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강동구 둔촌동에 위치한 "강동그린웨이"이다. 강동구가 야심 차게 만든 걷기 좋은 길로 총길이는 25km에 이른다. 필자는 전체 구간 중 교통이 편리하고 전통시장과 연결이 가능한 숲길 코스인 명일근린공원에서 일자산 숲길을 지나 중앙보훈병원까지 총 5km내외 구간을 걸었다.

소요시간은 2시간 정도이다. 강동그린웨이 코스 중에서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편하게 걸을 수 있는 곳이다. 고덕역(5호선)에서 하차 후 4번출구로 나와 서울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가면 명일근린공원을 마주하게 된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왔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좋은 숲길이라 놀랐다. 명일근린공원에서 시작되는 숲길에 들어서니 새들의 지저귐이 맑게 울려 퍼진다.

명일근린공원 숲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강동그린웨이 숲길은 여느 둘레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숲길이 넓게 조성되어 있어 개방감이 너무 좋다. 고운 흙길로 이어진 숲길은 맨발로 걷기에도 너무 좋다. 주말이라 그런지 공원을 찾아 숲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제서야 왔는지 후회가 될 정도이다. 가을 단풍이 어우러져 숲길은 환상적인 분위기가 연출된다. 바람에 날리는 낙엽을 맞으며 가을 풍경에 흠뻑 젖어 든다.

강동그린웨이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명일근린공원을 지나면 도로로 길이 끊겨 있다. 큰 도로를 따라 대로변을 잠깐 걸어야 한다. 하지만 도로 주변에는 화훼단지가 있어 꽃구경을 하며 걸으니 전혀 지루하지 않다. 화훼단지를 지나 일자산으로 연결되는 숲길을 마주한다. 일자산은 높이 134m로 강동구와 경기도 하남시를 가로지르는 산이다.

남북으로 한일(一)자 모양으로 뻗어 있어 일자산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숲 속 오솔길을 연결하여 푸른 녹지를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강동그린웨이의 출발점으로 삼림욕과 생태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일자산은 산보다는 나지막한 언덕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화웨단지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은행나무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일자산 숲길은 명일근린공원 숲길보다는 걷는 사람이 적어 한적하게 걸을 수 있다. 이곳 역시 전체 구간이 고운 흙길로 경사도 완만해 넓은 인도 같은 오솔길을 걷는 느낌이다.

일자산 숲길을 걷는 사람들은 모두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나온 복장이다. 그만큼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날씨도 너무 좋아 날아갈 것처럼 몸이 가볍다.

청명한 가을 하늘을 벗삼아 숲 속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켠다. 가을바람에 낙엽이 함박눈처럼 쏟아져 내린다. 숲길을 걷는 내내 마치 신선이 된 느낌이다. 넓은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고 싶다.

일자산 숲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일자산 숲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한참을 걷다 잠시 휴식을 취한다. 바람소리와 낙엽이 흩날리는 소리, 새소리가 어우러져 한편의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을 감상하는 느낌이다. 숲 속의 가을 전경에 취해 있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발걸음을 옮긴다.

중간에 일자산 허브천문공원, 일자산 해맞이공원으로 가는 이정표가 있지만 서울둘레길 이정표를 따라 계속 걷는다. 일자산 숲길에 매료되어 걷다 보니 어느새 일자산 정상이라고 할 수 있는 일자산 해맞이명소가 눈에 들어온다.

새해가 되면 일출을 보기 위해 많이 찾는 곳이라고 한다. 해맞이명소를 지나 내리막길을 내려가다 보니 중앙보훈병원으로 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숲길을 좀 더 걷기로 한다.

일자산 해맞이명소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중앙보훈병원 이정표를 지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전망이 탁 트인 넓은 테크로 조성된 쉼터가 눈 앞에 들어온다. 쉼터 앞은 공원묘지가 조성되어 있고 아래에는 작은 마을이 눈에 띈다. 이 곳은 바위로 된 굴이 있다해서 마을이름이 둔굴이라고 한다.

고려 말 대학자인 이집 선생이 신돈의 박해를 피해 은거하던 곳이다. 이집 선생은 은거 동안의 고난을 자손 후세까지 잊지 않게 하기 위해 호를 둔촌으로 바꾸었다고 한다.

현재 둔촌동이라는 동명도 이집 선생의 호인 둔촌에서 유래된 것이다. 쉼터 앞으로 펼쳐진 멋 진 풍광에 매료되어 넋을 잃고 바라본다. 멀리 하남시 아파트 넘어 남한산성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쉼터에서 바라본 남한산성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쉼터를 지나 강동그린웨이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바로 오솔길을 따라 내려간다.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니 신축중인 강동둔촌아파트 단지였다. 단지는 아직 입주가 이루어지지 않고 조경 마무리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듯싶었다.

아파트단지 옆 도로를 따라 둔촌역 방향으로 걷는다. 다음 목적지는 둔촌역전통시장이다. 이곳은 주택단지내에 있는 골목형시장으로 현대화된 시설은 아니지만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사람들로 북적인다.

시장은 먹자골목이 따로 구분되어 있어 좋다. 아파트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이 곳을 찾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질 것 같다. 전통시장이 지금보다 몇 배는 더 활성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먹자골목에서 맛집을 찾아 들어간다.

둔촌역전통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둔촌역전통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가을을 만끽하며 걷는 트레킹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특히 오늘 걸었던 강동그린웨이 명일근린공원과 일자산 숲길 코스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가을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가을이 지나가기 전에 서둘러 집을 나서 강동그린웨이를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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