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중국게임을 싫어했다. 중국 게임은 한국 게임보다 퀄리티가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기적의 검' 같은 게임이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올라가는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가끔 중국산 게임 광고가 나오면 기겁을 하며 스킵을 눌러댔다.
2020년 9월 원신이 나왔다. 원신은 더 하기 싫었다. 필자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일명 야숨)을 오랫동안 즐겼다. 젤다의 전설 120개의 사당을 다 깼음에도 아끼고 아끼고 하다가 엔딩을 못봤다. 그런 야숨을 따라한 중국 게임을 즐길 수가 없었다.
그렇게 원신의 출시 2년이 지났다.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어째서 원신은 전세계 게임 매출 초상위권에 위치해 있는가. 그것이 너무도 궁금했다. 게임기자로써 원신의 성공비결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그렇게 원신을 콘솔로 설치하고 플레이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필자가 단일 게임에 현질을 가장 많이 한 게임이 됐다.
원신은 출시되고 난 뒤 신화적인 업적을 써냈다. 시장조사업체 센서타워가 공개한 '2022년 상반기 글로벌 앱 지출액 보고서'에 따르면 미호요의 원신이 9억8620만 달러(약 1조2830억원)를 달성하며 3위를 차지했다. 2020년 출시된 원신은 정식 출시 이후 전세계 다운로드 1위라는 기염을 토하며 글로벌 베스트 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콘솔과 PC 매출까지 합치면 글로벌 매출 1위 게임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글은 원신에 대한 리뷰도 들어있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국 게임의 발전이 이 정도인데 유저 우롱을 거듭하고 리니지 라이크에만 집착하며 트럭시위와 단체소송이 이어지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의 현실을 개탄하기 위함이다.

원신은 왜 갓겜이 됐나...강점 다섯가지는
먼저 원신의 강점을 짚어봐야 한다. 어째서 원신이 글로벌 매출 1위 게임이 됐는가를 살펴봐야 한다.
첫번째는 이 게임이 캐릭터 게임으로써 정점을 찍고 있다는 사실이다. 원신은 캐릭터 수집형 RPG다. 뽑기 요소가 존재한다. 미호요는 원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했다. 스토리를 진행해 가면서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의 서사에 빠져들게 된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개성을 자랑한다. 다른 수집형 게임들과 달리 40명이 넘는 캐릭터들의 성격이 게임 속에 생생히 살아 있다. 유저들은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각 캐릭터들의 사연을 알게 되고, 정이 들게 된다. 던전 같은 곳에 가면서 이들을 직접 조종할 기회도 부여한다. "이 캐릭터를 갖고 싶다"는 욕구를 극대화 시키는 전략은 원신이 전세계 매출 초상위권을 기록하게 하는 일대 배경이 됐다.
원신은 젤다의 전설 주인공 링크의 여러 스킬들을 다른 캐릭터들에게 확대 이식한다. 그래서 쓸모없는 캐릭터들이 드물다. 4성이든 5성이든 온갖 정성을 들인 캐릭터들은 수많은 원신 팬들을 만들게 된다.
두번째는 게임성이다.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의 단점 중 하나는 전투였다. 별다른 스킬이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원신은 젤다의 전설에 나오는 속성 요소를 대폭 강화시키고 여러 스킬들을 캐릭터들에게 부여해 재미있는 전투를 만들었다. 특히 바람, 바위, 불, 물, 얼음, 번개, 풀 등 7가지 속성이 존재하는데 이들을 이용해 박진감 넘치는 전투를 펼칠 수 있다. 한 파티당 4명의 캐릭터를 편성할 수 있는데 속성 요소로 인해 여러 캐릭을 계속 바꾸면서 플레이 해야하는 컨트롤 재미도 존재한다.
젤다의 전설의 가장 강력한 강점인 필드 탐험 요소도 더욱 강화했다. 원신의 맵 크기는 엄청나게 크지만 비어있지 않다. 드넓은 대지를 돌아다니며 각종 보상을 받는 '탐험'의 재미를 오롯이 느낄 수 있다.
세번째는 모바일, 콘솔, PC 등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데도 절묘한 과금요소로 유저들의 불만을 최소화 한다는 사실이다. 멀티 플랫폼을 지원하는 게임들은 많지만 얘기하고 싶은 것은 이런 멀티 플랫폼 모두에게 적용되는 절묘한 과금요소다.
