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구로구에 위치한 구로올레길 산림형 4개코스 중에 2코스길이다. 구로올레길은 하천형, 도시형, 산림형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하천형과 도시형보다는 산림형이 가장 매력적이고 산림형 코스 중에서도 2코스가 가장 걷기에 좋은 길이다. 산림형2코스는 와룡산(98m)~지양산(138m)~매봉산(110m)으로 이어지는 4.7km의 걷기 편한 완만한 숲길이다.

산길을 5km내외 걷는 코스라 여유 있게 걸으면 소요시간은 2시간~2시간반 정도 소요된다. 이전에 소개했던 3, 4코스는 천왕산(144m)과 개웅산(126m) 정상을 지나는 코스로 다소 가파른 고개길이 있지만 2코스는 3개의 산을 완만한 능선을 타고 걷기에 부담 없이 걸을 수 있다. 산림형2코스를 가기 위해서는 온수역(1, 7호선) 6번이나 7번 출구로 나와 신호등을 건너 좌회전해 구로올레길산림형2코스 이정표를 따라 걸으면 된다.

구로올레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구로올레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구로올레길 산림형2코스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구로올레길 산림형2코스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와룡산온수골생태공원 입구에서 구로올레길 산림형2코스로 진입하는 숲길을 바로 만날 수 있다. 입구에는 노후화된 데크공사와 계단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라 다소 어수선했지만 공사현장을 벗어나면 조용한 숲길이 이어진다. 산 능선길이 중간중간 끊어져 있을 것 같았지만 와룡산에서 매봉산까지 끊김 없이 산길이 이어져 있다.

와룡산과 지양산, 매봉산을 지나는 큰 도로가 있지만 터널을 뚫어 연결해 숲길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무더위가 지나가면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되고 어느덧 단풍도 조금씩 들어가는 모습이다. 이곳 숲길은 소나무가 많아 가을 단풍과 함께 푸르름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숲길은 고운 흙길로 이루어져 있어 맨발로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맨발로 편하게 걸을 수 있도록 흙길의 잔돌들을 주우며 걷는 분도 있다. 작은 배려지만 산을 사랑하고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정말로 고마운 분이다.

구로올레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구로올레길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숲향기에 취해 한참을 걷는데 원각사라는 사찰로 향하는 작은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잘못하면 무심코 지나쳐 버릴 뻔했다. 사찰을 좋아하는 필자는 고민없이 사찰을 둘러보기로 한다. 원각사는 1960년에 구로구 궁동의 와룡산 일대의 옛 절터 근방에 창건된 사찰이다. 사찰 중앙에 커다란 미륵불상이 우뚝 솟아 있어 사찰의 규모가 꽤나 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사찰은 작은 규모였다. 단풍이 들어가는 은행나무를 품고 있는 대웅전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담한 크기의 대웅전과 어울리지 않은 크기의 미륵불상이 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즈넉한 분위기의 원각사를 둘러보고 다시 숲길로 들어선다.

원각사 대웅전 전경. 사진 =안병국 객원기자
원각사 대웅전 전경. 사진 =안병국 객원기자
원각사 미륵불상.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원각사 미륵불상.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능선을 따라 계속 이어지는 숲길이라 탁 트인 풍광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숲길 나무 사이로 산림형3코스 구간의 천왕산이 보이고 천왕산 뒤편으로는 관악산이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숲길에는 체육시설과 쉼터인 정자가 곳곳에 있어 여유롭게 걸을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코스이다. 구로올레길 구간이 양천둘레길 구간과 일부 겹치지만 길이 헷갈릴 정도로 혼란스럽지 않다. 이곳은 특히나 침엽수인 소나무가 많아 피톤치드를 한껏 들이켜며 걸을 수 있다.

숲길 사이로 얼굴을 내민 천왕산과 관악산.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숲길 사이로 얼굴을 내민 천왕산과 관악산.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구로올레길 쉼터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구로올레길 쉼터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고운 흙길로 다져진 숲길을 걸으며 가을을 만끽해 본다. 얼마나 걸었을까 지양산 국기봉이 눈에 들어온다. 나지막한 능선을 타고 걷는 터라 산 봉우리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지만 국기봉을 상징하는 태극기가 높이 솟아 있다.

국기봉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산림형2코스는 숲길이 길게 이어져 있어 숲길이 주는 매력이 아주 강한 곳이다. 청명한 가을하늘 아래에서 숲향기가 더욱 진하게 배어난다.

지양산 국기봉을 알리는 태극기.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지양산 국기봉을 알리는 태극기.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지양산 국기봉을 지나 매봉산으로 향한다. 매봉산 정상으로 향하는 이정표가 보이지만 산림형2코스인 능선을 따라 걷는다. 걷기에 너무 좋은 화창한 가을이다 보니 숲길을 걸어도 땀이 나지 않는다. 쾌적하고 산뜻한 기분으로 트레킹이 이어진다. 잠깐을 걸은 것 같은데 어느덧 산림형2코스 종착지인 참새공원에 다다른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참새공원에서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이동한 곳은 인근의 전통시장인 고척근린시장이다. 걸어서 15분이면 충분한 거리다. 더위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 따사로운 햇살을 즐기며 도로길을 따라 걷는다. 고척근린시장은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컸다. 주말이라 사람들도 꽤나 많았다.

시장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맛집에서 주린 배를 채운다. 이곳 시장에는 유독 먹음직스럽게 조리된 반찬가게들이 많다. 필자도 아내에게 점수도 딸 겸 사람들이 많이 찾는 반찬가게에서 반찬 몇 가지를 골라 본다. 버스로 인근 지하철역인 오류동역(1호선)으로 이동해 집으로 향한다.

고척근린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고척근린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여름에는 트레킹 코스를 답사하는 것이 참 곤혹스러웠다. 답사를 다녀오면 옷에 땀냄새가 배어 지하철을 타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귀가할 때도 주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완연한 가을을 온몸으로 느끼며 상큼하게 걸을 수 있다. 여러분도 자연이 선물하는 숲길을 걸으며 길지 않은 가을을 만끽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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