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때 하지 못한 기업 구조조정이 윤석열 정부의 짐이 될 전망이다. HMM 민영화, 쌍용차 재매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등 차기 정부가 굵직한 기업 구조조정을 떠안은 상황이다. 

쌍용차는 우선협상자인 에디슨모터스가 인수대금을 내지 않으면서 인수전이 결국 불발됐다. 인수대금 3049억원의 잔금 2743억2000만원 납입 기한이었던 지난 3월 25일까지 돈이 입금되지 않아 '계약 즉시 해제' 사유가 발생했다. 인수대금 납입 기한 위반으로 계약은 즉시 파기됐다. 

에디슨모터스는 쌍용차 인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며 4월 4일 대법원에 특별항고를 제기했다. 하지만 이미 에디슨모터스의 쌍용차 인수는 물 건너 갔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에디슨모터스는 현재 주가조작과 먹튀의혹에 휩쌓인 상황으로 금융당국이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 4~5개 업체가 다시 매물로 나오게 된 쌍용차를 인수하겠다고 나선 상황이다. 쌍방울그룹과 이엔플러스, KG그룹 등 세 곳이 현재까지 알려진 인수전 참여업체이고, 이 외에 1~2곳 정도가 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부제철 인수로 대기업 그룹이 된 KG그룹이 유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그러나 잇따른 매각 실패로 쌍용차의 기업가치와 이미지는 바닥으로 추락한 상황이다. 이번에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업체들 중에도 쌍용차 인수보다 주가부양이나 부지 개발을 노리고 참여의사를 밝혔을 가능성이 있다. 실사 과정에서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상황이 이런 만큼 쌍용차 새 주인 찾기는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도 쌍용차처럼 지난 정권에서 매각에 실패한 케이스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1998년부터 채권단 관리체제로 유지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는 민영화 추진 계획에 따라 2019년부터 민간기업 인수매각 절차를 밟아왔다. 그러나 현재 전면 중단된 상태다. 

연초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M&A) 불승인으로 현대중공업의 인수가 무산됐다. 현대중공업이 EU를 상대로 소송을 준비 중이지만 다시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대우조선해양의 정상화 문제가 매듭을 짓지 못하고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게 된 상황이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인 지난 2월19일 “빠른 시일 내에 대우조선해양이 유능한 주인을 맞이할 수 있도록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마저 인수에 실패한 마당에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국내 기업이 누가 있을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도 각국 경쟁당국의 결합심사 통과라는 까다로운 절차를 진행 중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도 이 관문을 넘지 못해 매각이 무산된 상황이어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역시 쉽지 않을 것리안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2월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으며 미국, 영국, 호주, EU, 일본, 중국 등 6개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가 남아있는 상황이다. 어느 한 경쟁당국이라도 불허 결정을 내리면 M&A 자체가 무산될 수도 있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인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등을 추진한 것은 산업은행이다.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부쩍 까다로워진 추세를 읽지 못하고 동종업계의 인수를 고집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됐다. 

HMM 민영화도 차기 정부의 일대 과제 중 하나다. HMM은 현재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이고, 2대 주주가 해양진흥공사다. 문재인 정부에서 매각을 추진하려던 움직임은 있었지만 물망에 오른 대기업들이 모두 이를 고사하면서 민영화 시도조차 하지 못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주요 공약으로 '신해양강국 재도약'을 밝힌 바 있어 HMM 민영화가 차기 정부에서 속도를 낼 것란 기대감이 들어선 상태다. HMM은 경영정상화에 성공했다. HMM은 지난 9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3조8401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 7조3775억원을 기록하며 부실을 한번에 털어냈다. 

그러나 HMM 매각도 쉽지만은 않다. 우선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두면서 HMM의 몸값이 크게 솟구친 것으로 추정된다. 최소 6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는 인수 대금을 낼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HMM이 현대차그룹 사장 출신인 지낸 김경배 씨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정하면서 현대차그룹이 물망에 오르고 있지만 현재 현대차그룹 측은 "전혀 관련이 없다"고 손사레를 치고 있다.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의 이견차도 문제다. 산업은행은 실적이 최대치에 이른 지금이 적기라고 보는 반면 해진공과 해양수산부는 최소 2~3년의 경영 정상화 과정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HMM 민영화, 쌍용차 재매각,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 대우조선해양 재매각 등 차기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처음부터 큰 짐을 안고 시작하게 됐다. 예를 들어 쌍용차를 청산이라도 하게 되면 대규모 실직으로 인한 비판은 윤 정부가 모두 받아내야 하는 처지다. 이들을 외국기업에 매각하려 해도 수 많은 반발에 부딪힐 것이 뻔하다. 

재계 관계자는 "전 정권에서 실패한 기업 구조조정은 차기 정부가 집권하자마자 떠 안게 된 짐"이라며 "쌍용차, HMM, 아시아나항공, 대우조선해양 등 굵직한 기업들이어서 더 이상 정부와 산업은행 주도로 성사시기키는 쉽지 않고, 시장에 맡기는 구조조정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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