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사진=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서 연이어 회계 실수가 발생해 매출액을 대폭 정정했다. 규모를 자랑하는 대형 증권사임에도 회계 처리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 회계 심사에 착수했다.

지난 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2019년부터 2023년까지 매출 오류가 발생해 5년간 사업보고서를 정정했다. 오류는 리테일 부서와 FX(외환) 부서 간 외환 거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부서 간 내부거래임에도 재무제표에서 상계 처리를 하지 않아 영업수익과 영업비용이 모두 과다 계상됐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9조9236억원→9조6820억원 △2020년 15조2000억원→14조5600억원 △2021년 11조6060억원→12조4305억원 △2022년 20조8065억원→21조6689억원 △2023년 22조848억원→19조3540억원으로 영업수익을 정정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영업수익과 함께 영업비용도 같은 금액만큼 줄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며 "내부 거래 중 일부를 회계 부서에서 실수로 잘못 기재해 정정 공시했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유사한 회계 실수가 발견됐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3일 지난해 반기 보고서와 3분기 보고서를 정정했다. 지난해 2분기 영업수익이 4500억원가량 부풀려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신한투자증권의 지난해 반기 누적 외환거래 이익은 기존 9672억원에서 5119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수익(매출)도 기존 8조9459억원에서 8조4905억원으로 깎였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2분기 내부 외환 거래 처리 과정에서 환율 기재에 실수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내부 거래에서 생긴 오류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는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사고 이후 점검하는 과정에서 오류를 인지하고 해당 내용을 고쳐 공시했다"고 말했다.

두 증권사 모두 회계 실수가 영업이익·순이익에 영향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연이어 터지는 증권사 회계 오류에 업계는 당혹감이 역력한 분위기다.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규모의 증권사들이 재무 관련 회계 처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는 내부통제 부실 우려와도 일부 연결된다. 일각에선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지난 5년간 회계 실수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증권사 등 금융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외환차익·외환차손이 영업손익으로 인식된다"며 "하지만 내부거래에서 발생하는 환차익은 영업손익이 아닌 영업외손익으로 인식해야 하는데 두 회사 모두 이 부분에서 회계 실수가 발생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내부거래에서도 날짜 차이 등으로 환차익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내부거래 환차익을 단순한 외부거래로 오인하거나 잘못 판단해 수익으로 처리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금융사 회계 처리 담당자들이 종종 놓치는 부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오류 사태가 무난히 넘어갈 만한 문제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작은 중소형 영세 법인도 아니고 이 정도 규모 증권사에서 회계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며 "회계에서 있을 수 있는 실수지만 금융사 규모와 이미지를 고려하면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실수"라고 전했다.

이어 "회계 처리 오류에서도 중대성을 판별한다"며 "금액도 높을 뿐더러 외부감사대상이라 이는 중대한 오류로 판단된다"고 꼬집었다.

금감원도 회계 오류를 집중해 바라보고 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지난 1일 진행한 현안 브리핑에서 한국투자증권에 회계 심사를 실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중과실이나 고의성이 드러날 경우 감리로 전환해 제재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금감원의 이번 심사가 감리로 넘어갈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순이익에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유야무야 넘어갈 수는 없어 보인다"며 "어쨌든 재무제표가 부풀려진 감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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