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이 국내 대기업들도 휩쓸고 있다. 신입사원 수료식이나 채용설명회를 메타버스로 진행하고, 메타버스를 통해 '쏘나타'를 시승하는 시대가 왔다. 메타버스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가상의 공간에서 사회, 경제, 문화적 활동이 현실과 똑같이 이뤄진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지난해 957억 달러(약 110조 원)이던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30년 1조5429억 달러(약 177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대기업들이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현주소를 각 업종별로 살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메타버스 현주소①IT·전자] 네이버 '제페토'로 선도하고 카카오·삼성·LG는 '폭풍전야'
[메타버스 현주소②통신] 사업화에서 달려나가는 SK텔레콤...KT LG유플러스는 '잰걸음'
[메타버스 현주소③자동차] 현대차그룹의 업종내 전세계 No.1 메타버스 활용법...'르쌍쉐'는 구경만
[메타버스 현주소④건설] 롯데건설 ·포스코건설 등 확산단계 "VR과 메타버스 사이의 어디쯤" 
[메타버스 현주소⑤게임] "MMORPG로 이미 해봤다"...경제시스템 구축이 '핵심과제'

리니지2 길드마스터 은퇴식.(이미지=국내 주요 커뮤니티)
리니지2 길드마스터 은퇴식.(이미지=국내 주요 커뮤니티)

게임업계에 있어 메타버스는 향후 게임산업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게임 체인저'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MMORPG를 통해 메타버스와 유사한 서비스를 해온 만큼 다른 업종보다 메타버스가 훨씬 친숙할 수 밖에 없다. 

메타버스는 게임업계가 줄곧 만들어왔던 온라인 MMORPG와 종이 한장 차이다. 리니지처럼 MMORPG 장르의 게임들은 아바타를 통해 가상세계에서 사냥을 하고, 전투를 하며 스토리를 진행한다. 또 가상세계에서 만나는 길드원, 파티원과 친분을 쌓고, 같이 전투를 하며 아바타를 꾸미기도 한다. 아이템을 사고 팔거나, 성을 임대해 임대비를 받는 등 가상세계 안에서 경제시스템도 존재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게임 내에 존재하는 경제시스템이다. 로블록스를 예를 들어보자. 로블록스는 메타버스 내에서 이용자가 게임을 만들고, 아바타 의상이나 아이템을 제작해 판매할 수 있다. 회사를 설립해 주식을 발행하고 주식거래를 통한 시세차익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거래를 통해 얻은 화폐를 현금화시키는 것도 가능하다. 사실상 현실세계에서 이뤄지는 거래시스템의 대부분을 메타버스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MMORPG 게임은 이러한 확장성이 없다. 오직 개발자가 만들어낸 시스템 안에서 움직인다. 개발자가 만든 것을 이용자가 즐기는 개념이 MMORPG였다면 이용자가 주체적으로 다른 유저와 소통하고,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메타버스 개념이다. 

이미 메타버스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는 점에서 게임업계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중 하나로 꼽히는 메타버스 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올해 4월 발간한 '글로벌 게임산업 트렌드' 보고서에서 "메타버스 개념과 MMORPG 요소가 대다수 비슷하기 때문에 메타버스로 게임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며 "메타버스 개념은 이미 게임사에 익숙한 요소이니, 산업 선점도 유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국내 게임산업이 메타버스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확률형 아이템 사업에만 고민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경제시스템 핵심인데 최대 걸림돌은 규제...메타버스는 게임인가 아닌가


게임사들은 이용자 참여를 늘리고,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서 창출한 수익금을 현금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걸림돌이 있다. 로블록스처럼 게임 내에서 메타버스와 같은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게임 내 재화를 현금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로블록스 이미지.
로블록스 이미지.

로블록스엔 로벅스라는 가상화폐가 유통된다. 현금구매로 확보하거나 창작활동으로 벌어들일 수 있다. 로블록스 내 창작자 계정을 가졌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로벅스를 벌었을 경우 외부 계좌를 연동해 달러로 바꿀 수 있다. 플랫폼 내 수익의 외부 반출이 일어나는 것이다. 

국내 게임에선 이 같은 외부 반출이 불가하다. 이용자가 아이템매니아 등 외부 거래소를 통해 게임화폐와 아이템을 현금화할 수 있지만, 기업이 공인하는 반출 경로는 없다.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보지 않는다고 가정할 경우 게임업계 역시 로블록스 같은 플랫폼을 만들고 수익창출 활동을 할 수 있다. 국내에 상륙할 로블록스가 게임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가중되는 이유가 이 부분이다.  

