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서초구에 위치한 우면산둘레길이다. 서울둘레길10코스로 매헌 시민의 숲에서 출발해 우면산 능선을 가로질러 사당역까지 이어지는 7.6km 거리의 둘레길이다.

짧지 않은 거리인 만큼 소요시간은 휴식시간을 포함하면 3시간 정도 걸리는 긴 코스이다. 우면산을 종주하는 코스라고 보면 된다. 서울둘레길 홈페이지를 보게 되면 난이도가 중급으로 나오지만 초급자도 부담 없이 완주할 수 있다.

양재시민의숲역(신분당선)에서 하차 후에 5번출구로 나와 다리를 건너면 바로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이 있는 매헌시민의 숲을 만나게 된다. 매헌시민의 숲은 처음 방문했는데 공원의 정취가 너무 멋진 곳이었다.

서울에 대설이 내리기 전 늦가을에 다녀온 덕에 가을단풍의 아름다움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공원 구석구석을 다니며 마지막 가을을 만끽하고 싶었지만 둘레길 코스가 긴 관계로 서둘러 공원을 가로질러 우면산으로 향한다.

매헌시민의 숲 가을 풍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매헌시민의 숲 가을 풍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매헌시민의 숲 가을 풍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매헌시민의 숲 가을 풍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우면산둘레길 안내도.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우면산둘레길 안내도.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우면산은 서초구와 과천시의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293m이다. 소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누워 잠자는 모습의 산이라 하여 우면산이라고 부른다. 산중에는 약수터가 많고 골짜기마다 갓바위, 고래장바위, 범바위 등 재미있는 이름의 바위들이 많다.

완만한 경사의 우면산을 올라 능선을 타고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우면산의 가을 풍경을 즐기면서 능선을 걷는데 운동복장을 하고 줄지어 능선을 뛰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산악마라톤과 같은 운동동호회에서 행사를 하는 것 같았다. 능선 경사가 가파르지 않고 완만하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같이 뛰고 싶었지만 참기로 했다.

우면산둘레길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우면산둘레길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우면산 능선 흙길을 따라 풍경을 감상하며 걷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데크길이 눈에 들어왔다. 이 데크길은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도록 조성된 우면산무장애숲길이다. 예술의 전당과 한국 예술종합대학교, 국립국악원 뒤편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예술의 전당을 방문했을 때는 우면산을 동네 뒷산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산책로가 있는 걷기 좋은 산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무장애숲길은 최근 연장을 위한 공사와 기존 데크길 보수공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어서 좀 어수선했다. 하지만 공사가 끝나면 더 걷기 좋은 길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장애숲길을 걷다 대성사로 향하는 사찰 이정표를 마주한다. 주저없이 대성사로 향한다.

우면산 무장애숲길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우면산 무장애숲길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대성사는 백제시대에 창건된 사찰로 유서가 깊은 곳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아픔이 많은 사찰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 당시에 대성사의 용성스님이 독립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일본군이 사찰의 모든 것을 불태워 소실되었다. 1919년 3월 1일 독립만세운동 때 불교계 대표로 대성사의 용성스님이 참여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용성스님의 법손이신 불심도문스님께서 폐허가 되다시피 했던 대성사를 다시 중창하여 지금에 이르렀다고 한다. 역사적인 아픔이 곳곳에 베어 있는 대성사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대성사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대성사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대성사에 바라본 풍광.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대성사에 바라본 풍광.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다시 능선을 따라 흙길을 걷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어디에서 본 듯한 익숙한 돌탑이 눈에 들어온다. 둘레길을 걷다 보면 자주 보는 돌탑이지만 규모가 꽤나 큰 돌탑 두개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무척이나 정겨웠다. 돌탑을 지나 단풍으로 형형색색 물든 숲길을 걷는다.

가을이 주는 마지막 선물을 맘껏 누려 본다. 깊이 숨을 내쉬며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맘껏 들이켠다. 어느새 매헌시민의 숲을 지나 온 지 2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전혀 힘들거나 지루하지 않다. 오히려 즐겁기만 하다. 이렇게 좋은 숲길을 이제서야 왔다는 게 후회될 정도로 우면산 숲길에 매료되어 걷고 또 걷는다.

우면산둘레길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우면산둘레길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우면산둘레길의 끄트머리를 지나 아쉬움을 뒤로한 채 향한 곳은 사당역 방면이다. 사당역 부근은 먹거리 천국이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더 이상 설명이 필요치 않은 명소이다. 주말이면 사당역 인근은 모임과 관악산을 올랐던 등산객으로 넘쳐난다.

물론 평소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이런 먹거리 천국에서 필자가 찾아가려고 하는 곳은 바로 사당역 인근에 위치한 골목형 전통시장인 관악시장이다. 오랜만의 방문이라 큰 기대감을 갖고 방문했는데 예전에 방문했던 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주변에 워낙 식당들이 많이 들어선 때문인지 시장의 모습은 많이 위축되어 있었고 썰렁해 보이기까지 했다. 사당역 인근 상권에 밀려 골목시장으로서의 입지가 많이 좁아졌기 때문이다. 시장의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시장분위기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다시 사당역으로 향한다.

관악시장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관악시장 전경. 사진=안병국 객원기자

가을이 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벌써 겨울이 찾아왔다. 다행히 가을을 보내기 전에 우면산을 찾아 우면산의 가을 정취를 마음껏 누릴 수 있었다. 가을이 이미 지나갔지만 겨울의 정취를 느껴보기 위해 우면산을 찾아도 좋을 것 같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움직이지 않고 집안에만 머물고 싶어 진다. 하지만 겨울트레킹도 나름의 재미가 있다. 살을 에는 강추위만 아니라면 너무 추위에 기죽지 말고 당당히 맞서 보자. 그러면 건강이라는 선물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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