애초에 모바일 게임과 콘솔게임은 현질요소 자체가 다르다. 일부 모바일 게임은 현질을 하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반면 콘솔 게임은 게임 자체만 사면 DLC를 새로 구매하는 것 외에는 추가적인 현질요소 부분이 적다. 이렇듯 모바일과 콘솔은 판 자체가 다른데 미호요는 두 가지 플랫폼 모두 BM을 공통 적용하고 성공했다.
원신은 현질성 뽑기 요소를 콘솔과 PC에 적용해 성공한 유일한 게임이다. 콘솔과 PC는 게임을 7만원 내외로 팔 뿐이지 이후엔 현질 요소가 없다. 하지만 미호요는 이 게임을 무료로 제공하는 과감한 선택을 한다. 세가지 멀티 플랫폼에서 공짜로 게임을 제공하는데 초상위권 매출을 유지한다는 것은 미호요의 실험이 통했다는 뜻이다.
공짜로 게임을 제공하는 대신 게임 속에 유저를 깊이 빠드려 애정으로 캐릭터를 뽑게 만드는 것이 미호요의 전략이다. 스토리나 각종 이벤트에 캐릭터에 깊이 빠져들 수 있는 요소를 넣어 유저들로 하여금 "이 캐릭터는 뽑아야 한다", "이 캐릭터를 강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심는다. 이것이 뽑기 현질로 이어진다.
무려 콘솔에 현질 뽑기 요소를 넣었는데도 원신은 욕을 먹지 않는다. 이유는 원신의 모든 요소를 플레이하는데 과금이 필요하기 않게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오로지 어떤 캐릭을 뽑아서 자기만족을 하기 위함이다. 정들게 만들어 캐릭을 뽑게 만들지만 이는 유저들의 선택영역이다.
출시 2년이 지난 현재 지금도 많은 유저들은 무엇인가를 깨기 위해 뽑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뽑기를 해야 무언가를 깨야하는 한국식 모바일 게임 요소를 철저히 배제한다. 이같은 생각은 최근 있었던 3.1버전 게임설명회에서도 드러난다. 경쟁식 스펙올리기 게임을 지양하지 않으며, 여러 맵들을 추가로 출시하고 유저들이 새로운 경험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네번째는 원신은 '힐링게임'이고, 복귀가 쉽다는 게임이라는 점이다. 원신은 사실상 싱글 콘솔 게임에 가깝다. 드넓은 필드를 훌륭한 BGM과 함께 탐험하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게임이다.
스펙을 올려야 하는 경쟁 게임도 아니다. 리니지 라이크 모바일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한달 정도 쉬고 복귀하면 자신의 캐릭터만 약해져 있고 다른 캐릭터들은 엄청나게 강해져 있다. 스펙을 따라맞추기 위해 뽑기가 강제된다.
하지만 원신은 다르다. 애초에 싱글 콘솔게임에 가깝기 때문에 반년 뒤에 복귀해도 게임을 즐게는데 전혀 문제가 없다. 복귀가 쉽다는 점은 원신이 2년 이상 초상위권 매출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명력을 부여했다. 정성이 담긴 각종 이벤트를 계속 내놓는 것도 언제든 복귀해 즐길 수 있는 요소다.
네번째는 압도적인 BGM과 성우들의 열연이다. 수 많은 게임들을 즐겨온 필자는 이 게임을 하면서 음악에 감동받았다. 미호요의 경우 자체 게임 사운드 스튜디오인 HoYo-Mix를 통해 자신들만의 아이덴티티와 색깔이 묻어나는, 그리고 게임의 분위기에 딱 들어맞는 음악을 만들어내고 있다. 훌륭한 퀄리티의 OST를 세계적인 음악가, 악단들과 함께 녹음하여 호평을 받았다. 원신은 모바일 게임 어워즈 2021에서 올해의 게임과 함께 BEST AUDIO/VISUAL ACCOMPLISHMENT를 수상했다.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이 모티브를 삼은 나라의 악단이 음악을 녹음한 점은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리고 놀란 게 있다. 필자는 한국 성우들이 일본 성우들에 비해 역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해 왔었다. 이런 자신을 반성한다. 원신을 통해 한국 성우들이 얼마나 경쟁력 있는지를 깨닫게 됐다. 이는 말로 설명이 불가능하니 한번 원신을 해보고 한국 성우들의 열연을 들어보길 추천한다.
