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스위스 온큐레이팅과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이하영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스위스 온큐레이팅과의 협력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 = 이하영 기자 

아르코미술관이 오는 26일 시작되는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전시를 통해 미술관을 관람의 장에서 체험과 삶을 위한 공간으로 확장한다. 이번 전시는 '스코어(Score)'를 통해 일상과 예술을 융합하고 공동체의 공존 방식을 토론한다.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는 아르코미술관과 온큐레이팅의 협력 주제기획전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기자간담회는 도로시 리히터 온큐레이팅 큐레이터, 노해나 아르코미술관 큐레이터와 전시 참여 작가들이 참석했다.

온큐레이팅은 스위스 취리히에서 활동하는 비영리 조직으로, 1920년대 취리히에서 시작된 다다이즘(전통적 미의 형식을 거부하고 비합리성·반도덕·비심미적 가치를 추구하는 예술사조)을 이어받은 플럭서스 운동에 기반한 단체다.

플럭서스(Fluxus)란 변화, 움직임,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한 단어로, 플럭서스 운동은 예술과 삶을 융합하는 '예술은 곧 삶'을 취지로 전개됐다. 플럭서스 운동에 참여한 대표적인 예술가로는 백남준, 조지 마키우나스, 존 케이지, 요제프 보이스 등이 있다.

이번 전시는 '리듬'을 중심으로 11인(팀)의 작가가 창작한 30점의 영상, 설치, 사운드 등의 작품으로 팬데믹 이후의 미술관의 사회적 관계, 일상과 예술의 관계를 탐구한다. 리히터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전시는 제임스 클리포드가 미술관을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 공동체이면서 단순한 사건의 발생 장소 이상의 갈등과 사회적 이해관계가 얽힌 '접촉지대'라는 개념을 제안한 맥락과도 연결된다.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도로시 리히터 온큐레이팅 큐레이터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리히터 큐레이터. 사진 = 이하영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린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도로시 리히터 온큐레이팅 큐레이터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리히터 큐레이터. 사진 = 이하영 기자 

리히터 큐레이터는 "플럭서스는 '예술작품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며 "플럭서스는 음악, 시각, 예술, 공연 등 여러 형식의 경계를 급진적으로 넘어서며 스코어(Score, 퍼포먼스·음악 등을 위해 사용하는 수단)라는 것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리히터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이번 전시는 '이벤트 스코어(Event Score)'의 연장선상이다. 그는 "이벤트 스코어는 원칙적으로 모든 것을 예술이거나, 잠재적 예술적 경험으로 간주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스코어 형식은 전시장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일시적 상황을 만들고, 이벤트 참여를 독려해 열려 있는 공동체 조성을 추구한다.

이에 따라 기획전은 개인·사회의 신체적·음악적 리듬과 에너지의 흐름을 담은 작품 전시와 참여 작가들이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워크숍 주간'을 함께 운영한다. 워크숍 주간은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총 11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오프닝 공연으로는 !미디엔그루페 비트닉 예술 콜렉티브(집단 작업)의 '4X4 서울 에디션'은 총 16명의 작가가 4일동안 4명씩 팀을 이뤄 공동창작한 작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작가가 자신의 작품 '여성의 비중'(2010~2021)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에베를레 작가. 사진 = 이하영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작가가 자신의 작품 '여성의 비중'(2010~2021)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 에베를레 작가. 사진 = 이하영 기자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 아카이브라운지 등에 걸쳐 조성된 전시 공간에는 스코어 지시문과 함께 곳곳에 작품이 위치했다. 가장 먼저 반기는 작품은 손윤원 작가의 '음표'(2024)로, 전자 악기의 신호를 규칙화한 미디 노트의 픽셀 형태를 본따 서로 다른 디자인의 장판을 통해 구체화했다. 작품 하단에는 아이의 옹알이를 녹음한 소리 등을 설치해 촉각적 감각을 더했다.

엘리자베스 에베를레 작가는 현 시대에도 지속되는 여성 차별과 예술계 내 젠더불평등에 주목한 두 작품을 선보인다. 에베를레 작가의 '여성의 비중'(2010~2021)은 2012년부터 작가가 수집한 스위스 미술관 내 여성 작가의 비율, 여성 작가의 개인전 개최 횟수 등 신문 기사, 통계 자료, 인용 문구와 같은 1000여 점의 아카이빙 자료를 바탕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상단 오른쪽 마야 민더 작가, 하단 오른쪽 야광(팀)의 김태리 작가. 사진 = 이하영 기자 
25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미술관에서 '인투 더 리듬: 스코어로부터 접촉지대로' 참여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상단 오른쪽 마야 민더 작가, 하단 오른쪽 야광(팀)의 김태리 작가. 사진 = 이하영 기자 

마야 민더 작가는 이날 자신과 작품의 관계성에 대해 "나는 여러 정체성이 있고, 스스로를 포스트 모더니즘적인 나쁜 녀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며 "이 작품도 나처럼 하이브리드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한국어로는 종합예술이라고도 번역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공존을 기반으로 한 대안적 과학의 역사'에 영향을 받아 '물의 입-녹색연장'(2023)에서 해조류를 소재로 퀴어를 은유하고, 비인간 주체에 대한 공감과 공존을 추구한다.

야광 작가(팀)도 젠더 개념을 전복하고, 퀴어를 바다와 연계해 소개하는 작품 '젤라틴'(2024)을 선보였다. '젤라틴'은 자동차 후미등으로 만든 등껍질, 몸에 핸들이 부착된 등의 외관을 지닌 '젤라틴'이 바다를 벗어나 자신에게 메시지를 보낸 미지의 인물에게 향하는 내용을 담았다.

야광의 김태리 작가는 "이 작업은 퀴어퍼레이드가 있던 날, 밤에 이태원의 클럽에서 모여 춤추는 사람들을 보며 영감을 받았다"며 "(젤라틴의 후미등 등껍질 등의 독특한 외관은) 신체화된 자동차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속이 불가능한 정직한 속도로 걸어야 하는 존재를 의미한다고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26일 정식 개막해 11월 3일까지 아르코미술관에서 진행되며,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전시 및 워크숍 등과 관련된 자세한 정보는 아르코미술관 홈페이지와 공식 SNS에서 확인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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