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사진=문화재청
보스턴미술관 소장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 사진=문화재청

미국의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스님의 사리가 100여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은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이하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 스님이 미국 보스턴미술관(관장 테이틀바움·이하 미술관)을 방문해 사리 및 사리구의 국내 반입을 위해 미술관 관장 등 주요 관계자와 협상을 추진했다고 6일 밝혔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 및 사리구 관련 논의는 지난 2009년부터 약 15년간 지속돼온 현안이다. 이번 협상에서는 사리는 사리구와 별개로 불교의 성물로서 2024년 부처님오신날 이전에 조계종에 기증되고, 사리구는 상호 교류 전시 및 보존처리 등을 위해 미술관 내부 검토를 거쳐 일정 기간 동안 임시 대여하는 것을 조속히 추진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

왼쪽부터 조계종 혜공스님, 최응천 문화재청장, 미국 보스턴미술관 관장. 사진=문화재청

해당 사리구의 정식 명칭은 '은제도금라마탑형 사리구'로, 원나라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던 14세기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불교공예로 평가받고 있다. 

사리구 내부에는 '은제도금팔각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으며, 사리구에 적혀있는 명문에 따르면 각각 석가모니불 5과, 가섭불 2과, 정광불 5과, 지공선사 5과, 나옹선사 5과의 사리가 담겨있었다. 지금은 석가모니불 1과, 지공선사 1과, 나옹선사 2과 등 총 4과의 사리만이 현존하고 있다. 고려 말 나옹선사 입적 이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보스턴미술관에서는 양주 회암사를 원 소장처로 추정하고 있다.

문화재청에 따르면, 이번에 기증되는 사리는 한국 불교사에서 많은 업적을 남긴 고려시대 지공선사와 나옹선사의 사리를 포함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매우 크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협상 성과를 통해 사리는 불교의 성물(聖物)로서 원래 있어야할 곳으로 되돌아가고, 사리구는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으로서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 조계종, 보스턴미술관과 긴밀한 업무협력 하에 남은 과제의 일정들을 착실히 추진해나감과 동시에, 이번 계기로 보스턴미술관과의 상호 우호관계를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眞身舍利)는 불교의 성물이자 존귀한 예경의 대상으로, 환지본처의 의미를 새기며 사리를 최대한 존중하여 여법하게 모실 것"이라며 "보스턴미술관 측의 불교에 대한 이해와 배려에 깊이 감사드리고 문화재청을 비롯한 정부 측의 적극적인 노력과 지원에도 감사의 마음을 표한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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