신 합리적 소비를 추구하는 MZ세대들이 게임시장 전면에 나서면 리니지식 게임들은 더욱 더 시장의 외면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리니지식 모바일 RPG 전성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을 때, 한국 게임사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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