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곳은 서울 강서구 발산동 수명산둘레길이다. 수명산은 72m의 나지막한 산으로 높이만 보면 산보다는 언덕정도로 생각하면 될 만한 곳이다. 도심 속에서 여유 있게 산책과 운동을 겸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다. 

수명산은 조선 시대에는 파려산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수명산은 산모양이 마치 밥주발을 엎어 놓은 모양이라고 하여 발산으로도 불리운다. 동네이름이 발산동인 것도 발산에서 유래된 것이다. 예부터 마을 사람들이 이 산에서 동제를 지내고 수명장수를 빌던 산이라 해서 오늘날 수명산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낮은 산이라고 가볍게 봤는데 놀랍게도 오랜 세월의 역사와 전통이 묻어 있는 곳이었다. 수명산은 아파트 단지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등 많은 학교들로 둘러싸여 있다. 주변에 학교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산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가 좋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둘레길 입구 도로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둘레길 입구 도로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명산에 가려면 우장산역(5호선)에서 하차 후 3번출구로 나와 우회전해 직진하면 된다. 화곡중학교, 화곡고등학교를 지나 덕원예술고등학교로 들어서는 길로 좌회전하면 된다. 덕원예술고등학교로 가는 도로길은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 도로길 초입에서 수명산으로 오르는 숲길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수명산둘레길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명산둘레길 안내도.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숲길을 따라 시작되는 완만한 오르막을 오르며 본격적인 트레킹을 시작한다. 숲길에 들어서자 산새들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도심 속이지만 맑은 고요함이 흐른다. 고요함을 깨는 것은 오직 산새소리와 풀벌레소리 뿐이다. 

얼마나 올랐을까, 숲길의 분위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모습이 눈앞에 들어왔다. 높은 담벼락이 숲길 한쪽면을 차지하고 있었다. 담벼락 위에는 원형철조망이 처져 있었다. 오래된 군부대가 위치해 있는 군사보호구역인 듯했다. 

담벼락을 따라 이어진 숲길을 오르다 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랐다. 생각보다 너무 이른 시간에 정상에 도착하다 보니 좀 당황스러웠다. 정상에는 여러 체육시설이 갖추어져 있어 이른 시간임에도 운동을 하시는 분들이 꽤나 많았다.

수명산둘레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명산둘레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정상에서 트레킹 시간이 너무 짧을 것 같아 잠시 고민에 빠진다. 산을 한바퀴 돌아야 하기에 정상에서 일단 내리막길을 따라 내려간다. 72m의 산정상 치고는 반대편에서 올라오는 길은 생각보다 좀 가파랐다. 너무 낮은 산이라고 깔보지 말라고 항의하는 듯했다. 

산 아래로 내려가 숲길로 잘 다져진 흙길을 걷는다. 산허리를 타고 흙길을 걷다 보면 수명산근린공원에 다다른다. 수명산에는 산벚나무, 조팝나무, 산철쭉 등 다양한 나무들이 많아 꽃이 만개하는 봄이면 여러 색깔의 화려함을 뽐낸다. 

수명산둘레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명산둘레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명산근린공원내에는 황토길이 깔끔하게 조성돼 있었다. 공원에서 트레킹을 마무리하기에는 코스가 너무 짧다는 느낌이 들어 공원 입구에서 덕운중학교와 서울발산초등학교 사이의 산길을 타고 정상 방면으로 다시 오른다. 

산길을 오르다 군부대 담벼락이 있는 갈래길에서 정상 방면이 아닌 출발지로 다시 내려간다. 수명산을 한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한 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다소 짧은 느낌이지만 여유 있게 산책을 한다는 느낌으로 걸으면 참 좋은 곳이다. 

아쉬운 점은 주변풍경을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래도 좋은 공기를 마시면서 숲길을 걸을 수 있으니 아무런 불만은 없다.

 수명산근린공원 황토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명산근린공원 황토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명산둘레길을 걷고 나서 꼭 가봐야 할 곳은 바로 전통시장인 송화벽화시장이다. 이곳은 맛집들도 많고 강서구에서도 유명한 시장이다. 시내 한복판에 이러한 재래시장이 있다는 것은 인근 주민들에게는 정말로 큰 행복일 것 같다. 

송화벽화시장은 현대식으로 깨끗하게 잘 정비된 열십자형으로 된 구조이다. 특이한 점은 천장 구조물에 그림들이 걸려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벽화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여 진 것 같다. 

송화벽화시장은 우장산역 3번출구와 4번출구에 인접해 있어 접근성도 매우 좋다. 시장 곳곳을 둘러보고 맛집을 찾아 들어가 더위를 식히기 위해 시원한 막거리 한잔으로 목을 축인다. 

송화벽화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송화벽화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송화벽화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송화벽화시장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파란 하늘은 가을을 재촉하는데 기온은 아직도 한여름 날씨이다. 늦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리며 가을이 오는 것을 시샘하는 듯하다. 수명산 인근에는 우장산도 있어 체력이 허락된다면 우장산과 수명산을 하루에 모두 완주하고 송화벽화시장에서 마무리를 해도 된다. 

추석이 지나고 나면 늦더위도 물러날 듯하다. 가을은 본격적인 트레킹의 계절이다. 찬바람이 불기전에 가을을 만끽하며 열심히 걸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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