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이자장사 비판 등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이복현 금감원장이 외국계 금융사에겐 혁신을 약속했다.

1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12개 외국계 금융사와 간담회를 가졌다.

이번 간담회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미즈호, 크레디아그리톨, 도이치. 중국건설, ABL생명, 라이나생명, AXA손해보험, JP모간증권, 모간스탠리증권, 맥쿼리자산운용, 블랙록자산운용 등이 참석했다.

이복현 원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글로벌 경제는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이 금융사 영업환경에도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만큼 외국계 금융사도 한국 금융시장 내 경쟁 심화와 글로벌 경제 블록화에 따른 부담가중으로 더 많은 고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금융위원회와 함께 망 분리 및 클라우드, 업무위탁 규제 등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으로 작용하거나 실익이 없어진 규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망 분리는 핀테크 기업에서 꾸준히 개선을 요청해 온 사안으로 디지털 환경 구축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또한 감독·검사·제재 등 행정상에서 불필요한 형식주의를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며 개선 의지를 강조했다.

뿐만 아니라 간담회에 참석한 CEO에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가운데 금융 혁신에 어려움이 있다면 언제든 기탄없는 의견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그동안 국내 금융사 CEO를 만나면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반면 외국계 금융사에겐 우호적 환경 조성을 약속하며 180도 다른 태도를 보인 것이다.

이와 같은 태도 변화는 외국계 금융사의 이탈을 막겠단 의도를 엿볼 수 있다.

한국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철수로 외국계 금융사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2013년 영국계 HSBC의 국내 소매금융 철수부터 2015년 영국 로열뱅크오프스코틀랜드, 2017년 바클레이즈, 골드만삭스, 2019년 호주 맥쿼리은행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한국 시장을 손절하고 있다.

외국은행 국내 지점 수는 7년 전보다 14개 줄어 43곳 뿐이다.

외국계 은행이 한국 시장을 떠나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도 있지만 정부 규제도 꼽고 있어 이에 대한 대응책을 약속한 셈이다.

특히 외국계 금융회사가 활발히 활동해야 글로벌 금융중심지 순위도 끌어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올해 서울의 경우 12위, 부산은 30위를 기록했다.

순위는 대폭 상승했지만 아시아 경쟁 지역인 홍콩, 싱가포르, 베이징, 선전, 도쿄 보다는 낮은 순위다.

이복현 원장은 규제완화를 약속하면서도 외국계 금융사 역시 한국 금융산업의 일원으로서 감독정책 방향에 부응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원장은 “최근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 등 일부 제도적 변화로 인해 영업방식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생기고 이로 인한 어려움도 있을 것”이라며 “그러나 금융시장 발전에 있어 소비자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내외 여건 악화로 금융감독원이 위기 대응능력을 선제적 강화하고 있으므로 건전성 유지 및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며 “금융상품 싸이클 전 과정에 걸쳐 소비자 보호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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