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녀온 곳은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경계에 있는 봉산해맞이길이다. 봉산해맞이길은 서울둘레길 16코스중 일부 구간이기도 하고 은평둘레길 1코스이기도 하다. 총길이는 5.6km로 짧지 않은 코스이다. 봉산은 높이 209m로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망이 환상적인 곳이다. 북한산, 인왕산, 안산, 백련산과 멀리는 청계산도 조망할 수 있다. 

봉산해맞이길은 약간의 오르내리막이 있어 등산의 묘미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지금까지 소개한 초보자 트레킹 코스 중에서는 거리도 길고 난이도가 있는 곳이다. 난이도가 있다지만 험한 산길을 걷는 것이 아니고 잘 닦여진 산책로 수준이니 너무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 봉산의 유래는 산 정상에 봉수대가 있어 생긴 이름이라고 한다.

봉산 정상 봉수대.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봉산 정상 봉수대.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봉산해맞이길을 가려면 증산역(6호선)에서 하차후 3번 출구로 나오면 된다. 서울둘레길과 은평둘레길로 안내하는 이정표가 워낙 잘 되어 있어 해맞이길 입구 찾기는 어렵지 않다. 

입구에 들어서자 산뜻한 산내음과 산바람이 해맞이길을 찾은 방문객들을 반긴다. 산새들 소리가 유난히 크고 청명하게 들린다. 시작부터 숲 속 터널길이 이어진다. 우거진 숲 사이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눈을 감아 본다. 숲과 내가 하나가 된다. 무더운 날씨임에도 산들바람 때문인지 숲길을 걷는 내내 몸에 땀이 베지 않는다. 

봉산해맞이길 풍경(왼쪽), 봉산해맞이길 풍경(오른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봉산해맞이길 풍경(왼쪽), 봉산해맞이길 풍경(오른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이번 트레킹은 후배와 함께 했다. 평일이 아니라 주말이다 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해맞이길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데크길이 아닌 흙길이라 맨발로 걷는 사람도 자주 눈에 띈다. 자연을 벗삼아 후배와 나누는 이야기들은 신선놀음과도 같다. 

시간이 멈춰 버린 듯 녹음이 가득한 숲길이 계속 이어진다. 숲 속 향기에 취해 걷다 편백나무 치유의 숲을 마주한다. 편백나무 치유의 숲길은 봉산에 오르는 또 하나의 코스이다. 전 구간이 데크길로 이루어진 무장애숲길로 편하게 봉산을 오를 수 있다. 

편백나무의 피톤치드는 강한 살균 및 정화작용으로 항암효과와 아토피 치료, 비염 및 천식 완화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편백나무 숲 쉼터에 앉아 편백나무에서 뿜어내는 피톤치드를 마음껏 들이켠다.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정화되는 느낌이다.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봉산 편백나무 치유의 숲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편백나무 치유의 숲에서 한껏 휴식을 취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한다. 발걸음이 한결 가볍다. 가벼운 발걸음 때문인지 어느새 봉산 정상에 도착한다. 봉산 정상은 잘 꾸며진 넓은 공원의 모습이다. 

정상 전망대 중앙에는 봉산을 상징하는 봉수대가 자리잡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는다. 봉수대와 함께 사방으로 탁 트인 풍광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북한산의 모습은 환상적이다. 보고 또 봐도 질리지 않는 아름다운 매력에 푹 빠져든다. 정상에서 눈호강을 제대로 하고 다시 길을 나선다.

봉산 정상 전경(위), 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산 전경(아래).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봉산 정상 전경(위), 봉산 정상에서 바라본 북한산 전경(아래).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정상을 뒤로 하고 다시 숲길을 걷다 수국사로 향하는 이정표를 만났다. 망설임 없이 수국사로 발걸음을 옮긴다. 수국사는 세조가 맏아들 의경세자를 기리기 위해 봉산 동쪽 기슭에 세운 사찰이다. 황금사원으로 잘 알려진 절이다. 당대에는 상당한 규모의 절이었지만 화재와 붕괴 등으로 폐허가 된 것을 고종 때 다시 중건했다. 중건 이후에도 주지스님들이 절을 꾸준히 관리하고 보수하다가 1995년에 아예 금박을 씌워 오늘날 알려진 황금사원이 된다. 수국사를 찬찬히 둘러보고 다시 숲길을 걷는다. 

수국사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수국사 전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숲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봉산해맞이길의 끄트머리인 서오릉입구에 도착한다. 서오릉입구는 앵봉산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기도 하다. 앵봉산 코스는 앵봉생태길로 알려져 있고 은평둘레길 2코스 구간이기도 하다. 앵봉생태길은 다음에 걷기로 하고 서오릉입구로 내려와 버스로 연신내역 연서시장으로 이동한다.

연서시장은 은평구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특히 먹거리가 많은 곳이다. 시장 중앙에 먹자골목이 있어 다양한 먹거리를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한산이 바로 코앞이라 등산객들이 산행후에 자주 찾는 곳이다. 시장 규모도 크고 워낙 인기있는 시장이라 찾는 사람들이 많은데 주말이라 등산복 차림의 방문객들이 유난이 많아 보인다. 

6km가 넘는 산길을 걷다 보니 다른 때보다 배꼽시계 알람이 더 크게 울린다. 후배와 함께 연서시장을 둘러보고 맛집에 자리를 잡는다. 맛있는 먹거리와 함께 막걸리 한잔을 시원하게 들이켜며 봉산해맞이길 트레킹을 마무리한다.

연서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연서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다. 더위 때문에 활동량이 줄어드는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더위에 기죽어 집안에 움츠려 있지 말고 봉산해맞이길을 걸으며 시원한 산들바람으로 더위를 날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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