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소풍'이 노년층의 추억을 되살리며 여전히 관객들의 발길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 17일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상망에 따르면 지난 2월 개봉한 소풍은 14일 박스오피스 25위까지 올랐다. 독립·예술 영화 박스오피스에서는 8위다.
영화는 절친이자 사돈지간인 두 친구가 60년 만에 고향 남해로 여행을 떠나며 16살 추억을 마주하는 이야기로 80대의 삶을 그렸다. 나문희·김영옥·박근형 배우가 주연을 맡고 김용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노년층 이야기를 담은 영화는 소풍 이외에도 이전부터 꾸준히 상영됐다. 대표적으로 수상한 그녀(2014)와 아이 캔 스피크(2017)는 각각 약 860만명과 약 320만명을 모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런 영화의 특징은 노년 배우와 다른 세대 배우의 조합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런 면에서 소풍의 제작사 로케트필름의 김영진 대표는 "노년층과 다른 연령층이 같이 조합돼야 관객들의 소구점이 마련된다는 부정적인 시각 때문에 '소풍'의 기획과 투자가 힘들었다"며 "소풍은 부정적인 시각에 정면승부한 영화"라고 설명했다.
이런 시도는 관객들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소풍은 2019년 개봉한 '항거:유관순 이야기' 이후 독립영화로는 5년 만에 관객 수 20만명을 넘었다. 항거:유관순 이야기의 개봉이 유관순 열사 서거 100주년이라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 것과 다르게 소풍은 노년층의 문화적 욕구를 포착해 흥행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우리 사회에서 시니어 계층의 문화 욕구를 많이 간과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면서 "임영웅이나 트로트 열풍에서 보듯 문화 욕구는 크지만, 영화계에서는 이를 제대로 수용한 작품이 많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소풍 흥행의 또 다른 이유로는 노년층 사이의 입소문이다. 김 대표는 "개봉 당시에는 어르신들이 많이 못 보셨다"면서 "그런데 노인정과 요양원 등에서 영화를 관람하신 분들끼리 입소문이 퍼지면서 지금까지도 관람이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입소문 배경에는 노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내용이 꼽힌다. 김 대표는 "소풍은 어린 시절, 첫사랑, 소꿉친구 등 추억에 대한 심상을 건드리고 있다"면서 "현재의 일상과 가족 관계 속에서 공감할 수 있는 지점이 많이 담겨 있는 영화"라고 전했다.
이어 "영화 후반부에서는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고 있는데 누구나 나이 들면서 마주하게 되지만 쉽게 꺼내기 힘든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풀어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노년층 관객들의 반응은 추억과 공감이 주를 이뤘다. 임실군노인종합복지관 관계자는 지난 9월 영화 소풍 관람 문화활동에서 "멋지게 잘 보고 갔다고 인사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고 했다. 당시 영화를 관람한 한 어르신은 "지금의 우리 나이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뜻깊게 잘 봤다"며 "좋은 시간 만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한노인회 영동군지회 관계자도 지난 7월 영화 소풍을 관람했던 문화체험에서 "어르신들이 '옛날 생각이 났다', '내 이야기 같았다' 등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언급했다.
김 평론가는 소풍의 흥행이 한국 독립영화를 넘어 전체 영화계에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대규모 상업영화로 승부를 보거나 노년층을 무리하게 끌어들여 모호한 영화를 만드는 경향이 있다"며 "소풍은 오히려 투자비를 낮추고 관객층에 집중하면 충분히 손익분기점을 넘기면서 입소문이 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독립영화가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 실험과 파격에만 한정될 필요 없이 독립영화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주류 상업영화에서 소외된 관객들을 포용하는 새로운 가능성을 소풍이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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