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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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투자증권이 지난 2020년 투자한 해외부동산 사모펀드의 투자금 대부분이 손실 처리됐다.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펀드에 100% 가까운 지분율을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에선 1000억원에 달하는 자기자본 투자가 실패했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었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1분기 키움마일스톤US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제22호(이하 키움마일스톤22호)에 대해 490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했다. 이는 1분기 종속기업 손실 총액인 501억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규모다.

특수관계자와의 파생상품 관련 주요 약정 항목을 살펴보면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1분기 키움마일스톤22호와 키움마일스톤22-A호 펀드의 파생상품자산 약정금액을 모두 0원 처리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020년 3월 키움투자자산운용의 키움마일스톤22호에 527억원을 출자했다. 같은해 10월 키움마일스톤22-A호에는 456억원을 투자했다. 총 1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키움마일스톤22호는 미국 애틀란타에 있는 힐튼호텔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메자닌 트렌치에 투자하는 펀드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금융을 의미한다. 부채와 자본 요소가 혼합된 것으로 선순위 채권과 보통주 사이에 속하는 자본 조달을 뜻한다. 

한편 키움마일스톤22-A호는 같은 힐튼호텔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레스큐 캐피탈 우선주 펀드다. 레스큐 캐피탈에 참여한 투자자는 우선주를 제공해 호텔이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할 때까지 여유를 벌어준다. 이후 호텔 수입, 리파이낸싱, 매각 등으로 대출원금을 상환받고 이자 수익을 얻는 구조다. 자본구조에선 주식으로 분류된다.

키움마일스톤22호의 1분기 손실처리 금액과 파생상품자산 약정금액을 고려하면 신한투자증권은 해당 펀드에서 대규모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또 메자닌 성격의 펀드인 22호에서 이 같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아 키움마일스톤22-A호 역시 유사한 수준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우선주 형식으로 투자한 레스큐 캐피탈은 보통주 자본보다는 선순위, 메자닌보다는 후순위로 분류된다. 메자닌에서 이미 손실을 본 경우 그보다 후순위 자본은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다만 키움마일스톤22-A호와 관련한 우선주 투자금 회수 여부와 만기 도래에 따른 손실 여부에 관해 신한투자증권은 확인이 불가하다고 답변했다.

눈에 띄는 점은 신한투자증권이 두 펀드에 거의 100% 가까운 지분으로 투자했다는 점이다. 신한투자증권의 2020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당해 회사는 키움마일스톤22호에 100%, 키움마일스톤22-A호에 99.71% 지분을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키움마일스톤22호에 99.81%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선 신한투자증권이 기초자산을 먼저 물색하고 운용사에 펀드 조성을 요청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한 판매사에서 이처럼 100%에 가까운 지분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했을 경우, 판매사에서 이미 점찍어둔 기초자산을 두고 운용사엔 펀드 조성만을 요청해 투자했을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두 펀드의 기초자산인 애틀랜타 힐튼호텔은 2020년부터 매각 공고를 내고 5년여가 지난 올해 3월 경매에서 팔렸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율을 보면 신한투자증권이 자기자본으로 투자를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 운용사는 펀드 조성을 위한 수단이고, 실질적인 초기 투자 자산 등 선정은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자닌과 레스큐 간 선후순위 관계를 떠나서 손실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신한투자증권이 자기자본투자(PI)에 실패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PI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도 우려스러운 목소리가 따라붙는다. 투자를 위한 선제적인 리스크 심사에서 이 같은 손실 리스크를 감지하지 못했다는 관측이다.

이번 투자 손실이 신한투자증권의 초대형 IB(투자은행)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할 우려도 감지된다. 금융당국이 초대형 IB를 지정할 때 자기자본 요건 외에도 회사 재무 건전성, 내부통제 시스템 구비 등을 종합 평가하기 때문이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하반기 초대형 IB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동안 신중하게 접근했던 발행어음 사업으로의 진출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이미 2019년 라임펀드 사태와 지난해 1300억원 규모의 ETF(상장지수펀드) LP(유동성 공급자) 손실 사고 등으로 당국의 눈길을 받고 있는 점은 부담 요소다. 게다가 금융위원회가 종투사 지정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한 만큼 이번 손실이 리스크 관리 미흡으로 연결돼 향후 신한투자증권의 초대형 IB 진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다.

한편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해당 펀드 손실 우려와 관련해 "공시된 부분 이외에는 확인이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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