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은 안 읽고, 제작비는 오르고, 사는 사람은 줄었다."
출판계는 이런 현상들을 포함해 출판 시장을 '단군 이래 최대 불황'이라고 자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위기론에 반론이 제기됐다. '독서'와 '출판'의 개념이 확장되며 출판 시장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다.
출판 시장 불황 근거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독서율 감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 4월 발표한 '2023 국민독서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성인 독서율은 2013년 72.2%에서 꾸준히 줄어 2023년 43%를 기록했다.
하지만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의 조사 결과는 이와 결이 다르다. 출협이 지난 10월 공개한 '2023년 독서문화 통계 조사'에 따르면 2023년 성인 중 85.4%가 출판 콘텐츠를 한 번 또는 일부만이라도 읽거나 들은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문체부가 발표한 2023년 성인 독서율과 비교할 때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출협은 해당 보고서에서 "그간 독서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될 때마다 한국의 독서율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자주 보도됐으나 이를 뒷받침할 실질적인 근거는 없다"며 "독서에 대한 정의나 조사에 포함하는 매체도 조금씩 상이해 독서율 조사는 각국의 환경과 상황에 맞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제작비 상승으로 종이책 발행 부수가 감소한 것 역시 출판 불황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출협이 지난 7월 발간한 '2023년 기준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종이책 발행 부수는 2019년 9979만 부에서 2023년 7021만 부로 약 29% 감소했다.
채웅준 한국출판독서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출판 시장 자체가 종이책 시장뿐만 아니라 전자책이나 오디오북까지 포함되는 건 출판계에서 어느 정도 합의가 돼 있는 상태"라며 "단순히 지표만으로 출판 시장이 불황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종이책 시장과 달리 전자책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2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23 출판산업 콘퍼런스-결산과 전망' 자료에 따르면 전자책 유통사 매출액 규모는 2018년 약 2700억원에서 2022년 5600억원으로 4년 사이 107%가량 늘었다.
오디오북 시장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이화진 인플루에션 윌라 상무도 지난해 12월 열린 '2023 출판유통통합전산망 콘퍼런스'에서 "2018년 오디오북 본격 서비스 이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출판계의 판매량 감소는 출판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출판편집자를 양성 중인 박시화 전임교수는 "인구수가 감소하면서 새롭게 형성되는 성인층도 줄어들기 때문에 판매량이 감소하는 건 사회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여기에 도서 구매 비율이 가장 높은 40대의 인구수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지난해 12월 예스24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연령별 도서 구매 비율 중 40대가 43.6%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나,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40~49세 인구가 2015년 약 870만명에서 2023년 약 790만명으로 약 9.2% 줄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출판계가 종이책을 넘어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로 영역을 확장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박 전임교수는 "종이책이 줄어드는 현상을 비극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며 "새로운 출판의 형태인 '뉴미디어' 출판으로 출판사는 독자가 어떤 매체를 통해 도서를 접하고 싶은지 파악하면 된다"고 말했다
이 상무도 지난해 12월 "출판사들은 전자·종이책으로 끌어들이지 못한 콘텐츠 이용자를 오디오북으로 유입할 수 있으며 매출에도 당연히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전자 출판 확대만큼 종이책의 가치도 지켜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채 연구위원은 "한국은 전자책 발행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었지만, 종이책을 더 선호하는 경향 등의 이유로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전자 출판물이 크게 성장하지 않았다"며 "대중들의 소비 욕구를 지켜보며 종이책만이 가진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마련해 동반 성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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