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에서 현재 상황을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의 얘기다. 그동안 위기상황으로 보여도 위기가 아니라며 자신해왔던 모습과는 딴판이다. 엄중한 상황을 내부 임직원들이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의 심각한 상황은 주가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3일까지 연초대비 36.4% 하락하며 시가총액 4조원이 증발했다. 중견 게임사 4곳이 한번에 사라진 셈이다. 6일에는 전일보다 1.6% 오른 63만2000원에 거래 중이지만 상승여력에 대해서는 모두가 물음표를 던지고 있는 상황이다. 

엔씨소프트가 좌초하게 된 것은 여러 이유가 복합적이다. 문양 사건 등으로 실망한 '린저씨'들이 대거 '오딘:발할라 라이징'으로 이탈한 가운데 리니지식 BM을 전혀 다른 게임에 적용한 오만으로 트릭스터M이 대실패했다. 최후의 일격을 날린 것은 야심차게 출시한 블레이드앤소울2다. 

리니지식 BM이 없다고 했지만 있었고, 사전에 선보인 광고 이미지는 실제 게임이 출시되보니 전혀 달랐다. 스마트폰으로 즐기기에는 게임 최적화가 너무 안돼 있었고, 리니지2M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게임성은 명작이라 추앙받는 블레이드앤소울 1의 추억까지 박살냈다. 

블레이드앤소울2는 출시직후 구글플레이스토어 매출 11위를 기록했는데 6일 기준 구글플레이스토어에서 4위에 올랐다.

이를 두고 메리츠증권은 "초기 성과는 예상보다 부진했으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라며 ‘블소2’의 국내 구글플레이 게임 매출 순위는 28일 7위, 30일 4위, 9월 2일 3위로 점진적으로 상승세를 시현하고 있고, 엔씨소프트가 게이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영기’ 시스템을 없애는 등 노력하고 있어 향후 순위는 좀더 상승하거나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지만 알 법한 게이머들은 전혀 그렇게 보지 않는다. 

영기 시스템을 없애면서 뽑기권 보상을 내걸었는데 엔씨소프트는 이를 패키지 상품화 해버린다. 뽑기권을 남발한데 따른 일시적 매출 증가로 한계가 명확하다. 갈수록 순위가 떨어지는 것은 정해진 양상이다. 

현재 리니지M과 리니지2M의 동반 이탈까지 가속화되는 상황. 6일 리니지2M은 1주년이 된 원신에 3위자리를 뺏기고 5위로 물러났다. '짭퉁 젤다의 전설'이라며 조롱했던 중국산 게임 원신이 '상대적 갓겜'이라며 칭송받으며 3위까지 치고올라간 상황이다. 그 뿐인가. 블레이드앤소울2 출시는 엔씨소프트에 있어 괘씸하기 이를 데 없는 오딘에게 장기집권할 수 있는 기회까지 내줬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이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 말이 안되는 일이지만 그간 엔씨소프트의 오만을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엔씨소프트는 그동안 너무 오만했다. 5월 10일에 열린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리니지M 이용자들의 불매운동이 실적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며 불매운동을 단순한 '노이즈'라고 표현했다. 유저들을 떠나게 만든 리니지식 BM을 들며 "우리의 BM은 완성됐다"고 자평했었다.

트릭스터M이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실적을 내고 있어도 "현재 상황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랬던 엔씨소프트가 "엄중하게 사태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 남아있지 않은 기대를 품게 한다. 

리니지W 이미지(엔씨소프트 제공)
리니지W 이미지(엔씨소프트 제공)

아이온M, 프로젝트TL 등의 기대작들은 한창 개발 중이어서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 엔씨소프트에게 있어 남은 희망은 리니지W다. 리니지W는 리니지의 정통성을 계승한 신작이다. ‘월드와이드’라는 콘셉트로 전 세계 유저를 타깃으로 개발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이 게임을 연내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내부적으로 심각한 고민에 빠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절대 실패가 없을 것이라고 여겼던 리니지식 BM이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 등 두번이나 연거푸 실패하자 내부 동요가 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리니지W를 내놓아도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공포가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리니지W의 BM구조가 대단히 착해질 것이라는 예측에 힘을 싣게 한다. 아직도 오만에 빠져 악랄하다고 유명한 리니지 BM의 정수를 리니지W에 적용하면 그 때는 지금보다 상황이 더 심각해질 수 있다. '괘씸죄'에 걸린 엔씨소프트는 지금보다 더 납작 엎드려 유저들의 마음을 돌릴 필요가 있다. 조금이라도 오만한 모습을 보일 경우 위기를 자초할 수 있다.

애초에 리니지W를 기획한 의도가 전세계 유저들을 경쟁의 장으로 끌어들여 리니지식 BM을 선보인다는 계획이었겠지만 전면 수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까지는 국내에서의 망신이었겠지만 리니지W의 글로벌 출시로 자칫 국제 망신을 당하고, K게임의 위상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내부에서 현재 상황을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는 얘기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다. 반성하고 또 반성해서 좋은 게임으로 보답하는 길만이 작금의 엔씨소프트가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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