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라보엠'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오페라 '라보엠' 포스터. 사진=세종문화회관

겨울이 되면 친숙하게 다가오는 오페라 '라보엠'이 지난 21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해 24일까지 열린다. '라보엠'은 19세기 크리스마스 이브의 파리를 배경으로 가난한 예술가들의 사랑과 우정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특히 이번 '라보엠'은 한국-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자 이탈리아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Giacomo Puccini, 1858~1924)의 서거 100주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더 의미 있다.

첫날 최희준 지휘자가 이끄는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연주와 함께 막이 올랐다. 서선영 소프라노가 미미 역을 맡아 아름다운 선율로 로돌프에 대한 사랑을 노래했고, 가난한 예술가 로돌프 역의 문세훈 테너는 미미를 향한 애틋하고 절절한 사랑을 표현했다. 화려한 모습과 자유분방한 성격의 무제타 역은 김유미 소프라노가, 사랑 앞에 질투와 열정을 숨기지 않는 마르첼로 역은 이승왕 바리톤이 연기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라보엠' 드레스 리허설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라보엠' 드레스 리허설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이번 '라보엠'의 연출을 맡은 엄숙정 연출가는 지난 8일 인터뷰에서 "1, 4막은 작은 다락방처럼 한정된 공간, 2, 3막은 더 넓고 자유로운 공간이어야 한다"며 극적 대비를 강조했다.

이런 연출 의도는 무대에서 충실히 구현됐다. 1막에서는 가난한 예술가의 다락방이라는 소박한 배경 속에서 로돌프의 '그대의 찬 손', 미미의 '내 이름은 미미', 두 사람의 듀엣 '오! 사랑스러운 아가씨'로 운명적 사랑의 설렘을 표현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라보엠' 드레스 리허설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라보엠' 드레스 리허설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연출의 의도대로 2막은 1막과는 확연히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다채로운 색의 간판들이 거리 양쪽에 걸려 있고, 상점마다 눈부신 조명이 돋보였다.

또 위너오페라합창단, 늘해랑리틀싱어즈합창단, 진아트컴퍼니 등 많은 구성원이 등장해 무대를 가득 채우면서 1막보다 한층 압도적인 장면을 선보였다.

특히 무제타가 노래하는 '내가 혼자 거리를 걸어가면'은 화려한 연출과 어우러져 더 강렬한 인상을 풍겼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라보엠' 드레스 리허설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라보엠' 드레스 리허설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3막은 희뿌연 안개와 차가운 겨울 분위기로 연출돼 다가올 비극을 암시했다. 악화되는 미미의 병세와 로돌프의 깊어지는 고뇌가 무대를 채웠다.

두 사람은 '안녕, 달콤한 아침이여'에서 "겨울에 혼자가 된다는 것은 너무나 서글픈 일...하지만 봄에는 태양이 우리와 함께 하네요"라는 가사로 희망을 노래했다. 이 순간은 4막의 비극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했다.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라보엠' 드레스 리허설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된 오페라 '라보엠' 드레스 리허설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다시 다락방으로 돌아온 4막에서는 병든 미미가 찾아오며 이야기가 절정으로 치닫는다. 친구들은 미미를 위해 약과 음식을 구하려 하고 간절히 기도하지만, 그녀는 끝내 숨을 거뒀다. 로돌포는 미미의 이름을 절규하며 '라보엠'은 막을 내렸다.

이번 '라보엠' 공연은 미미와 로돌프의 비극적 로맨스 외에도 마르첼로와 무제타의 역동적인 사랑, 재치 있는 쇼나르, 따듯한 마음을 품은 콜리네 등 입체적인 캐릭터와 서사로 다양한 모습을 풀어냈다.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섬세한 연주와 출연진들의 열연은 푸치니 서거 100주년의 의미를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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