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표지 디자인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가운데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1월 출판계는 책 표지나 제목을 따라 하는 '카피캣(모방제품)'으로 논란이 일었다. 쌤앤파커스의 '벌거벗은 정신력'이 어크로스의 '도둑맞은 집중력'과 유사하다는 비판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런 '카피캣' 이슈는 이전부터 반복됐다. 2012년 출간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 인기를 얻으며 불 켜진 상점이 묘사된 표지를 담은 도서('불편한 편의점',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수상한 중고상점' 등)가 등장했다. 또 2020년 에세이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발간 후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으려면',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 등 비슷한 제목을 지닌 도서가 출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카피캣 현상에 대해 법적인 규제나 처벌은 까다롭다. 김성수 대중문화평론가는 "도서 트렌드를 분석해 기획하는 경우 표절을 주장하기 힘들고 제목은 고도의 창작성이 요구되는 콘텐츠가 아니라는 점에서 제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표경민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도 "제목을 유사하게 사용하는 행위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가 있지만 출처를 표시하는 기능을 보유할 정도로 유명한 제목이었다"며 "'카피캣' 이슈가 법적으로 다투기에는 기준이 없어 힘들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표절을 입증하기 위한 시간이 부족하고, 돌려받는 보상도 미미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지난 1월 김형보 어크로스 대표는 소송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출판에만 힘을 쏟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법정에서 이긴다 해도 실익이 크지 않으니 꺼리게 되고, 결국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평론가도 "본업을 포기할 정도의 시간과 돈이 많이 소요될 것이며, 표절을 입증해도 받을 수 있는 보상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카피캣'을 제재하기 위해서는 출판계 내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 평론가는 "출판계 내부에서는 '카피캣'에 대해 용인하는 태도가 아닌 지적을 통해 퇴출해야 한다"면서 "출판과 관련된 중요 단체들이 윤리적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완전한 공공과 민간이 아닌 제3섹터는 융통성 있는 선택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출판계에서도 '카피캣'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제3섹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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