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한 대구은행의 결정을 두고 미묘한 시점에 극적 효과를 일으켰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대구은행이 까다로운 시중은행 요건을 충족한 지 상당 기간 지났다는 점에서 은행권 '과점 깨기'에 돌입한 정부의 '메기 역할' 주인공을 도맡았다는 분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은행권 경쟁을 촉진하고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안이다. 은행권에 신규 플레이어 진입을 촉진해 5대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구상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밝히고 있다"며 "신청 시 요건 충족 여부를 신속히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대구은행 지주사인 DGB금융그룹도 금융당국의 시중은행 전환 움직임에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같은 날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연내에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을 검토하고 추진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황병우 대구은행장도 금융위 발표가 있던 다음 날 대구 성수동 본점에서 "시중은행 전환 인가의 법적 요건을 확인해 본 결과 즉시 신청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타당성 검토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형 시중은행에서 소외받던 중간신용등급 기업과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중소기업 상생' 경영을 펼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이어 대구은행은 지난달 '시중은행 전환 팀'을 구성하고 컨설팅에 돌입했다. DGB금융지주는 '시중은행 전환 TF팀'을 구성해 속도를 높였다.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 지역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의 첫 탄생이다.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년 만의 시중은행 탄생이라는 극적인 요소도 추가된다.
다만 은행권에선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시점에 물음표를 다는 시선도 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요건은 이미 4년 전인 2019년에 충족됐는데 왜 하필 지금이냐는 질문이다.
일단 은행업 자격 요건인 최소자본금은 지방은행(250억원)과 시중은행(1000억원) 차이가 크다. 지배구조 요건인 금산분리 요건도 시중은행이 더 까다롭다. 시중은행의 산업자본 지분 보유 한도는 4%로 제한된다. 동일인 은행 보유 한도는 10%다.
국내 지방은행은 대구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광주은행, 제주은행 등 총 6개다. 이 가운데 시중은행 전환 요건을 충족한 곳은 대구은행과 제주은행뿐이다. 이런 조건이 갖춰진 상태에서도 제주은행은 대구은행과 달리 시중은행 전환에 보수적이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으로 전환하기엔 자본력이 많이 부족한 상태"라며 "지역에 충실하자는 분위기"라고 온도 차를 보였다.
이런 점에서 때마침 정부 입장과 호응하려는 대구은행의 계산이 깔렸다는 분석에 설득력이 실린다. 대구은행이 이미 관련 요건을 충족하고도 최근 시중은행 전환 의사를 내비친 배경엔 기존 시중은행 과점체제를 해소하고자 하는 정부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로 지난 2월 정부는 은행권의 과점체제를 손보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은 당국에 "은행 산업 과점의 피해가 크다"며 "5대 시중은행 중심의 과점체제를 경쟁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모색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 개선 TF를 출범시켜 경쟁 촉진을 위한 신규 은행 추가 인가와 금융권·핀테크 기업 간 협업 등을 논의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대구은행이 시중은행과 비교할 수 있는 차별점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터넷 은행들이 나올 때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처럼 보였지만 시중은행들이 달라진 것이 없는 것과 비슷하다"며 "만약 그런 포인트가 있었다면 이미 시중은행 요건을 갖추고 있었을 때 진출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미 요건은 몇 년 전에 충족한 상태인데 발자취를 돌아보면 이전에는 대구은행이 정말로 시중은행 전환을 원했는지 의문"이라며 "정부에서 필요한 혁신이라는 짐을 짊어진 게 아닌가 싶다"고 귀띔했다.
한편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구은행의 자본금은 6806억원으로 DGB금융지주가 지분 100%를 갖고 있다. DGB금융지주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8.78%)이며 OK저축은행(8%) 등 4%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본은 모두 금융자본이다.
2018년 초까지 삼성생명은 DGB금융지주 지분 6.95%를 가지고 있었지만 2019년 7월 블록딜 방식 지분매각으로 3%대로 줄어 지금까지 이 숫자를 유지하고 있다. 대구은행은 지방금융지주 중 유일하게 전국망의 하이투자증권과 DGB생명을 갖고 있어 다른 지방은행보다 시중은행 전환 시 이점이 크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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