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위원회가 국내 자본시장 밸류업을 위해 기업공개(IPO) 제도를 대거 손질했다. 반면 제도의 실효성에는 미온적인 시선이 모인다.
금융당국은 지난 21일 IPO와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위는 올해 초 2025년 업무 계획 발표에서 해당 개선안 발표를 예고했다.
IPO는 공모가 산정과 공모주 배정 등을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기업 실사를 기반으로 주관사와 발행회사의 협의로 희망 공모가 밴드를 정한다. 수요예측을 진행해 최종 공모가를 산정하고 최종 주가를 형성한다.
다만 그동안 공모주 투자로 단기 차익을 얻으려는 투자자들의 '단타' 과열 양상이 IPO 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금융당국은 앞서 IPO 시장 발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를 개선했다.
금융당국이 추진해 온 제도로는 △수요예측 시 기관투자자의 허수성 청약 해소를 위해 주금납입능력 제도 도입 △기술특례상장 주관사에 풋백옵션 의무 부여로 책임 강화 △주관사 기업실사·공모가 산정 관련 내부기준 마련 의무 강화 △공시 투명성 제고 등이 있다.
반면 제도 개선이 무색하게도 공모주 단타 행각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어느 순간 수요예측에서 의무보유확약(락업)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기관투자자들이 락업 없이 최대한 높은 가격에 많은 주문을 써내는 전략을 고수해 공모가가 '뻥튀기'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금융당국의 이번 IPO 개선안은 의무보유확약에 집중됐다. 금융위는 지난해 평균 약 20% 수준의 락업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의무보유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신설했다. 정책펀드 이외 기관투자자 배정 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 투자자에 우선배정한다. 확약 물량이 40%보다 낮은 경우 주관사가 일정 물량을 보유할 의무를 진다.
정책펀드인 코스닥벤처펀드와 하이일드펀드도 락업 의무를 진다. 그동안 공모물량의 5~25%를 별도 배정받았으나 이번 개선으로 최소 15일 이상 락업을 걸어야만 별도 배정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기관투자자의 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우선배정제도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업계에선 미온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현실적으로 40%라는 락업 기준을 맞출 수 있는가에 의문스러운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침체한 공모주 분위기 속에서도 공모주 수요예측에 성공한 LG CNS까지 15% 수준의 락업 비중을 기록했다. 지난해 '대어'로 떠올라 주목받았던 더본코리아도 락업 비중이 15%에 그쳤다. 같은 해 락업 비중이 한 자릿수에 머무른 기업들도 비일비재했다.
금융당국은 올해 7월부터 올해 말까지 30%를 배정하고 내년부터 40%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지만, 업계는 기관투자자들이 정책 개선에 곧바로 당국의 의도를 따라줄지 확신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크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책 펀드의 허들이 높아져 유명무실한 15일 확약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 개선안에 따르면 확약 물량이 40%보다 낮은 경우 주관사가 1%를 인수해 6개월간 보유해야 한다. 이에 주관사에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나온다.
기관투자자들의 락업 여부는 각 기관의 판단에 따른 것이지 공모주 배정 기준에 달린 게 아니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한편으론 주관사의 공모 물량 1% 의무 보유가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시장에 영향을 끼칠 만큼의 물량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주관사의 역할과 책임도 더욱 강조했다.
눈에 띄는 것은 사전 취득분 의무 보유 기준을 높인 것이다. 주관사의 공모가 띄우기와 상장 전 사전 취득을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풀이된다.
주관사는 6개월 이내 취득한 주식이 가격 괴리율이 50%를 넘길 시 6개월을, 50% 미만은 1개월을 보유해야 했다. 개선안에 따르면 가격 괴리율 기준이 30%로 바뀐다. 가격 괴리율 기준을 조여 주관사가 상장 전 주식을 사전 취득해 이익을 취하는 것을 방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반면 이마저도 취득 기간 기준이 2년에 그쳐 '반쪽짜리 규제'로 남을 가능성이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장 건전성을 위한 당국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며 "정책이 제대로 기능할지는 실제로 시행돼 봐야 알 수 있는 문제"라고 평했다.
이어 "제도 개선이 이전보다 한 단계 나아간 점에서는 고무적"이라며 "시장에 알맞게 적용되기 위해선 실제 시행 사례에 맞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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