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를 죽이지 않는 '카마르그 투우'처럼, 사회 다양성은 공존의 방식으로 해결의 길이 보일 수 있다. 올해 제21회 EBS 국제다큐영화제는 시대적 문제를 기록하는 '작가의 눈'에 집중해 오는 25일까지 열린다.
19일 오후 경기 고양 일산동구 EBS디지털통합사옥에서 제21회 EBS국제다큐영화제(EIDF2024) 개막식이 열렸다. EIDF는 우리나라 유일 방송·상영을 동시에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제로, 올해는 19일부터 25일까지 총 32개국 53편의 영화를 EBS 1TV 및 고양 일산동구 메가박스 백석벨라시타점, 서울 종로구 씨네큐브 광화문 등에서 7개 섹션으로 구성해 선보인다.
이날 개막식은 김유열 EBS 사장, 김태규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직무대행, 이동환 고양특례시장, 송정수 한국전파진흥협회(RAPA) 상근부회장, 유시춘 EBS 이사장 및 문성경 EIDF 심사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올해 EIDF는 '시대에 다리를 놓다(Bridge the Times)'를 슬로건으로 삼아, EDIF가 기존에 추구하던 공존과 다큐멘터리의 '시대 기록'에 초점을 두었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작품은 제레미 바타글리아 감독의 '어떤 프랑스 청년'(캐나다, 프랑스)이다. '어떤 프랑스 청년'은 프랑스 남부 아를의 투우 문화 중 하나인 '카마르그 투우' 선수로 활약 중인 모로코 이민자 가정 출신 두 청년의 이야기를 다룬다.

이날 김 사장은 개막 선언 자리에서 "다큐멘터리는 세상을 기록하고 해석하고, 그 속에서 의미를 찾아내는 진정성 있는 유일한 장르"라고 의의를 짚었다. 이어 "요즘 보면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데, 이럴 때일수록 진실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빛나는 시대"라고 덧붙였다.
김 사장은 이어 "다큐멘터리의 어원은 가르친다는 의미로, 지금은 다큐멘터리가 고발하는 장르라 인식되지만 시작은 교육을 하는 장르였다"며 "지금 시대의 다큐멘터리가 소중해지고 있고, 그 역할을 EBS가 기꺼이 감당하려고 한다"며 개회를 선언했다.

문 EIDF 심사위원장은 "다큐멘터리를 포함해 어떤 예술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시선"이라며 "인공지능 시대, 가장 마지막까지 인간이 만들 영상 부문 장르는 다큐멘터리"라고 심사 기준을 설명했다.
그는 "인간의 삶은 예측할 수 없고, 다큐멘터리 감독들이 찍는 주인공의 삶, 그리고 인간을 둘러싼 환경 등은 인간이 현재로서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미래이며,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카메라를 가장 나의 주변에서, 혹은 가장 큰 이야기까지 인간의 시선으로 바라볼 장르가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제에는 수많은 작품이 출품되지만, 개막작은 '영화제의 꽃'이자 그 영화제를 대표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어떤 프랑스 청년'은 이번 EIDF의 기치를 곳곳에 담고 있는 작품이다. 다큐멘터리 장르가 '지루하다'거나 '조용하다'는 인식을 깨는 듯, 영화 전반에 흥분한 소와 사람의 긴장감과 스포츠로서의 '투우'에 대한 열광, 시민들이 즐기는 모습이 담겨 있다.

바타글리아 감독은 카마르그 투우와 투우사인 자와드, 벨카를 통해 아랍 계열 이민자 및 인종에 대한 차별, 동물과 사람의 공존 방식, 사회적 경제 불평등을 다룬다. 카마르그 투우는 기존 투우가 소를 학대하고 잔인하게 죽인다는 비판을 받아 등장한 대안으로, 투우사는 손에 갈퀴를 들고 소의 뿔에 묶인 리본을 끊어 점수를 따낸다.
대중적인 스포츠인 만큼 상위 랭킹의 선수는 투우장 안에서 스타와 같은 대접을 받지만 그들은 그 안에서도 '모로코 출신 프랑스인'이 아닌 '프랑스 출신 모로코인'으로 인식된다.
이들에게 소는 단순히 생계의 수단이거나, 자신의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다. 소에게 밟히는 부상을 당하고서도 목발을 짚고 목장으로 가 먹이를 챙기고, 자신을 밟은 소의 이름을 부르며 장난을 친다. 경제적 이유로 투우장에 다시 서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끼지만, 동시에 자신의 아이에게는 위험하기 때문에 투우를 권하고 싶지 않아 한다. 그들에게 투우장은 애정하는 곳인 동시에 언젠가 떠나야 할 곳이다.
투우장에서는 소가 왕이라 불리지만, 투우사는 스스로를 콜로세움에서 경기하던 노예 출신 검투사들과 비유한다. 영화는 소를 향한 애정과 모로코 출신 비백인으로서 고를 수 있는 '가장 좋은' 직업인 투우사의 처지, 꿈을 좆지만 서로 다른 결과를 내는 자와드와 벨카를 교차해 비춘다. 영화 초반 '투우장에서는 소가 왕이다'라고 말하던 작품은, '투우사도 왕이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올해 EIDF는 오는 25일까지 EBS 1TV 특별 편성을 통해 방송으로 관람할 수 있다. 극장 상영은 오는 22일부터 25일까지 열린다. EIDF 2024의 모든 작품 소개 및 자세한 영화제 관련 내용은 EIDF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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