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곳은 바로 서대문구 홍은동에 위치한 북한산자락길이다. 북한산둘레길은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북한산둘레길은 전체길이가 71.5km로 샛길을 연결해 만든 21개 구간의 완만한 산책길이다.
하지만 이번에 다녀온 곳은 둘레길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자락길이다. 북한산자락길은 4.5km 거리로 전구간이 데크길로 이루어져 있는 무장애숲길이다. 홍제역(3호선) 1번출구로 나와 직진해 홍은사거리를 지나 10여분 거리인 실락어린이공원에서 시작해 옥천암까지 이어진다.
옥천암에서 하천길을 따라 1.5km정도 걸어 홍제역으로 회귀하면 트레킹거리는 총 6~6.5km로 시간은 2시간 반 정도 소요된다. 북한산자락길은 초보자들에게 특화된 코스이다. 그만큼 걷기 쉽다. 자락길은 편안하게 숲속 길을 걷는 매력과 함께 북악산, 인왕산, 안산을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풍광이 일품이다.

아침공기가 다소 쌀쌀하게 느껴지는 이른 아침 실락어린이공원에서 숲길을 따라 여유롭게 출발한다. 오랜만에 구름 한점 없는 맑은 하늘이 눈을 시리게 한다. 시작부터 숲길 터널이 이어진다. 깊게 숨을 들이켜며 걷는다. 맑은 공기와 시원한 바람이 콧등을 때리고 몸속으로 피톤치드가 밀려든다. 그동안 몸속에 쌓여 있던 스트레스와 피곤함이 자연치유 되어 날아갈 듯 몸이 가벼워진다.
혼자 트레킹을 하면서 자연을 눈으로 즐기다 이번에는 20년 이상을 함께 동거동락했던 회사 후배와 함께 걸었다. 숲길을 거닐며 나누는 쉼 없는 대화속에 눈과 입이 즐거운 트레킹이었다. 남자들끼리 뭔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이런저런 세상살이에 대한 얘기들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숲 속 향기에 취해 남자들의 이야기 꽃이 무르익어 갈 무렵 시원스럽게 탁 트인 풍광이 눈앞에 들어온다. 북악산과 인왕산, 안산이 홍은동 주택가를 사이를 두고 병풍처럼 펼쳐진다. 미세먼지도 없고 구름 한점 없는 청량한 날씨에 북악산, 인왕산, 안산이 손을 뻗으면 잡힐 듯 솟아 있다.
걷기를 잠시 멈추고 아름다운 풍경을 소중한 추억으로 남기기 위해 사진찍기에 정신이 없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뒤로 한 채 아쉽지만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따사로운 햇살에 몸을 맡긴다. 햇살을 만끽하며 걷기도 잠시 다시 숲길 터널로 들어선다. 숲길 터널에는 아직도 아카시아꽃 향기가 진하게 남아 있다. 아카시아꽃이 한창 필 무렵에 왔다면 꽃향기에 취해 숲길 걷기가 어렵지 않았을까?

자락길을 걷다 보니 중간에 포방터시장으로 내려가는 이정표가 보인다. 이제 자락길의 끝이 보이는 듯하다. 조금 더 걸으니 자락길의 끄트머리인 옥천암이 눈앞에 들어온다. 멋진 풍경속에 묻혀 편안하게 길을 걷다 보니 4.5km가 너무 짧게 느껴진다. 혼자 걸을 때의 고요함도 좋지만 지인과 함께 걸으며 쌓아가는 추억은 트레킹의 또다른 매력이다.
드디어 북한산자락길의 마지막이자 반대편 새로운 출발점인 옥천암이다. 옥천암에는 동해의 낙산 홍련암, 서해의 강화도 보문사, 남해의 보리암과 함께 4대 관음기도 도량으로 알려져 있다.
옥천암이라는 거대한 바위에 새겨져 있는 관음보살상 때문이다. 이 관음보살은 많은 영험담을 가지고 있다. 이 곳에서 염불하면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고 어떠한 고난에서도 해탈을 얻게 된다고 한다.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기도를 하는 곳이다. 필자도 기도와 함께 소원을 빌었다.
이곳에 위치한 사찰의 이름도 바위의 이름과 같은 옥천암으로 불리운다. 옥같이 맑은 물이 사찰을 휘감고 흘러 사찰 이름도 옥천암이다. 지금도 옥천암 앞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옥천암은 북한산의 맥이 비봉과 향로봉을 거쳐 인왕산으로 이어지기 직전 북한산이 끝나는 지점에 세워졌다.


옥천암을 둘러보고 하천길을 따라 걷는다. 하천길을 걷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전통시장인 포방터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포방터란 의미는 총포를 쏘는 사격장이라는 의미인데 조선 인조 때 이곳에서 사격훈련을 시켰다고 전해진다. 한국전쟁 이후 피난민 등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모여들어 거주하면서 시장이 생기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포방터시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시장 주변은 오래된 다세대주택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골목골목마다 사람사는 냄새가 풍기는 곳이다. 하지만 세월의 무게를 비켜가지 못하고 주변이 재개발되면서 곳곳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다. 재개발을 위한 현수막들도 여기저기에 붙어 있었다.
포방터시장은 생각보다 규모가 작은 아담한 시장이다. 시장을 잠시 둘러보고 후배와 함께 주린 배도 채우고 막걸리 한잔에 다시 이야기 꽃을 피운다. 하천길을 따라 홍제역으로 가는 길목에는 포방터시장 말고도 인왕시장이 있다. 인왕시장은 포방터시장보다 규모도 크고 먹거리도 더 많은 곳이다. 필자는 백련산숲길을 걷고 인왕시장을 소개한 바 있어 이번에는 포방터시장을 선택했다.

북한산자락길은 전구간이 데크길로 걷기에 너무 좋은 길이다. 멋진 풍경은 덤이다. 주변에 포방터시장과 인왕시장이 있어 먹거리도 풍요롭다. 여유 있게 경치를 즐기며 트레킹도 하고 맛집 투어도 겸할 수 있는 환상적인 코스이다.
이번 주말 가방을 둘러메고 그림 같은 풍경을 품고 있는 북한산자락길을 걸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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