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곳은 광진구에 위치한 아차산동행길과 둘레길이다. 아차산은 광진구와 구리시에 걸쳐져 있는 높이 295.7m의 산이다. 백두대간에서 갈라져 나온 광주산맥의 끝이다. 온달에 대한 전설이 많이 전해져 오는 곳이다. 온달이 가지고 놀던 지름 3m짜리 공기돌바위와 온달샘 등이 있고 온달은 아차산성에서 전사했다고 전해진다.
조선 중기까지 일대가 목장으로만 개발되어 인가가 드물어 수풀이 무성하고 호랑이, 늑대 같은 야생동물이 많이 살아 임금의 사냥터로 이용되었다고 한다. 삼국시대에 고구려, 백제, 신라가 한강유역을 차지하기 위해 250여년 동안 각축을 벌였던 아차산성, 아차산 봉수대지 등 유물들이 많은 곳이다.

아차산은 등산 초보자들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완만한 경사를 이루고 있어 정상까지 올라가더라도 전혀 부담이 되지 않는다. 서울 시내와 한강 뷰가 너무나 인상적인 곳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아차산에는 동행길과 둘레길, 서울둘레길, 아차산성길 그리고 완만하게 이어지는 등산로 등 편안하게 걸을 수 있는 길들이 너무 많다.
그 중에서도 데크로 이루어진 무장애숲길인 동행길과 데크와 산길이 조화를 이룬 둘레길을 걷기로 한다. 동행길은 1km를 조금 넘는 거리이고, 둘레길은 총 거리가 3.7km지만 긴고랑공원까지만 걷고 신성전통시장을 둘러보는 코스이다.
동행길과 둘레길은 바로 연결이 되어 있고 긴고랑공원까지는 4km내외 거리이다. 여유 있게 걸으면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긴고랑공원에서 이어지는 둘레길은 경사가 가팔라 가급적 도로길을 따라 걸으며 신성전통시장으로 갈 것을 추천한다.

광나루역(5호선)에서 하차 후 1번 출구로 나와 광장중학교와 초등학교를 지나 올라가면 아차산생태공원을 마주하게 된다. 생태공원을 둘러보고 동행길이 시작되는 어울림광장에서 아차산 전체 안내도를 꼼꼼하게 체크해 본다. 동행길을 걷다보면 아차산성길과 서울둘레길 등으로 갈라지는 곳이 있어 헷갈릴 수 있다.
아차산휴게소 방면 이정표를 보고 걸으면 된다. 단풍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라 숲길 풍경이 너무 고즈넉하고 낭만적이다. 데크위로 떨어진 낙엽들을 밟으며 걷는다. 숲 속의 짙은 내음이 코끝을 자극한다. 숨을 깊게 들이켠다. 몸과 마음이 맑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동행길은 아차산 초입에 조성된 무장애숲길로 짧은 산책코스지만 깊은 산중에 와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로 우거진 숲길이다. 햇볕이 가리워진 숲길 사이로 부는 가을바람은 신선하면서도 서늘함이 느껴질 정도이다.
동행길의 매력에 빠져 걷다 보니 어느새 끄트머리인 휴게소에 다다른다. 휴게소를 지나 동행길이 끝나면 아차산 고구려정으로 오르는 등산로와 둘레길로 이어지는 길을 마주한다. 등산로를 따라 정상에 오르고 싶었지만 아쉬움을 뒤로하고 둘레길로 들어선다.

아차산동행길은 오롯이 숲 속을 길이지만 둘레길은 숲길과 함께 탁 트인 풍광을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길이다. 둘레길 초반은 데크길로 이루어져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에 놓인 서울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멋진 그림들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경치에 취해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니 기원정사라는 사찰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기원정사는 규모가 크지 않은 작은 사찰이지만 삼국시대에는 전략적 요충지였으며, 고려시대에는 광나루와 함께 많은 시인, 묵객들이 즐겨 찾던 유서 깊은 곳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사찰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사찰을 둘러보고 다시 길을 나선다.

기원정사를 지나면서는 둘레길은 산길과 데크길이 혼재된다. 약간의 오르내림이 있는 산길이라 단조로운 데크길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이다. 산길을 걷는 내내 멋진 풍광을 선물처럼 안겨주니 걷는 것 자체가 즐거움이다.
가까이는 용마산 정상이 눈앞에 펼쳐져 있고 멀리는 북한산과 함께 서울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둘레길을 걸으며 펼쳐지는 풍광들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아 쉴 새 없이 사진을 찍는다. 동행길을 걸으며 가슴이 맑게 정화되었다면 둘레길을 걸으며 눈이 맑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둘레길은 걷는 내내 탁 트인 풍광들을 감상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다. 서울 시내전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사라지고 어느새 북한산과 용마산이 눈앞에 나타난다. 둘레길에 매료되어 정신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긴고랑공원에 다다른다.
긴고랑공원은 아차산과 용마산의 계곡길이 만나는 곳이다. 체육시설이 잘 정비되어 있어 인근 주민들의 안락한 휴식처이고, 용마산과 아차산 등산을 위한 출발지이기도 하다.
아차산둘레길은 긴고랑공원을 지나 이어지지만 이 구간은 경사가 가팔라 긴고랑공원에서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주택가 큰길인 긴고랑길을 따라 이동해 신성전통시장으로 향한다. 시장까지 20분정도 걸어야 하지만 옛 정취가 짙게 베어 있는 동네를 구경하며 걸으니 전혀 지루하지 않다.

신성전통시장은 상가형시장과 골목형시장 두 곳이 있다. 대로변으로도 시장이 형성되어 있어 의외로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상가형시장에 들어섰을 때는 시장 규모가 너무 작아 아쉬웠는데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골목형시장이 넓게 형상되어 있고 먹거리도 많아 인상적이다. 맛집에 들러 허기진 배를 채운다. 각 지역에 있는 전통시장에서 먹는 먹거리는 비슷한 메뉴라 하더라도 맛이 다 다르다. 그래서 늘 기대가 된다.

가을이 왔는데 어느새 가을이 지나가려 한다. 아침에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더 늦기 전에 가을을 만끽하고 즐겨보자. 이제 즐길 수 있는 가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을이 익어가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가방을 둘러메고 집을 나서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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