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개원(5월30일)을 한 달여 앞두고 있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의 목소리가 가장 커져야 할 때가 코앞이다. 물론 21대 국회가 끝난 것은 아니지만, 기자를 포함해 그들에게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는 국민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제 의정갈등은 식은 떡밥이 됐다. 그 어떤 이슈가 터져도 새로운 국면이 열리기 보다는 서로 간의 불통이 깊어지고 이어지고 유치해지기 때문이다. 싸움 구경만한 재미가 없다는데 이들의 다툼은 지겹고 또 지겹다.

그렇게 지겹기만 할 찰나에 이들이 또 코미디 한 편을 상영했다. 총선이 끝난 직후, 각자의 입장에서 '이것이 의대증원을 둘러싼 민심'이라며 기세등등하게 외친 것이다.

초조하게 발을 동동 구르는 환자와, 그 보호자들도 표를 줬을 것이다. 이들 각자가 어떤 마음으로 어느 정당의 누구를 향해 표를 던졌는지는 모른다. 그러나 민심을 제 입맛에 맞게 이용하며 저마다 요리해 먹는 광경을 보려고 투표권을 행사한 건 아닐 것이다. 

두 달 간의 의정갈등이 이어지는 동안, 환자들이 정부와 의료계에 아무리 읍소해도 달라진 건 없었다. 이젠 환자들의 목소리가 새로운 국회와 정당을 향한다. 초당적 협력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터 달라는 요구다. 그런 일을 하라고 국민이 돈도 주고, 자리도 빌려준 것이기 때문이다.

남의 일인양 보고만 있던 21대 국회의원 중 다수가 재선에 성공했다. 소위 말해 그 얼굴이 그 얼굴이다. 소귀에 경읽기가 될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새 옷을 입으면 새 마음가짐이란 것이 생기지 않나. 22번 등번호가 달린 새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된 국회의원들에게 바란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군지, '선빵'을 날린 자가 누군지도 알 수 없게 된 이 지질한 싸움을 멈추는 데 힘 써달라.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기적인 환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말아달라.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