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사진=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을 둘러싼 다주택·증여 논란이 '내로남불' 이미지로 번지면서 금융감독 체계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피감독기관들도 볼멘소리를 내면서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가 크게 꺾였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3일 금융권 전반에서는 금융감독원을 향한 우려의 목소리가 깊어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당국 조직개편 불확실성에 따른 내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찬진 금감원장의 다주택·증여 논란이 확대되면서 감독기능과 자격 요건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이찬진 금융원장이) 취임 당시 부채와 주택가격 사이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고 하신 분이라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생기는 게 사실"이라며 "공정한 거버넌스도 강조하셨는데 피감독기관으로서는 공정의 범위나 기준이 오히려 모호해진 것 같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최근 서울 서초구 우면동 대림아파트 한 채를 시세보다 4억원 낮은 18억원에 급매했다. 이 원장은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대림아파트 두 채를 보유해왔다.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주택 논란이 불어지자 급매로 내놓으면서 거래가 성사됐다.

문제는 이 원장이 과거 참여연대 활동 당시 "헌법에 다주택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 주장했다는 점이다. 2017년 외부 강연에서 "다주택 보유자는 성격 같아서는 금지 조항을 넣고 싶다"고까지 말했던 발언도 뒤늦게 알려지면서 '내로남불' 비판이 쏟아졌다. 

매각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이 원장은 국감에서 "자녀에게 양도하겠다"고 답해 또 다른 논란을 촉발했다. 청년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감원장이 자녀 증여로 다주택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는 비판이 일자 "증여하지 않고 처분하겠다"고 사과했지만, 매물로 내놓은 가격이 시세보다 4억원이나 높아 매각 의지를 놓고 논란이 일었다. 

이 원장 취임 전부터 피감독기관 사이에서는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민변 부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거쳐 소비자 중심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 아래 '편면적 구속력'이 강화될 것이란 우려였다. 당시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소비자 권리 보장은 필요하지만 악성 민원이 제도를 악용하면 도덕적 해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 내부 반발에 직원 사기까지 '최악'


이 원장 취임 직후인 지난 9월에는 금감원 조직 개편을 둘러싸고 사상 초유의 내부 반발이 일어났다. 전체 직원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700여명이 검은 옷을 입고 출근길 시위를 벌였다. 조직개편 논의는 철회됐으나 금감원 내부 반발에 따른 피로가 미처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원장을 둘러싼 논란이 터지며 금감원 직원들 사기가 크게 꺾였다는 평가다.

금감원 직원들의 사기 문제는 이복현 전 원장때부터 불거져 나왔다. 금융당국 안팎에서는 "인력은 없는데 원장이 치적을 쌓으려 과도한 검사를 진행한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이 전 원장 체제에서는 이 전 원장이 던진 메시지에 비해 피감독기관들의 제재수위가 예상보다 경감되는 일들이 잦았다. 

열악한 처우에 지친 금감원 직원 다수는 피감독기관이나 로펌으로 이직 러시를 단행했다. 여기에 이찬진 원장은 취임 직후 임원들의 사표를 모두 제출받았다. 다만 조직개편 백지화 이후 임원들 대부분이 유임하고 새 인사는 현재 공백을 메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핵심은 조직 내부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점이다. 피감독기관들은 금감원의 인력 교체와 정책방향의 비일관성으로 이미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감독기관 인사 방향성도 불투명하면서 피감독기관에는 경영승계 절차를 운운하고 있다"면서 "이번 국감에서 잡힌 내로남불 이미지를 벗기 쉽지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은) 전임 원장 시절부터 금융지주 CEO 제재에 관한 일관성도 없었고 가계부채 정책과 관련해서도 정부와 엇박자를 타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을 줬다"면서 "감독기관과 기관장 모두 시작부터 힘이 빠졌고 피감독기관들도 감독기관의 메시지가 크게 와닿지 않는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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