중국 게임사 눈부신 발전할 때 리니지 라이크에 빠져 발전 없는 한국 게임사들
원신의 등장은 중국 게임의 판도를 바꿨다. 중국 게임사들은 제2의 원신이 되기 위해 여러 게임들을 개발 중이다. 퀄리티 높은 게임을 만드는 것이 전세계에 통한다는 것을 중국 게임사들은 원신을 통해 배웠다. 즉, 원신이 중국 게임사들이 가야할 지향점이 된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보면 암울함이 앞선다. 한국은 따라하는 게임이 고작 '리니지'다. 리니지M과 리니지2M이 대성공을 거두며 엔씨소프트가 돈을 쓸어가자 여러 게임사들이 리니지 라이크를 내놓기에 바쁜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3M 중 하나인 넥슨이 히트2M이라는 리니지 라이크를 내놓은 것이 단적인 예다. 히트2M이 플레이스토어 매출 상위권에 올라있는 것을 보면 자괴감이 느껴질 정도다.
한국 게임사들이 리니지 라이크에 빠져있을 동안 중국 게임은 원신을 필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했다. 원신은 게임 종주국 중 하나인 일본 마저 점령했다. 일본의 원신 매출은 상상이상이다. 중국게임을 무시할 시기가 이미 지나버렸다. 중국은 원신 따라하기 뿐만 아니라 '검은신화: 손오공'의 개발영상을 통해 달라진 개발능력을 뽐내고 있다.
중국 게임사 미호요는 원신을 통해 중국 게임에 대한 선입견을 파괴하고 한국, 일본 게이머들에게도 먹힐 게임을 만들었다. 그리도 떼돈을 벌어 더 높은 퀄리티의 신작을 개발 중이다. 최근 있었던 2주년 방송 때 수많은 한국 유저들이 "미호요에 감사하다"란 댓글을 적었는데 그럴만 하고, 한국 게임사들을 생각하면 아쉽고 분노가 치솟는다.
현재 한국 게임업계는 현재 여러 사건사고들로 말이 많다. 카카오게임즈 우마무스메 사태는 트럭시위와 집단소송으로 이어지고 있고, 엔씨소프트 역시 BJ 프로모션으로 집단소송 사태에 휘말렸다. 최근에는 국감에서도 논란이 됐다.
5일 국감에서는 게임이용자의 권익증진과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사행성 조장 등 여러 현안에 대한 논의가 펼쳐졌다. 게임 유튜버 김성회 씨가 출연해 "소비자들의 게임에 대한 애착에 비해 소비자를 대하는 마인드가 부족했다. 어느 업계가 고객을 이렇게 대하는가 라는 것"이라며 "트럭이나 마치시위를 통해 게임 서비스를 똑바로 해 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리니지 라이크의 원조인 엔씨소프트를 따라하는 게임들만 줄줄이 나오니 과도한 현질요소로 인해 여러 유저들의 원성이 많다. 김성회 씨는 "매출 순위 상위권에 있는 일부 게임은 지나치게 과도한 금액을 요구한다"며 "이런 확률형 아이템은 해외에도 존재하지만 우리나라 게임에서 그 비중이 유독 크다"고 일침했다.
한국 게임사들은 리니지 라이크에 빠져 어떠한 발전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개발중인 게임들은 있겠지만 나온 것은 없다. 중국보다 개발력이 밀리는 시대가 됐다.중국 미호요가 원신이라는 명작을 만들동안 한국 게임사들은 뭔가 보여준 것이 없다. 오히려 엔씨소프트가 말과는 다른 행동들로 약속을 어기며 유저들을 기만하기 바빴다.
뽑기 게임으로 돈을 쉽게 벌다보니 모바일 BM구조만 엄청나게 발전한 게 한국이다. 추후 자세히 쓰겠지만 엔씨소프트가 콘솔용으로 개발 중인 쓰론 앤 리버티는 너무나도 불안하다. 원신처럼 유저들의 불만을 사지 않는 선에서 BM구조를 짜야할 텐데 과도한 현질 요소를 내놓고 만약 성공한다면 콘솔 시장 트랜드 자체를 유저들에게 악랄하도록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원신을 만든 미호요를 벤치마킹하라는 것이다. 원신같은 게임을 만들라는 것이 아니라 원신이 추구하는 유저친화적이고도 합리적으로 돈을 버는 방향을 따라하라는 것이다.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방향으로 2년 이상 승승장구 중인 원신이다. 모바일, 콘솔, PC로 출시하고도 매출 초상위권을 유지하는 그 원동력, 유저들을 사로잡는 매력적인 게임을 만들어야 한다.게임에 돈을 쓴 것을 후회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율적으로 적당히 현질해도 즐길 수 있는 원신같은 게임을 만들란 얘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