그래서 일부 게임사들은 규제를 벗어나기 위해 암호화폐에 주목한다. 암호화폐를 활용한다면 규제가 있는 지금도 실제와 같은 거래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정부는 암호화폐를 화폐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각종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게임업계는 이를 NFT(대체불가능토큰)라고 부르기도 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아직 메타버스와 게임의 영역이 모호해 게임사들도 서비스를 출시하고 어떤 규제를 받게 될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를 회피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활용하는 안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또 "장기적으로 볼 때 게임사들이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게임을 만들들고 이용자가 많아지게 되면 각종 거래관련 규제들을 재정립해야 할 필요성이 생겨날 것"이라고 했다. 


위메이드, 거래시스템 구축에 '가상화폐' 주목...3N도 각자 역량 살려 메타버스 준비 중


국내 게임사들 중 가장 메타버스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보이며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업체는 위메이드다. 메타버스의 가장 큰 특징인 '경제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는 것. 

위메이드는 이미 자체 가상자산 거래소인 '위믹스'를 통해 NFT인 '위믹스 토큰'을 발행하고 자사 게임에 속속 도입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빗썸 최대주주 '비덴트'에 투자해 2대 주주 지위를 획득했다. 이에 따라 자사 가상자산 거래소 '위믹스'와 함께 빗썸 거래소에 대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모바일 게임 '미르4'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한 신작을 해외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암호화폐 '위믹스 코인'을 기반으로 한 신작 △버드토네이도for위믹스 △크립토네이도for위믹스 △재신전기for위믹스 등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아이템을 팔거나 미션을 완성해서 얻은 위믹스 토큰을 모으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판매할 수 있다. 이 같은 화폐 정립을 통해 향후 메타버스를 활용한 게임에 자사 NFT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엔씨소프트의 K팝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버스'
엔씨소프트의 K팝 메타버스 플랫폼 '유니버스'

다른 국내 게임사들의 움직임은 어떨까. 이들은 그간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메타버스를 활용한 차세대 먹거리 선점에 나선 상황이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넥슨 등 국내 게임업계 3대장인 '3N'도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이거나 준비 중에 있다. 

엔씨소프트의 경우 올해 초 K팝 중심의 메타버스인 '유니버스'를 선보였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게임을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만큼 유니버스에도 게임 기술을 적극 활용했다. 이 기술은 유니버스에서 K팝 스타들의 아바타를 만드는 데 활용됐다. 여기에 게임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경쟁 및 보상 시스템을 도입하고, 팬 사인회나 콘서트 등을 유니버스에서 선보였다.

넷마블은 자회사 넷마블에프앤씨를 통해 메타버스 게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넷마블은 VR·AR에 AI 기술로 본인의 아바타를 생성해 즐길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할 예정이다. 

넥슨 역시 딥러닝과 AI 기술로 본인의 아바타를 활용한 신규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로 '페이스플레이'를 준비하고 있다. 이 신작은 딥러닝과 AI 기술로 본인의 아바타를 활용한 게임으로 신개념 놀이 플랫폼이다.


중견 게임사들도 메타버스 시장 공략 위한 투자 '속속'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도깨비'
펄어비스가 개발 중인 '도깨비'

중견게임사들도 메타버스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다.

펄어비스는 최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확보한 자금 중 일부는 메타버스 게임 개발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이 회사는 이미 내년에 메타버스 게임 '도깨비' 출시를 예고한 바 있다.

콘텐츠 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컴투스는 올해 메타버스 기술 기업 위지웍스튜디오에 450억원을 투자했다. 위지웍스튜디오는 영화, 드라마 등을 제작해 온 콘텐츠 제작사로 올 초 메타버스 분야로 확장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양사는 위지윅이 보유한 영화 및 드라마 IP를 글로벌 게임으로 전환하는 크로스오버 등을 통해 다양한 컨텐츠로 확장시키고 메타버스 기술을 접목한 멀테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유티플러스는 유저가 직접 게임을 만들고 공유할 수 있는 '디토랜드'를 선보였고, 슈퍼캣은 모바일에서 온라인 RPG를 제작할 수 있는 '네코랜드 모바일 스튜디오'를 출시했다. 크래프톤 역시 최근 주주총회에서 메타버스를 연구 중이라 밝힌 바 있다. 플레이댑은 로블록스 기반 메타버스 게임을 곧 공개할 예정이다. 

배틀그라운드로 유명한 크래프톤도 메타버스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인터내셔널 버추얼 월드를 메타버스와 비슷한 개념으로 보고 있다. 현재 인터내셔널 버추얼 월드를 개발 중인 만큼 다양한 관점에서 그와 비슷한 영역으로 가는 방향성을 지향하고 있다.

이미 인도 고객들의 경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켜놓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닌 지인들과 대화 및 커뮤니케이션 용도로도 사용 중이다. 크래프톤은 이러한 문화를 확장시켜면 메타버스로 충분히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만큼 이 부분을 유의깊게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저작권자 © 뉴스저널리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