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소개할 곳은 동작구에 위치한 동작충효길6코스로 잘 알려진 동작마루길이다. 필자의 판단이지만 동작충효길 7개 코스 중에 걷기에 가장 좋은 구간이기도 하다. 등산의 묘미와 숲길의 편안함이 공존하는 곳이다.
동작마루길은 숭실대입구역(7호선)에서 하차후에 1번출구로 나와 직진해 살피재(봉천고개)에서 트레킹을 시작한다. 신대방사거리역과 국사봉 방면 이정표를 보고 걸으면 된다. 동작마루길의 총거리는 4.8km지만 이곳 저곳을 둘러보면 6km 이상 되는 코스로 2시간 정도 소요된다.

시작부터 고즈넉한 숲길이 펼쳐진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현드림숲을 마주한다. 공원용지인 이곳은 과거에 개인이 30년 넘게 무단으로 사용했지만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불법건축물이 철거되고 본래의 모습인 숲으로 복원된 곳이다.
성현드림숲을 따라 잘 정비된 숲길을 걷는다. 동작마루길에는 주민들이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는 체육시설과 여유롭게 쉴 수 있는 정자 쉼터가 많다. 요즘 가장 인기있는 황토길은 기본이다.


정비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상도근린공원 둘레길을 만나게 된다. 이곳 둘레길은 1.7km정도 되는 구간이다. 동작마루길과 일부 구간이 겹치는 곳이기도 하다. 동작마루길로 가려면 국사봉 정상으로 가야 하지만 잠깐 상도근린공원 둘레길 중간에 위치한 전망대를 가보기 위해 왕복 1km를 덤으로 걷기로 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가을 풍경은 눈이 시리게 맑고 깨끗했다. 가까이로는 목적지인 국사봉이 바로 앞에 있고, 멀리는 용마산이 손에 잡힐 듯 솟아 있다. 전망대에 와 보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전망대를 뒤로 하고 국사봉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상도근린공원 전망대를 지나면 트레킹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숲길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곳 숲길에는 유난히 바위가 많다. 나무와 바위들이 잘 어우러져 색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숲길을 걷다 보면 국사봉으로 연결되는 녹지연결로를 마주한다. 도로로 끊긴 산을 연결하는 길이다.
녹지연결로를 지나 동작구와 관악구에 걸쳐 있는 국사봉을 오른다. 필자는 동작마루길을 상도근린공원 내 편하게 걸을 수 있는 둘레길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국사봉(179m) 정상을 관통하는 길로 가파르지 않으면서 나름대로 오르내림이 있는 재미가 있는 코스라 놀랐다. 7개의 코스로 이루어진 동작충효길 중에서 걷기에 가장 흥미로운 길인 것 같다.
산을 오르는 재미를 느낄 즈음이면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정상에는 체육시설들이 비치돼 있어 많은 사람들이 운동을 하고 있었다. 본 줄기인 관악산이 바로 지척에서 국사봉을 감싸 안고 있다. 관악산의 포근함이 느껴진다.


국사봉에서 주변 풍광을 감상하고 신대방사거리역 상대전통시장 방면으로 내려간다. 국사봉 정상을 지나자마자 사자암이라는 사찰이 눈에 들어온다. 사자암은 관악산 줄기인 삼성산 국사봉 아래에 있는 사찰로 무학대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사자암이 있는 삼성산과 인근의 호암산은 산의 형세가 북으로 내달리는 호랑이 형국이라 풍수지리상 조선의 수도인 한성에 좋지 않았다고 한다. 무학대사가 그 기세를 막기 위해 사자 형상을 한 국사봉 아래에 사자암을 세웠고, 호암산에는 호랑이를 제압한다는 의미를 지닌 호압사를 세웠다고 한다.
사자암은 규모는 작지만 운치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가득하다. 주변 풍광을 둘러보며 한껏 여유를 부려 본다. 둘레길을 걸으며 둘러봤던 사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오랫동안 머물고 싶은 곳이다. 동작마루길을 걸을 때 빼놓지 말고 꼭 둘러보기 바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사자암을 지나 하산한다. 내려가는 길은 약간 가파른 내리막이다. 이곳으로 오르면 나름 등산다운 등산을 할 수 있어 초보자 코스로는 안성맞춤일 듯싶다. 국사봉을 내려와 성대전통시장으로 향한다. 성대전통시장까지는 도보면 10분이면 충분하다. 주택단지내 이정표를 보고 큰길을 따라 걸으면 쉽게 찾을 수 있다.
빽빽한 아파트 단지가 아니라 다세대주택단지라 걷는 재미도 남다르다. 성대전통시장은 주택단내에 있는 골목형시장이다.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큰 대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시장의 모습이 매우 정겹다. 이른 시간임에도 사람들로 북적인다. 성대전통시장에는 유난히 과일가게들이 많다. 먹음직스러운 과일들이 시장을 더욱 풍성하게 해준다. 시장을 둘러보고 시장 내 맛집을 찾아 막걸리 한잔에 주린 배를 채운다. 트레킹을 마무리하고 근처에 있는 신대방삼거리역(7호선)으로 향한다.

트레킹의 계절이 왔다. 청명한 가을 하늘의 아름다움에 취해 걷다 보면 하루 종일 걸어도 힘들지 않을 것 같다. 집에서 보는 가을 하늘과 트레킹을 하며 보는 가을 하늘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가을 하늘은 한 폭의 수채화 같다. 집에 있는 시간이 아깝다. 지금 당장 집을 나서면 건강과 행복이라는 큰 선물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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