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소개할 길은 구로올레길이다. 구로올레길은 총길이 28.5km로 산림형(10.5km), 하천형(10.5km), 도시형(7.5km) 등 모두 3개의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매봉산(110m)~지양산(126m)~와룡산(98m)~천왕산(144m)~개웅산(126m)을 연결해서 걷는 산림형 구간이 특히 걷기에 좋다.

산림형 구간은 다시 4개 코스로 나뉜다. 필자는 천왕산과 개웅산을 가로지르는 산림형 3, 4코스를 광명전통시장과 연계해서 걸었다. 이 코스는 온수역(7호선)에서 출발해 광명사거리역(7호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어 교통이 편하고 접근성도 좋다. 거리는 4km 정도로 1시간이면 충분하다.

시간과 체력이 허락되면 양천구청역(2호선)에서 출발할 수 있는 산림형 구간 전체 10.5km를 완주해 보는 것도 괜찮다. 서울하늘 아래에 걷기 좋은 숲길이 이렇게 많다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구로올레길 안내
구로올레길 안내. 사진 = 구로구청

온수역에서 하차후 2번 출구로 나와 오정초등학교를 지나 은하수수목원아파트를 가로지르면 구로올레길 산림형 3코스인 천왕산으로 오르는 숲길이 나온다. 이정표도 잘 정비되어 있어 올레길 입구를 찾는데 어렵지 않다.

올레길에 들어서면 잘 정돈된 숲길이 방문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아직은 이른 봄이라 숲이 화려해 보이지는 않지만 나무가지에는 파릇파릇한 싹이 돋아나고 꽃망울도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1~2주만 지나면 숲길 분위기도 많이 달라질 것 같다.

숲길.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숲길을 따라 조금 걷다 보면 생소한 풍경을 맞이하게 된다. 산길이 단절되고 단절된 곳에 철도길이 길게 늘어서 있다. 이곳은 항동철길로 알려진 폐철길로 과거 경인선의 지선철도로 경기화학선이라고 불리던 화물노선이었다. 한때 레일바이크 노선으로 활용된다는 얘기도 있었는데 지금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로 이용되고 있다.

이곳 철길을 따라 걸으면 서울시 1호 공립수목원으로 지정된 친환경 청정수목원인 푸른수목원을 만나게 된다. 항동저수지와 함께 20개의 주제를 가진 테마형으로 조성되어 다양한 희귀식물을 만나볼 수 있는 정원이다. 항동철길과 푸른수목원은 걷기 좋은 길로 소문이 나 많은 사람들이 즐겨 찾는다. 필자는 구로올레길을 걷기 위해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항동철길을 가로질러 천왕산 정상을 향해 전진한다. 

항동철길 풍경.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천왕산은 높이 144m의 나지막한 산이지만 등산의 묘미를 느끼게 해준다. 봉우리가 여러 개 있는 산이 아니어서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멀지 않은 곳이 바로 정상이다. 하지만 정상으로 올라가려면 약간의 수고를 해야 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목에 336개의 계단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에 오르려면 힘들겠지만 쉬엄쉬엄 오르면 된다. 최근 소개했던 걷기 편한 길 중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곳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정상에 올라서니 전망대와 함께 넓게 잘 정비된 휴식공간이 한눈에 들어온다. 전망대에서 시내를 둘러 보다 반가운 손님을 만났다. 청설모가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어 달라는 듯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익숙해져 가까이 다가가도 놀라지 않았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3코스인 천왕산 정상을 지나 4코스인 개웅산으로 향한다.

천왕산 336계단과 개웅산 188계단.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천왕산 정상 청설모.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천왕산 정상 청설모.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개웅산은 126m 높이의 산이다. 이곳 역시 정상으로 오르기 위해서는 188개의 계단을 올라야 한다. 정상에 올라 잠시 숨을 고르며 팔각정에서 휴식을 취한다. 개웅산은 도심공원으로 숲길과 자락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

개웅산을 한바퀴 도는 3km 숲길과 데크길로 조성된 1.1km의 자락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개웅산에서만 총 4km내외의 숲길과 자락길을 편하게 걸을 수 있다. 개웅산숲길과 자락길 걷기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개웅산을 가로질러 개명소공원으로 하산해 구로올레길 산림형 3, 4코스 걷기를 마무리한다. 

개웅산 정상.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개웅산 정상.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개웅산 개명소공원으로 내려와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걸어서 10분 거리인 광명사거리역으로 향한다. 광명 도덕산숲길을 소개하면서 방문했던 광명전통시장을 다시 한번 찾아가기 위해서다. 워낙 가성비 좋은 맛집들이 많다 보니 생각만 해도 즐겁다.

광명사거리역을 향해 걷다 우연히 역 근처에 있는 광사먹골 음식문화거리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호기심이 발동해 음식문화거리로 들어서니 다양한 음식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지만 지척에 있는 광명전통시장 만큼의 끌림은 없었다. 서둘러 광명전통시장으로 발검음을 옮겨 이번에도 구석구석 시장을 둘러본다. 역시 오길 잘했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사진 위쪽부터 음식문화거리, 광명전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사진 위쪽부터 음식문화거리, 광명전통시장. 사진 = 안병국 객원기자 

구로올레길 산림형 구간 3, 4코스는 교통도 편하고 트레킹과 등산이 절묘하게 혼합된 숲길이다. 적당한 난이도에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어 숨겨진 보물을 찾은 듯한 기분이다. 도심에서 숲 속의 맑은 공기를 마음껏 마시며 등산과 트레킹을 할 수 있는 행복을 독자분들도 한번 누려 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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