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간 국회를 떠돌던 일명 노란봉투법이 지난 21일 국회 환노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으로, 근로자의 민·형사상 면책 범위와 손해배상 청구 제한 범위를 넓히고 노조 교섭 대상인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노란봉투법이 탄생한지 9년 만에 처음으로 의미 있는 결과다.

노란봉투법은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사건으로 탄생했다. 당시 쌍용자동차 법정관리 과정에서 36% 인원감축안이 발표되자 이에 반발한 노동자들이 파업에 들어갔고 물리적 충돌로까지 번지면서 76일간의 파업이 끝났지만 사측과 경찰이 노조 관계자들에게 불법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해 47억원 배상판결을 받았다. 이에 한 시민이 언론사에 4만7000원이 담긴 봉투를 보내온 것이 알려지면서 '노란봉투법'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묻혀질 수 있었던 노란봉투법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 건 지난해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의 파업 덕분이다. 임금인상을 요구하던 대우조선해양 하청노동자들이 사무실을 검거하는 상황까지 이르렀지만 대우조선해양은 원청인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일이라며 발을 뺐다.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파업은 장기화되면서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사측은 노조 집행부에 470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으로 이뤄진 '노동3권'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권리다. 하지만 현재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엔 법의 보장 범위가 너무 협소하다. 원청은 우리 직원이 아니라며 선을 긋고 일거리를 받아야 하는 하청업체는 원청의 눈치만 보는 사이 하청노동자들은 원청에서 하청으로 하청에서 원청으로 떠밀리며 부당함을 호소할 길이 없다.

노란봉투법이 논의 선상에 오를 때마다 보수 정당과 재계는 재산권 침해 우려를 제기한다. 그러나 이는 절대불가침의 권리가 아니다. 노동자들의 권리와 함께 고려돼야 한다. 영향력은 행사하면서 책임은 없다는 이중적인 태도로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권을 보장할 수 없다.

최근 하청택배노동자들이 CJ대한통운을 상태로 낸 소송에서 법원은 하청택배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전국택배노조와 단체교섭을 거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그럼에도 CJ대한통운은 택배 값은 올리면서 처우는 달라진 것이 없다고 하소연하는 노동자들에게 그들의 요구가 정당한지에 대한 논의도 없이 계약자 관계가 아니라며 입을 닫고 있다.

국가인원위원회도 쌍용자동차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과도한 손해배상책임으로 근로자의 노동3권 행사가 위축되지 않도록 담당재판부가 이를 심리·판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을 대법원에 제출한 바 있다.

현재 대부분의 대기업들은 70~80년대 산업화 시대 특혜를 받고 성장했다. 당시 노동자들은 낙수효과 논리 아래 철저하게 희생당했다. 이제는 시대가 지났다. 노란봉투법은 노사가 상생하는 법이 돼야 한다. 모든 파업을 용인하자는 것이 아니다. 구조적으로 불리한 노동자들이 부담함을 말할 수 있는 창구는 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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