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하면서 금융권이 소비자보호 강화 정책방향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이재명 정부의 금융개혁 과제인 '편면적 구속력" 제도가 현실화하면 은행·보험·증권 모두 영업 위축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번진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3일 이찬진 금감원장 공식 취임 이후 은행·보험·증권 등 금융권에선 이 원장 감독 정책 방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이 원장은 서울대 법대 출신으로 민변 부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거치며 금융소비자 권익 보호 활동에 힘써왔다. 금융권은 이번 인사가 "소비자 중심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신호로 보고 있다.
당장 이 원장이 민변 출신이라는 점이 핵심으로 거론된다. 민변은 집단소송과 불완전판매 제재 등 소비자 권익을 강조해온 단체다. 금융권은 새 원장이 분쟁조정 권한 확대와 소비자보호 강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이력을 고려해 '편면적 구속력' 제도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편면적 구속력은 소비자 동의만으로도 분쟁조정안이 강제력을 갖게되는 제도다. 해당 제도가 시행되면 금융회사는 분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 은행·보험·증권 모두 영업 축소 가능성을 우려하는 이유다.
소비자 동의만으로 효력…'편면적 구속력' 제도 핵심
현재 제도는 분쟁조정위원회의 조정안을 양 당사자가 모두 수락해야 법적 효력이 발생한다. 그러나 편면적 구속력이 도입되면 소비자 동의만으로 효력이 생긴다. 국정기획위가 제시한 소액사건 기준은 1000~2000만원 수준으로 실제 금융상품 판매 상당수가 적용 범위에 포함될 수 있다는 게 금융업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ELS 사태 때도 피해액 대부분이 2000만원 안팎이었다"며 "이 기준대로라면 거의 모든 분쟁이 대상이 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의 우려는 현실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취지는 공감하지만 펀드나 파생상품은 구조적으로 손실 위험이 존재한다"며 "예상치 못한 피해까지 은행이 떠안게 되면 충당금 부담이 늘고 위험가중자산(RWA)관리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자이익 규제가 강화된 상황에서 비이자이익 확대를 추진 중인데, 손실 책임을 피하려 영업력까지 축소되면 사실상 수익 다변화가 막히는 셈"이라고 토로했다.
보험업계도 입증 책임 쏠림을 우려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분쟁조정 권한이 한쪽으로 기울면 언더라이팅 과정이 보수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며 "소비자 권리 보장은 필요하지만 악성 민원이 제도를 악용하면 도덕적 해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악용을 막을 보완 장치가 없다면 오히려 분쟁이 확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 일부는 심리적 위축을 피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법률가 출신 원장이 투자상품의 본질적 리스크를 이해한다면 불합리한 규제보다는 불법 행위 억제에 무게를 둘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한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투자상품은 본질적으로 손실 가능성을 내포한다"며 "금감원장이 이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시장 질서를 해치는 불법 요소를 막아 증권사 성장 환경을 정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업권 전반에서는 아직 신중론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현실화되거나 가이드라인이 내려온 것은 없다"면서도 "다만 걱정거리가 하나 더 생긴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찬진 원장은 "(저는) 과격한 사람이 전혀 아니다"라며 업권을 진정시키는 메시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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