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3거래일 연속 연고점을 경신하며 1340원을 돌파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금융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지만 오름세는 쉽게 잡히지 않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전 거래일 원·달러 환율은 1345.50원으로 마감했다. 환율이 1340원 대를 넘긴 것은 지난 2009년 4월 이후 13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3일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인 통화상항이 우리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비상경제대책회의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를 잘 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발언 이후 외환당국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기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과정에서 역외 등을 중심으로 한 투기적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당국은 환율이 오르는 경우 투기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이에 투기로 인한 추가적인 환율 상승을 막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보인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도 같은 날 임원회의를 통해 "환율 변동성이 커져도 금융안정성 유지에 문제가 없다"고 발언했다.
이 원장은 "최근 환율이 급등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금융부문은 대외 충격이 발생하더라도 시장충격을 흡수하고 자금중개기능을 정상 수행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무역수지 적자는 물론 만기가 1년 미만인 단기외채 급증 가능성이 높아진다.
지난 18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2분기 대외채권·채무 동향'에 따르면 전분기 대비 단기외채가 89억 달러 늘었고 장기외채는 10억 달러 감소했다.
이는 외환보유액 감소와 달러 상승에 따른 것이다. 외환당국은 지난 6월 13일에도 환율 상승 억제를 위한 구두개입에 나선 바 있다.
다만 당국의 우려에도 당분간 달러 강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달러 가치 상승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탓이다.
먼저 현지시간 25일 잭슨홀 미팅이 예정돼 있다. 잭슨홀 미팅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은행이 매년 8월 주최하는 심포지엄으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가 참석한다.
9월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률을 결정하는 FOMC회의를 개최하는 만큼 잭슨홀 미팅 이후 연준이 어떤 방식으로 통화정책을 개진할지 가늠할 수 있을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연설을 통해 정책 전환 관련 메시지를 던져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연준 위원들이 노동시장이 견조한 만큼 인플레이션 목표치 2%까지 금리 상승을 이어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탓이다.
아울러 유로화 하락이 달러 강세의 도화선이 됐다. 최근 러시아는 노드스트림1을 3일관 폐쇄한다고 밝히자 에너지 수급 우려에 유로화가 급락했다.
독일 물가쇼크도 유로화 하락을 부추겼다. 7월 독일 생산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37.2% 폭등하며 1949년 통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독일 중앙은행은 "올 가을 70년 만에 가장 심한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며 물가상승률을 10%로 예상했다.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경기 악화도 위험 요소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며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데다 일부 지역 가뭄, 전력부족 등이 위안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가치는 독일 생산자물가 쇼크와 더불어 가뭄 및 천연가스 가격 상승세 지속 등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 부각으로 급락했다"며 "달러 강세와 더불어유로 및 위안화에 원화 가치가 연동하면서 지난주 원·달러 환율이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추가로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로화 약세에 기반한 달러 초강세 현상을 반전시킬 수 있는 모멘텀이 부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박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따른 악영향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로 물가쇼크에 이어 제조입 지수 쇼크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의 1350원선 위협도 가시권에 진입했다"며 "달러화 강세와 더불어 위안화 역시 펀더멘탈 약화로 약세 흐름을 이어갈 수 있으며 이는 추가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KB증권 김효진 연구원은 "월말 네고 물량 출회, 한국 무역수지 적자폭 축소 가능성 등은 향후 원·달러 상승 속도를 둔화시키겠지만 원화의 유의미한 강세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환율이 하락 기조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유럽 에너지 공급 개선, 중국 부동산 가격 상승 전환 등이 필요하며 이는 연말 이후가 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