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못 말려', '아따맘마' 등 가족의 일상을 그린 만화에는 가정주부로 살고 있는 '엄마'가 동네 마트 전단지를 펼쳐보고 괜찮은 상품을 체크하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

이전에는 '저게 정말 그렇게 싼가?'하는 막연한 궁금증이 있었으나 독립을 하면서 알게 됐다. 진짜 싸다.

최근 받은 전단지에 표시해 둔 건 청경채 1박스 4990원, 대파 1단 1990원, 팽이버섯 3봉 990원이다.

팽이버섯은 일 년 반 전까지만 해도 3봉에 1000원이었는데 이젠 주말 오픈런을 해야 살 수 있는 가격이 됐다.

신한은행이 발간한 ‘2024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월 소비액 대비 항목별 소비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건 식비다. 전체의 23%로 1년 만에 6%p가 늘었다.

지난해 점심값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했단 사람이 전체의 68.6%로 나타났다. 물가 인상이 제 일이 아닌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선거판을 휩쓴 식료품이 생각났다. 우리 동네에는 없었던 한 단 875원짜리 대파, 한 알이 최저시급보다 비싼 사과 말이다.

점심값 절약 방식은 도시락을 싸고 식후 커피를 끊고 싸게 올라온 기프티콘을 사서 쓰는 식이다. 

필요한 걸 싸게 사거나 소비 습관을 점검해 지출을 줄이면 뿌듯하다. 매주 마트 전단지를 체크하는 입장에서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먹는 걸 줄여야 살 수 있다는 사실은 불편하다. 불황형 소비에도 한계가 있다.

지난해 최저임금은 2022년보다 2.5% 오르는 데 그쳤다. 국민 대다수 삶이 계속 팍팍해지고 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 여윳돈은 50조원 넘게 줄었다. 물가가 오르면서 금리 인하 시기도 계속 미뤄지고 있다.

이러한 경제적 압박감 속에서 각 가정이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필수적인 소비에 집중하는 건 어쩌면 현명한 소비 습관일 수도 있다. 하지만 삶이 팍팍하지 않고 현명한 데서 끝나려면 정책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이번 총선에서 야당 과반 결과가 나온 이유에는 물가도 큰 역할을 했음이 자명하다. 마트 전단지를 아무리 받아든들 여유가 생기지는 않는다.

개인 소비 패턴 변화도 중요하지만 정부 정책이 뒷받침 되어야만 이러한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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