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심만 13년째 진행 중인 국내 최장 소송이 있다. SK가스, E1,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 총 국내 액화석유가스(LPG) 수입·공급사 6곳을 상대로 전국개인택시조합 소속 개인택시 운전기사 3만여명이 낸 집단 손해배상 소송이다. 서울중앙지법에서 이달 9일 예정됐던 변론 기일은 또 다음 달로 미뤄졌다.
이들 6개 업체는 2003~2008년까지 총 6년 동안 최소 20여차례 만나 총 72회에 걸쳐 LPG 판매가격을 담합 해왔다. 이렇게 21조에 달하는 부당매출을 올렸다. 지난 2009년 12월 2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의 가격 담합 혐의를 적발하고 역대 최대 과징금이라는 6689억원을 부과했다.
현행 법제도상 피해자들이 구제받기란 쉽지 않다. 과징금도 가격 담합으로 얻은 부당이득 환수를 의미할 뿐 피해받은 소비자들에 대한 구제 조치는 아니다. LPG가 대표적인 서민 난방 연료인 만큼 피해 본 이들도 대부분 서민층이다. 현재 LPG 가격 담합 관련으로 제기된 소송만 4건으로 국가유공자,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이 포함돼 있다.
잘못에 대한 피해보상은 소극적이지만 취약층 지원은 적극적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지만, 책임있는 행동에 차별은 두어서는 안된다.
대표적으로 SK가스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에너지 취약계층을 위한 상생 지원금으로 25억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SK가스는 "상생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에너지 취약계층의 난방비 부담을 덜어주고 에너지 안전망에 기여할 수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SK가스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에너지 기업으로서 진정성 있는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요즘 대세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도 잊지 않고 있다. 지난 20일엔 신한은행과 ESG 경영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LPG 사용 고객을 위한 금융상품을 선보였다. 여기엔 개인택시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우대금리 적용 대출상품도 포함돼 있다.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ESG 경영이란 사회 구성원과 오래 함께 가는 경영을 하자는 것이지 잘못에 대한 배상을 미루면서 선한 일을 많이 하자는 것이 아니다. 2년 전 가까스로 도출된 피해액 산정에 대해서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심지어는 피해액이 '0원'이라는 뻔뻔한 태도까지 보이는 사이 피해받은 서민들 삶은 날로 팍팍해지고 있다.
액화석유가스(LPG) 수입·공급사 6곳에 부과된 과징금 6689억원이 역대 최대 과징금이라고는 하지만 부당이득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치는 금액이다. 과거 잘못이 있다면 깨끗하게 인정하고 능동적인 대처로 기업이미지 쇄신과 진정한 ESG 경영을 이루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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