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A330.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30.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총체적 난국에 직면했다. 자본잠식 위기는 갈수록 커지고 있고, 대한항공과의 인수합병은 지지부진한데다 직원들은 "근무환경이 너무 안좋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장폐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말만 해도 자본 총계가 자본금을 상회한 5211억원이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새 원달러 환율 급등으로 수천억원의 환손실을 기록하면서 부분잠식에 빠진 상황이다. 

아시아나항공은 2022년 상반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6544%에 이른다. 지난해 말보다 4134%p 상승했다. 조만간 3분기 재무제표가 공개되면 아시아나는 완전자본잠식 상태를 드러낼 것으로 예상된다. 연말까지 이를 해소하지 못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상장폐지 기로에 놓이게 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사가 회계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 상태라면 즉시 상장폐지 사유가 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지난 2008년 무리한 차입을 통해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품었지만 같은 해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 직격탄에 그룹은 물론 알짜 계열사인 아시아나까지 경영악화에 내몰렸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채권단을 구성해 구조조정 운영자금 2조4000억원, 영구채 인수 8000억원 등 3조3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했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2020년 11월 아시아나를 대한항공에 흡수합병 시키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세계 각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더뎌지면서 지지부진한 상태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튀르키예(터키), 대만, 베트남으로부터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고, 인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경쟁당국은 심사 중인데 아직 결정이 나지 않고 있다.

이 중 한 곳이라도 통과하지 못하면 기업결합은 무산되며, 내년에야 결정날 전망이다. 공정위 조차 완전 승인이 아닌 운수권을 제한하는 조건부 승인이어서 국내 경쟁당국 관문도 완전히 통과했다고 보긴 어렵다. 

인수합병 절차가 예상보다 더뎌지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대한항공의 인수 비용 역시 대폭 불어나게 생겼다. 

이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최근 직장인 익명게시판(블라인드)에는 아시아나항공 승무원으로 추정되는 직원의 "근무환경이 너무 안좋아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 

그는 "코로나 이후 승무원들이 무급, 유급 나눠서 비용절감을 하고 있다. 어느 순간부터 한달에 7일을 쉬는데 코로나 이전 비행, 즉 한달 정상 근무했던 시간과 얼마 차이가 없다"며 "그만큼 일의 강도는 세졌는데 7일을 쉬면서 월급은 많이 줄어들었고, 회사는 원복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또 "강도 높은 일 후에 편안한 휴식이 보장되지도 않는다"며 "10년도 넘은 오래된 레이오버 호텔을 구하다보니 바퀴벌레나 하수구 냄새로 휴식환경이 많이 떨어졌다. 중간에 대기근무가 오면 쉬는 날이 일하는 날로 바뀌는 날도 허다하다"고 했다. 

그는 "환율이 이렇게 올랐는데 해외 체류시 지급되는 비용도 말도 안되게 낮췄다. 생리휴가도 법정 판례가 있음에도 미지급하고 있다"며 "이렇게 피곤하게 말도 안되게 운영하다가 사고날까 두렵다"고 썼다. 

이같은 직원복지와 처우 악화는 사실상 자본잠식에 빠진 아시아나항공으로써는 어쩔 수 없다는게 중론이다. 지난 10월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환율이 너무 올라 아시아나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다. 합병을 원활하게 하려고 아시아나에 많은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직원 복지 수준이 대폭 낮아진 상황으로 추정된다. 직원들의 원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에도 뾰족한 해결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계속 지연되고 있고, 해외 경쟁당국 심사를 모두 통과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며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상황"이라며 "강도높은 자구책으로 직원들 불만까지 커지고 있지만 사측 입장에서는 여기에 귀를 귀울여 줄 여유가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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