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도로명에는 어떤 역사적 인물이 새겨져 있을까? 이런 물음들 속에서 시작한 서울역사강좌 ‘서울길에서 만나는 인물사’가 책으로 발간됐다. 현재까지 만들어진 서울의 도로명 중 역사적 인물이 새겨진 10개의 주제를 선정했다.

조선시대에는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위로는 경흥로와 의주로, 아래로는 봉화로, 평해로, 동래로, 해남로 등 이른바 ‘10대 가로’가 있었다. 거미줄처럼 펼쳐진 길은 각지의 물자를 서울로 모여들게 하였고, 또 서울의 물자를 각지로 보내는 ‘혈관’의 역할을 했다.

현재 서울의 세종대로, 종로 등은 이미 전근대부터 있었던 서울의 중심도로이다. 이들 도로를 중심으로 생활한 서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지금의 서울을 만들었고, 서울의 역사와 함께 촘촘해졌다.

‘서울길에서 만나는 인물사’에서는 우리가 걷고 있는 서울의 도로명 중 역사적 인물을 담은 길들을 살펴본다. 2022년 말 기준 서울의 도로명은 1만4000여곳에 달하며, 이중 역사적 인물과 관련된 도로는 43곳이다. 이번 ‘서울길에서 만나는 인물사’에서는 역사적 인물을 담은 도로명 16곳을 선정, 10개 주제로 구성했다.

조선의 건국과 수도 서울의 건설에 관련된 길은 ‘무학로’와 ‘삼봉로’다. 무학로와 삼봉로는 각각 무학 자초와 삼봉 정도전에서 유래한 도로명이다. 무학 자초는 조선왕조 최초이자 유일한 왕사(王師)로서 한양 천도에 큰 역할을 했다고 알려져 있다. 삼봉 정도전은 한양의 수도 건설 사업의 중심인물이었으며, 경복궁, 강녕전, 사정전 등 궁궐과 전각의 이름을 정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한글 창제를 둘러싼 인물로는 ‘세종대로’의 세종과 ‘만리재로’의 최만리가 있다. 세종대로와 만리재로는 조선의 4대 왕 세종과 그의 신임을 받던 집현전의 학자 최만리에 관련된 도로명이다. 세자의 스승이기도 했던 최만리는 집현전의 수장인 정3품 집현전 부제학의 자리에 오를 정도로 세종의 깊은 신뢰를 받았다.

어머니와 아들 모두 도로명으로 남겨진 사례도 있다. 바로 신사임당의 ‘사임당로’와 율곡로의 ‘율곡 이이’다. 사임당로와 율곡로는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에서 유래한 도로명이다. 1592년 임진왜란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나타난 두 영웅이 있었다. 그들은 ‘충무로’의 이순신과 ‘서애로’의 류성룡이었다. 충무로와 서애로는 충무공 이순신과 서애 류성룡에게서 유래한 도로명이다. 

한반도의 광복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두 인물 역시 도로명으로 남았다. 이들은 ‘도산대로’의 안창호와 ‘백범로’의 김구이다. 한국 독립운동사, 특히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로 도산 안창호와 백범 김구를 빼놓을 수 없다. 1910년 이후 국외 독립운동을 주도함으로써 한국독립운동의 지평을 확장한 인물들로 기억되고 있으며, 각각 도산대로와 백범로의 유래가 됐다.

‘서울길에서 만나는 인물사’에서는 서울의 도로명 중 인물로 대표되는 곳들을 선정하여 그들의 역사를 다룬다. 각 글에서는 여러 이미지 자료를 활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도와 흥미를 높였다. 도서는 2023년 상반기 서울역사강좌 교재로 사용되며, 서울역사편찬원 누리집에서 누구나 무료로 읽을 수 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바쁜 현대인의 삶 속에서 의미 없이 지나친 서울의 길을 다시금 돌아보고 그 속에 담긴 인물들의 생애와 의미를 배우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서울 길의 역사가 시민 여러분께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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